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이 자그마한 기기에는 무려 100여 개의 부품이 들어 있다. 모바일·웨어러블 컴퓨팅(Wearable Computing, 입는 컴퓨터) 기술과 초정밀 디자인·설계·제조 능력이 결합한 신제품이다. 미국 벤처인 미스핏과 한국 벤처인 비젼스케이프가 머리를 맞대 최근 출시한 이 제품명은 ‘미스핏 샤인(MISFIT Shine)’.사용자의 운동량을 실시간 측정하는 디지털 활동량 측정기(Activity Tracker)다. 김태원 비젼스케이프 대표는 “얼리어답터 사이에선 디지털 만보계로도 불리는데, 그보다는 훨씬 많은 기능과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스핏은 2011년 10월 설립된 웨어러블 컴퓨팅 전문 벤처다. 이 회사는 설립 때부터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됐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스티브 잡스를 애플에서 쫓아낸 것으로 잘 알려진 존 스컬리 전 애플 CEO다.스컬리는 헬스케어분야에서 유명한 벤처인 아가메트릭스 창업자 2명과 함께 미스핏을 만들었다. 미스핏 샤인은 이 회사의 첫 프로젝트다. 이 제품은 미국의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85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개발했다. 파운더스 펀드·코슬라벤처스 등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도 미스핏의 주요 투자가다.미스핏 창업자가 직접 제휴 의뢰미스핏 샤인은 제품이 출시되기 전 공개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주로 플라스틱 소재를 쓰고 손·발목에 차는 기존 제품과 달리, 이 제품은 항공기 제작에 사용되는 메탈 소재로 만들었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이용해 손목은 물론 목걸이 형태로도 착용할 수 있고, 자석 클립을 이용해 정장이나 운동복·수영복·운동화에도 부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는 레드닷 어워드에서 올해 제품 디자인상을 수상했다.문제는 이 작은 기기 안에 부품을 넣을 수 있는 설계·제조 기술이었다. 미스핏은 여러 글로벌 업체에 제품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하지만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비젼스케이프다. 2006년 설립된 비젼스케이프는 박막 압력센서 기술을 보유한 모바일 헬스케어·웨어러블 컴퓨팅 벤처다.김태원 대표는 “우리가 가진 박막 압력센서 미국 특허를 미스핏에서 보고 소니 부(Sonny Vu) 공동 창업자가 직접 연락을 해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 나라 제조사들이 이 제품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대부분 포기했다”며 “국가 대항전에서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했다.이 회사는 남의 제품을 제조만 해주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 업체에 만족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미스핏이 기획·디자인한 기기를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 6개월 반 정도 걸렸다”며 “이 과정에서 비젼스케이프는 중요한 연구개발(R&D) 파트너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외주 생산뿐 아니라 한국·일본 독점 판매권도 확보했다.김 대표는 “ODM 업체가 디스트리뷰터 역할까지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그동안 국내외 통신사들과 일하면서 제조·유통·마케팅을 직접 해 본 경험을 높이 평가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벤처라도 부품만 만들어서는 경쟁력이 없다”며 “신사업 기획·유통 전담 부서가 있어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직접 유통과 마케팅을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