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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이유 분명히 보여줘야 파워 브랜드 

김성철 전 아이디어컴퍼니프로그 대표 

연애처럼 ‘밀당’하며 브랜드 충성도 높여야 … 전략 자주 바꾸고 약점 보완 급급하면 악영향



‘기업은 제품을 팔고 브랜드는 생각을 판다. 기업은 고객을 앞세우고 브랜드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기업은 디자인 경영이라고 말하고 브랜드는 철학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기업문화라고 말하고 브랜드는 DNA를 표현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1위를 말하고 브랜드는 역할을 말한다. 이것이 기업과 브랜드의 차이다.’

8월 초 『Reason-현대카드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라는 책을 낸 김성철 전 아이디어컴퍼니프로그 대표가 책의 서문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그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담당한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경험한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0여년 경력의 광고·브랜드 전문가다. 코래드·제일기획·TBWA코리아를 거쳐 아이디어컴퍼니프로그 대표를 지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50%가 넘는 승률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2003~2009년 현대카드 광고를 담당했다. 8월 28일 서울 삼청동의 현대카드 디자인 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

파워 브랜드의 조건은 무엇인가?

“2000년 이후 브랜드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이 브랜드를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파워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정서적 공감으로 설명하거나 기능적 이익을 말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는가’이다. 이걸 제시하고 소비자와 함께 답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진다. 연애와 같다. 상대에게 왜 나를 사랑해야 하는지 이유를 주고 ‘밀당’도 해야 하는 것이다.”

미션·사명 등은 대부분의 기업이 내세우는데.

“막연하고 솔직하지 못하다. 고객의 행복 어쩌고, 사회의 발전이 저쩌고 같은 포장된 얘기는 존재의 이유가 아니다. ‘나 착해요’는 소비자에게는 들리지 않는 외침이다. 많은 기업의 착각 중 하나가 브랜드는 기업이 완성시킨다는 생각이다. 기업의 생각만 정리해서 도식을 그리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상호작용이 없고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좋은 브랜드는 설명하지 않는다. 새로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평가 받을 뿐이다. 브랜드의 완성은 소비자의 몫이다.”

그 밖에 기업의 잘못된 브랜드 전략은?

“전략을 너무 자주 바꾼다. 국내 기업은 경영진 교체가 잦은 편인데 그 때마다 브랜드 전략도 변한다. 그래서 오래 쌓인 브랜드 정체성이 없다. 브랜드는 축적되는 자산이다. 기존 것을 버리지 않고 재생산해야 한다. 또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기보다 약점 보완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경쟁사를 따라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자신만의 색깔을 옅게 한다.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다.”

책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규칙을 깨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

“마케팅에 왕도는 없다. 특히 상수보다 변수가 많은 영역이다. 그때그때 선택하고 실행한 뒤에야 성공한 마케팅과 실패한 마케팅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럴수록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가 필요하다. 실패하더라도 시도 자체가 자산이 된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소비자에게 ‘이런 건 어때?’라며 끊임 없이 제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브랜드는 경쟁사와의 싸움이 아니다. 고객과의 싸움이다. 새로운 방식과 변화를 던져주고 평가를 받는 과정이 중요하다.”

성공한 해외 브랜드를 살펴보면 브랜드화 이전에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이 선행한다.

“당연히 기능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브랜드는 절대 이미지 싸움이 아니다. 교감을 느낄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기업에서 제공하고 고객이 가치를 느껴야 한다. 기능적 가치 없이 이미지만으로 유명해진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스마트폰 기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했다. 지금은 다소 주춤하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애플이 뭔가를 보여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런 기대감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파워 브랜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광고는?

“2008년 만든 현대카드의 ‘생각해봐’ 시리즈 12편에 애착이 간다. 당시 광고 형태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들었다. 고객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생각도 잘 담긴 광고다.”

현대카드가 브랜드 전략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사례인가?

“현대카드가 리브랜딩(Re-branding)을 시작한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한가지 원칙을 가지고 진행했다. 금융업이라는 사업 영역을 떠나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이벤트·프로모션 등도 사회공헌 같은 막연한 얘기가 아니라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는 시도였다. 기업의 생각을 분명히 전하면서 점차 영향력을 키웠다. 국내 브랜드 전략 연구를 위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1203호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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