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맥스크루즈·투리스모·벤자 웃고 치퀘첸토·ATS 울었다 

2013년 희비 엇갈린 신차 

2013 신차 판매 목표 달성률 입체 분석 … 40여종 중 3종만 목표 채워



올해 40여종의 신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 데뷔전을 치렀다. 신차 출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목표 판매량이다. 이 숫자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신차가 어떤 고객을 겨냥했고, 어떤 콘셉트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차의 가격을 정하는데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 해가 끝나는 시점에서 올해 출시된 차들은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을까. 틈새시장을 잘 공한 소수의 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목표량에 미달했다. 인지도가 낮고 검증이 안된 신차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치열한 마케팅 전쟁도 들여다봤다.


올 한 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차(부분변경 모델 제외)는 40여종이다. 저마다 판매 목표를 내세우며 야심 차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린 차는 드물다. 낮은 인지도와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모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차도 적지 않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차나 풀체인지 모델은 대박이 나거나 쪽박을 차거나 둘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다”며 “부분변경 모델과 달리 성능이나 안전성에서 어느 정도 확신을 줘야 소비자 지갑을 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를100% 이상 달성한 차는 딱 3종이다. 반면 목표의 20%도 못 채우며 체면을 구긴 차도 여럿 있었다.

부분변경 모델을 제외한 신차와 풀체지 모델을 상대로 목표달성률을 계산했다. 모델을 동일한 조건에서 살피기 위해 출시 당시 회사가 밝힌 판매 목표와 1~10월까지 제 판매량의 월 평균수치로 비교했다. 판매 목표를 밝히지 않은 차와 목표가 월 20대 미만인 차는 순위에서 제외했다. 9월 이후 출시된 차도 표본자료가 너무 작아 제외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출시된 차는 본격적 판매가 올해부터 이뤄졌다는 점에서 2013년 신차로 분류해 넣었다. 총 20대의 신차로 순위를 매겼다.

성능·안전성 검증돼야 지갑 열어

분석 결과 현대자동차 맥스크루즈, 도요타 벤자, 쌍용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만 목표의 100% 이상을 달성했다. 모두 세그먼트가 뚜렷한 차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맥스크루즈와 코란도 투리스모는 7인승 이상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벤자는 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 레저와 캠핑 수요가 늘면서 SUV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이들의 판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차는 이미 시장을 장악한 차와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목표를 달성한 차들은 비교적 경쟁자들이 적은 시장에 무혈입성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특히 코란도 투리스모의 선전이 돋보인다. 이 차는 맥스크루즈나 벤자와 달리 쌍용차의 주력 모델 중 하나다. 올해 쌍용차 전체 판매량의 17.2%를 차지했다. 쌍용차는 올해 지난해 대비 34%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는데 코란도 투리스모의 공이 컸다.

풀체인지 모델로 전작의 명성을 적절히 활용한 차도 있었다. 폴크스바겐의 7세대 골프가 대표적이다. 골프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해치백 돌풍을 일으킨 독일 디젤차다.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잘 안 팔릴 것 같은 차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검증된 모델로 통한다. 엔진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시켜 7월 출시한 7세대 골프는 초반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출시 첫 달인 7월에 1058대를 시작으로 월 평균 778대를 팔며 목표의 93.4%를 달성했다.

10월 347대 판매로 초반 기세가 꺾인 게 흠이지만 비교적 무난한 성적을 올렸다. 포드 링컨의 신형 MKZ도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링컨’이라 부를 만큼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준 모델이다. 9월 잠깐 판매량이 급감했다가 10월부터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다. 목표의 87.5%를 달성했다.

독일 대표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폴크스바겐이 국내에 새롭게 들여온 모델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아우디는 올 1월 A5 스포츠백을 출시했다. 뒤를 길게 만들어 실용성을 높이고 디자인은 쿠페 스타일로 만든 차다. 카테고리상 왜건이지만 국내에서 왜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왜건’을 언급하지 않는 마케팅을 펼쳤다. 실용성과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엇보다 꾸준히 잘 팔린다는 점에서 아우디의 효자 차량이 됐다. 1월(93대)과 3월(74대)을 제외하고는 매달 100대 이상을 팔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골프의 경쟁 모델로 들여온 소형 해치백 A시리즈도 시장에 무난하게 안착했다. 6월까지는 지지부진하다가 7월부터 판매가 급격히 늘었고 10월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경쟁 모델인 신형 골프가 출시되기 전까지 고민을 하던 고객이 7월 골프 출시 이후 A클래스로 몰렸다”며 “무엇보다 갈수록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출시된 폴크스바겐 모델 중 가장 작은 차인 폴로는 월 평균 169대를 팔았다. 낮은 가격으로 독일 디젤차의 탄탄한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는 차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눈물을 흘린 차도 있다. 일본 혼다의 신차 성적표가 신통치 않았다. 혼다는 지난해 상반기를 뚜렷한 신차 없이 버텼다. 판매량 감소로 시장에서 고전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인정하고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어코드를 시작으로 크로스투어·파일럿·오딧세이 등을 잇따라 국내에 선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70% 미만의 목표 달성률을 기록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끈 어코드의 성적표가 실망스럽다.

