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화력·원자력 줄이고 풍력·태양광에 힘써 

세계 각국의 녹색산업 육성책 

미국 환경보호국 사상 처음 탄소 배출량 제한 중국은 태양광 산업 지원정책에 힘 실어

▎독일의 한 풍력발전업체 직원들이 수십m 높이의 대형 풍력발전기 위에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의 지난해 풍력발전 용량은 유럽 전체 풍력발전 용량의 약 30%를 차지했다.



국 오바마 정부의 녹색산업 추진에 초록불이 켜졌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10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발전소의 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EPA 최초의 규제안이다. 미국에서 발전소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체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미 연방정부가 발전소의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월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연설에서 미국 내 모든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내놨다.

독일은 기업 에너지 보조금 중단 조짐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가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기존 발전소에 대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석탄 사용을 줄이는 대신 202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을 2배로 확대하는 등 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는 전기요금 상승을 우려해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석탄발전소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토머스 깁슨 미국 철강협회장은 “전기요금이 올라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번 규제는 발전업계를 죽이고 일자리를 잃게 하며 전기요금을 인상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강화된 석탄발전소 규제로 약 48GW(대형 발전소나 파워 그리드의 출력량을 나타내는 단위, 1GW=10억W)의 석탄발전소가 해체될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미국 내 석탄발전소의 신설이 거의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석탄발전소 감소의 공백은 천연가스와 풍력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풍력터빈 설치량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1만2884MW를 기록했다. 반면 올 상반기 설치량은 1.6MW로 급감했다.

올해 초 PTC(재생에너지 전력생산 세금감면제도) 적용조건이 완공에서 착공으로 완화되면서 설치 수요가 올 하반기와 내년으로 미뤄진 탓이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풍력터빈의 9월 발주량은 2735MW으로 8월(485MW)에 비해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미국 시장의 풍력터빈 발주 증가는 당분간 지속돼 전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를 가장 많이 설치한 곳은 유럽이다. 그중에서도 독일의 풍력발전 용량은 지난해 3만1331MW로 유럽 전체 풍력발전용량의 약 30%를 차지했다. 현재 2만3000여개의 풍력발전기가 독일 전역에 설치돼있다. 독일은 향후 30여년에 걸쳐 원자력발전을 전면 폐기하는 내용의 ‘탈 원자력발전 노선’을 취하고 있다. 원자력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풍력이 급격히 성장했다. 원자력·화력 에너지를 풍력발전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은 일부 기업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했다. 이 중 에너지 소모가 큰 기업들은 경쟁력 재고를 위해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연정과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기업에 대한 에너지 보조금을 중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재생에너지(EEG) 법안을 개정하고 기업에 대한 보조금 또한 모두 없애는 논의가 연정 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메르켈의 보수연합은 연정 구성을 위해 에너지 법안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직격탄을 맞게 될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의 쿠르트 복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일 기업에 대한 면세 혜택이 사라지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풍력발전은 초기 설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이 성숙기에 접어든 유럽의 경우 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유럽풍력에너지협회(EWEA)에 따르면 2003년 kWh당 56.4원에서 올해 48.6원으로 낮아지고, 2023년에는 34.8원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브라질은 최근 첫 풍력발전 단지 건설 입찰 결과를 발표하며 녹색산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브라질·칠레 등 남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터키·폴란드 등의 동유럽 등으로 풍력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인도는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 건설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도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강화하며 ‘녹색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자국 태양광 업체의 수출환경 악화를 내수시장 확대로 보전하기 위해 태양광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누적 설치 목표량을 지난해 8월 21GW에서 올 1월 31GW, 7월 35GW로 거듭 확대했다. 올해 누적 설치량이 약 16GW임을 감안한다면 2014~5년 신규 설치량은 약 20GW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최근 중국은 태양광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강화했다. 6월 열린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 가격정책을 정비하고, 분포식 태양광발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전력전량 구매 의무화,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한 부가가치세 50% 환급 등 산업 지원책과 업계 간 인수합병(M&A) 유도 등 구조조정 정책을 내놓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하이무역관의 김명신 연구원은 “이번 지원정책에는 태양광발전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기금규모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태양광발전 확대는 물론 중국 정부의 녹색산업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인도 정부는 9월 세계 최대 규모인 4GW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혔다. 발전소는 국영기업 삼브하르 솔츠가 보유한 93k㎡ 부지에 설치되며 1단계로 2016년까지 1GW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인도는 세계 4위 전력 소비 국가인 동시에 심각한 전력난을 겪는 나라다. 인도 정부는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풍부한 일조량(연 3000시간)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 업체에 보조금과 대여금 지원 등 각종 산업장려정책을 펼쳐 태양광산업을 독려한다.

