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붕어빵에 붕어 없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연전 서점 나들이에서 일본계 미국인 로버트 키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접했다. 1994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2600만권 팔렸다. 10여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베스트셀러였다.

박사까지 마쳤으나 가난한 자신의 아빠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이지만 부자인 친구의 아빠를 대비하면서, 투자와 재테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그의 관점은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담은 지난해 8월 미국 와이오밍 주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면서 금이 갔다. 기획사와 수입 배분 문제로 갈등을 겪은 끝에 260억원의 손해배상이 확정되자, 배상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한 고의적인 행위였다. 개인 재산이 1000억원에 이르러 변제능력이 있었기에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그의 실체는 ‘부자 아빠, 비열한 아빠’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도 자칭타칭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이 있지만 재테크로 돈 번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오히려 재테크 강의와 저술로 돈 번 경우는 많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돈 벌 수 있는 비법을 터득했으면 혼자 조용히 돈 벌면 그만이지 이를 떠들어대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부자들은 떠들지 않는다. 물론 재테크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정보와 가이드라인은 유용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이미지에 걸맞은 실체로서의 성공 경험이나 비법이 뒤따르는 건 아니다. 인생살이의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재테크에서도 중요한 점은 타인의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하지만, 결국 판단과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행복한 삶도 마찬가지 측면을 가진다. 2010년 남편까지 동반해 삶을 스스로 마감한 어떤 분은 생전에 행복 전도사로 유명했다. 인생의 행복은 권리이자 의무라고 설파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보여지는 것과 실재로 존재하는 것은 같지 않다. 다만 문제는 재테크·행복 같은 개개인 삶의 차원뿐만 아니라 공동체 유지의 기본 요건을 이루는 정의·윤리·도덕성 차원에서도 벌어지는 간극이다. 환경·공해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서 이른바 전문가들이 과학적 지식과 근거에 기반하기보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얽매여 목소리만 높이는 선동가로 전락한 것이다.

사회질서 유지를 책임지는 조직의 고위급이 법의 정신을 망각하고 법 기술자로 전락해 복잡한 조문의 허점만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저급한 행태도 곧잘 볼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지식에 기초한 전문적 판단을 서로 신뢰하고, 전문가들은 이에 상응하는 직업윤리와 도덕을 갖추어야 하는데 최근 양상은 다르다.

우스갯소리로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고 한다. 붕어의 외양과 밀가루 빵이라는 실체 사이의 커다란 간극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파산한 재테크 고수, 불행한 행복 전도사, 불의한 법 집행자, 직업윤리를 망각한 전문가들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나름대로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닫게 된다. 세상살이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100% 믿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1210호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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