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500일째 되는 날이다. 공식 개원일보다 한 달 늦게 개원식을 연 19대 국회는 오랜 기간 정쟁과 파행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도 일할 의원은 일했고, 그렇지 않은 금배지도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입법 활동을 조사·분석했다. 일부 시민단체·언론이 정기적으로 입법 성적을 공개하지만, 대부분 상위권 의원을 발표하는 데 그친다. 본지는 298명 현역 의원 전체의 성적표를 공개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경제 법안과 정부의 청부 입법 실태도 취재했다.법을 세우는 일은 국회 본연의 책무이자 권한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국회 홈페이지에도 정확히 명시돼 있다. ‘법치국가에서 법률은 모든 국가 작용의 근거가 되므로 법률의 제정·개정 및 폐지는 국회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권한이다.’ 임기(1461일)의 3분 1이 지난 19대 국회는 그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권한’을 잘 이행했을까. 어떤 국회의원이 법을 다듬고 고치고 만드는 일을 열심히 했을까.이코노미스트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19대 국회의 입법 활동을 분석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실은 반발했다. “법안 발의건수만으로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물론 법률안 발의·가결 숫자만으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양적 평가에 치우치다 보니 일부 의원들이 법률안 발의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법안의 질적 평가가 배제된다는 한계도 있다.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정활동 평가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100여 개가 넘는 이익집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이나 본 회의 표결 결과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발표할 정도다.때문에 양적 평가라는 한계가 있지만 입법 성적 분석은 가장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의정활동 평가 지표로 활용된다. 또한 입법 활동 우수 의원은 언론·시민단체가 뽑은 국정감사 우수의원, 국회 헌정대상 수상자 등과 이름이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6115건 발의 중 가결은 308건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5월 30일부터 올 9월 30일까지, 국회에 접수된 의원 발의 법률안은 6119건이다. 하루 평균 12.5건, 의원한 명당 20.5건이 발의됐다. 18대 국회의 같은 기간보다 1038건이 더 발의됐고, 지난 국회 전체 발의건수(1만2220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김무성·이완구 의원 발의 건 없어종합적으로 볼 때, 발의 법률안이 50건 이상인 의원은 21명이었다. 열흘에 한 번 꼴로 법안을 낸 것이다. 반면, 백일에 한 번꼴인 5건 이하 의원은 31명이었다. 5선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같은 당 이완구(3선) 의원은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다. 5~7선 중진들의 성적도 나빴다. 7선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6선인 이인제(새누리당)·이해찬(민주당) 의원, 5선인 정세균(민주당)·문희상(민주당)·황우여(새누리당) 의원은 모두 발의 건수가 5건 이하였다.147명인 초선 중에도 입법 성적이 저조한 의원이 많다. 전체 의원 평균인 20.5건 미만인 의원은 61명이다. 이 중 11명은 발의건 수가 5건 이하다. 초선 중에선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건으로 가장 적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내란 음모 협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윤영석(새누리당)·심학봉(새누리당)·김회선(새누리당) 의원은 모두 3건에 불과했다. 가결·대안반영 폐기 성적도 좋지 않다. 초선 의원 발의안은 2875건으로 전체 47%를 차지한다.하지만 가결건수는 108건으로 전체의 35%에 그쳤다. 가결건수가 3건 이상인 초선 의원은 10명이었다. 반면 가결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초선 의원은 87명이나 됐다. 대안반영된 법안이 한 건도 없는 의원은 30명이었다. 문재인(민주당)·안철수(무소속)·이석기(통합진보당)·송호창(무소속)·김재연(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가결+대안반영’ 건수가 0건이다.5~7선 의원 입법 성적 저조69명인 재선 의원 중에는 11명이 ‘가결+대안반영’이 한 건도 없다. 김선동(통합진보당)·김태호(새누리당)·최재천(민주당) 의원 등이다. 3선 의원들 중에서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김우남·주승용·오제세·전병헌·강창일 의원이 ‘가결+대안반영’ 1~5위에 올랐다. 발의건수 상위 20위에도 민주당 의원이 17명 포함됐다. 한선교(새누리당)·조경태(민주당)·유정복(새누리당)·한명숙(민주당)·박지원(민주당)·이완구(새누리당) 등 28명은 가결된 법안이 없었다.4선 이상 의원 중에는 이한구(새누리당)·이낙연(민주당)·김성곤(민주당)·이종걸(민주당)·심재철(새누리당) 의원이 발의건 1~5위에 올랐고 가결·대안반영 성적도 좋았다. 가결률에서는 서병수(새누리당)·신계륜(민주당) 의원이 1~2위를 차지했다. 반면, 이재오(새누리당)·이인제·정세균·문희상·정몽준·김한길·강창희·김무성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중진 의원들은 ‘가결+대안반영 폐기’된 법안이 0건이었다.통합진보당, 입법 활동 부진지역구를 챙길 일이 없는 비례대표 중에도 입법 활동이 부진한 의원이 많다. 역대 국회에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비례대표의 입법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이번 국회에선 사정이 달랐다. 19대 국회 비례대표는 54명. 이 중 28명이 전체 발의 평균인 20.5건에 못 미쳤다.또한 33명은 가결된 법안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의건수 상위 20위 안에 비례대표는 단 3명에 불과했다. 가결 건수가 3건 이상인 29명 중 비례대표는 4명에 그쳤다. 비례대표를 지낸 한 전직 국회의원은 “비례대표만큼 입법 개발을 하기 좋은 자리가 없는데, 그만큼 실력이나 열의가 없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정당별로 보면 민주당이 3018건, 새누리당이 2751건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의원 1인당 평균 24.3건, 새누리당은 16.9건의 법률안을 냈다. 가결건수는 새누리당이 517건으로 민주당(398건)보다 많았다. 비(非)교섭단체에서는 정의당이 통합진보당보다 입법 활동이 활발했다.정의당은 5명의 국회의원이 132건을 발의했다. 평균 26.4건이다. 이 중 1건이 가결되고, 10건이 대안반영 폐기됐다. 의석 6석인 통합진보당은 발의가 34건에 머물렀다. 의원 한 명당 5.7건이다. 가결된 법안은 0건이고, 대안반영 폐기는 3건이다. 7명인 무소속 의원 중에는 강동원 의원이 32건을 발의해 가장 많았다.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 중에는 아예 입법 활동을 멈춘 의원도 있다. 현재 상고심에 계류 중인 의원은 11명. 이들은 모두 2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 받고 상고했다.형사재판 중인 일부 의원 일손 놔공천 청탁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은 무소속 현영희 의원은 그동안 법안 4건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다. 선거기간 중 사조직을 결성·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법안 발의가 3건에 불과했다.그는 2월 2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국회 본 회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기소된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5건을 발의했고,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