올 상반기 일본 대표 브랜드 간의 중형 세단 경쟁은 업계의 중요 관전 포인트였다. 도요타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가 주인공이다. 모두 각 브랜드의 간판 모델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지난해 수입차 베스트셀링 순위 2위를 기록한 도요타 캠리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닛산 알티마와 혼다 어코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 차 모두 씁쓸한 결과를 얻었다.




A5 스포트백, 골프, A클래스 무난한 출발

캠리가 3954대를 팔아 세 대 중에서는 우위를 보였지만,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급감해 올해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크게 하락했다. 어코드는 2293대를 팔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알티마는 1694대를 팔아 체면을 구겼다. 어코드의 목표 달성률은 68.8%다. 혼다의 다른 신차 성적도 좋지 않았다.

크로스투어·파일럿·오딧세이 비슷한 콘셉트의 SUV라 모두 좋은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레저 열풍으로 SUV 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한 브랜드의 차 세 대가 동시에 점유율을 높일 만큼 수요가 많은 시장은 아니다. “혼다가 마케팅 역량을 소수에 모델에 집중하는 게 좋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피아트는 16년 만에 국내 복귀를 선언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소형차 500(치퀘첸토)과 7인승 SUV 프리몬트를 앞세워 월 200대 이상을 팔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두 차 모두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탈리아 감성의 개성 강한 모델로 기대가 컸던 치퀘첸토는 10개월 동안 33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프리몬트는 나름 괜찮은 차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치퀘첸토에 마케팅을 집중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다. 66대밖에 팔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치퀘첸토와 프리몬트의 목표 달성률은 20%다.

목표량 70% 이상은 달성해야 합격점

국산차 중에서는 한국GM 트랙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다. 트랙스는 1400cc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한국GM에서 가장 기가 큰 모델이었다. 그간 없었던 소형 SUV 시장을 열어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 비싸고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GM은 경쟁 모델인 현대 스포티지나 쌍용 코란도C보다 작고 경제적인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출시와 동시에 연일 인터넷 자동차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의 높은 관심이 구매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월 1500대를 팔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6월 이후 월 판매량이 55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더 떨어지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다. 같은 콘셉트로 정면 승부를 펼칠 예정인 르노삼성 QM3가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트랙스와 QM3를 놓고 고민하던 소비자가 비교 후 QM3로 몰린다면 시장에서 완전 도태될 수 있어 한국GM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아예 판매 목표를 밝히지 않은 차들도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모델이라서’ ‘판매 목표는 회사 내부 대외비라서’ ‘목표를 밝히기 힘들 정도로 판매량이 작은 차라서’ 등이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결과는 대체로 좋지 않은 쪽으로 모였다. 뒷좌석 적재 공간이 작다는 BMW 3시리즈의 단점을 보완한 그란투리스모(GT)만 월 평균 61대를 팔았을 뿐 나머지는 월 30대를 팔기가 힘들었다.

BMW 미니 컨트리맨의 3도어 모델 페이스맨은 8개월 동안 185대를 팔았다. 같은 모델에 문만 두 개 더 달린 컨트리맨은 같은 기간 1693대를 팔았다. BMW 미니 입장에서 굳이 들여오지 않아도 될 모델을 들여온 셈이다. 볼보가 많은 공을 들인 소형 해치백 V40, 메르세데스-벤츠의 왜건 모델인 슈팅브레이크도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신차의 성공을 가늠하는데 판매 목표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송상훈 교보생명 애널리스트는 “자동 브랜드는 차의 콘셉트, 시장의 경제적 상황, 표적 수요층, 어떤 기능을 넣고 뺄 것인지, 자사에서 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두 고려해 판매 목표를 정한다”며 “판매량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상황이나 자사 제품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효율적 마케팅을 펼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예상 판매량보다 목표를 조금 높게 잡는 경향은 있지만 목표의 70% 이상은 꾸준히 달성해야 성공적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최근 많은 신차가 출시되면서 신차효과를 보는 기간이 짧아졌는데 초반 목표량 달성에 실패하며 처지기 시작하면 판매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1215호 (2013.12.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