호주는 지난해 13.1%를 차지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신재생에너지목표치(RET)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현재 개발 중이거나 계획 중인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14GW에 달한다. 올해 초 가정용 태양광발전 가구 수가 100만 가구를 돌파하며 호주 전체 가구의 8분의 1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정부 보조금이 축소됐지만 전기료 인상과 누진세 강화 정책과 맞물려 태양광산업이 활기를 띤다. 모듈 가격이 하락하며 설치비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 몫을 했다.

최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호주 태양광 시장 규모는 2010년 190MW에서 2년 새 1GW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RET 추진과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으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 FIT 시행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

유럽은 2011년 태양광발전 설치량 22GW를 기록하며 전 세계 설치량의 74%를 차지했다. 하지만 재정악화에 따른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이탈리아·독일 등의 설치량이 다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럽 태양광발전 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럽 경기가 부진에서 벗어나며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탈리아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지급 기간을 더욱 확대해 녹색산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영국 에너지부(DECC)는 태양광을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의 핵심으로 채택하며 2020년까지 태양광 발전용량 20GW(발전비중 15%)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태양광발전 프로젝트 입찰을 재개해 시장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7월부터 FIT를 시행하고 있다. 올 4월 태양광 발전 매입 단가를 Kwh당 42엔에서 37.8엔(약 402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 같은 혜택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일본 태양광 시장에 진출에 열을 올린다. 태양전지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용 파워컨디셔너, 시스템 인티그레이터, 컨설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일본에 거점을 마련하거나 일본 기업과 손을 잡았다.

태양 전지 부문에서는 선텍파워와 한화큐셀즈·캐나디언솔라·트리나솔라 등이 진출을 마쳤다. 또한 FIT 개시와 함께 중국의 잉리그린에너지·하레온솔라·레네솔라, 한국 신성솔라, 독일 안타리스솔라, 스페인 이소포톤 등이 일본에 새로 거점을 마련했다. 여기에다 중국 JA솔라가 마루베니·다카시마와 제휴를 맺었고 2차전지나 전기자동차업체인 BYD도 일본에서 태양전지 모듈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컨설팅 사업을 하는 에코플렉서스는 지난해 10월 일본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선에디슨도 같은 해 오사카로 일본법인을 이전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스페인의 대형 자동차 부품 및 에너지 기업인 게스탐프의 태양광 발전부문 게스탐프솔라도 환경경영전략소켄과 제휴해 3년간 300MW급 메가솔라 건설 계획을 세웠다.

세계 시장 1위인 독일 SMA솔라테크놀로지는 지난해부터 본격 진출해 교세라와 IHI 등이 가고시마에 건설하는 70MW급 메가 솔라용 파워컨디셔너 140대를 수주했다. FIT의 지원은 축소된 반면 정부는 주택용 태양광 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일본 시장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기대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분포식 태양광발전: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대규모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소규모로 발전하는 형태. 일반 가정이나 학교·병원·공장·상업시설 등 규모와 관계없이 다양한 건축물에 설치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전력회사가 정부에서 정한 가격과 기간에 전력 생산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를 구입하고 소비자로부터 이용료를 받아 원가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태양광 발전 보급이 가속화하고 있다.

1213호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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