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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7인승 SUV 맥스크루즈 어정쩡한 카렌스 판매도 어정쩡 

2013 신차 Hot & Cold 

‘왜건=짐차’ 인식 바꾼 도요타 벤자 … BMW3 잡는다던 ATS 호언 공염불




“어느 정도 기대는 있었지만 이렇게 잘 팔릴 줄은 몰랐다.” 맥스크루즈의 선전을 바라보는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말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직접 보면 ‘아, 저 차가 맥스크루즈였어?’라고 할 정도로 익숙한 모델이다.

맥스크루즈는 싼타페의 길이를 20cm 늘리고 뒷부분의 디자인을 바꾼 차다. 2.2L 디젤엔진을 장착해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3월 출시 당시에는 ‘싼타페를 뻥튀기 한 모델’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실제 해외에는 ‘싼타페 롱바디’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내수 침체가 길어진 탓에 현대자동차도 연간 판매 5000대라는 다소 보수적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뻥튀기의 효과는 컸고, 없어서 못 파는 차가됐다.


입소문 타며 반전 성공한 벤자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 중에서 흔하지 않은 7인승 모델이라는 점과 큰 덩치에 비해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각종 고급 사양을 넣어 프리미엄 SUV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전략도 주효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레저 열풍으로 올 한해 SUV 차량이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 맥스크루즈가 그 덕을 많이 봤다”며 “7인승 SUV라는 장점을 잘 살리고 적절한 가격을 책정해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고 말했다.

출시 두 달만에 3500대를 계약하며 승승장구했다. 목표 5000대는 이미 8월에 달성했다. 본격적 레저철인 7월 1610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다. 4월 주말 특근수당을 놓고 노사갈등이 생기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지만 않았다면 더 많이 팔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도요타 벤자는 올 한 해 356대가 팔렸다.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판매량인 것은 분명하다. 벤자의 세그먼트가 왜건이기 때문이다. 왜건은 세단의 앞부분과 승합차의 뒷부분을 합쳐 놓은 차를 말한다. 세단처럼 편하게 운전하면서 뒤에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거리 이동이나 여행이 많은 북미에서는 인기가 좋은 세그먼트다. 유독 국내에서 왜건은 찬밥 신세다. 투박한 디자인 탓에 ‘짐차’라고 불린다. 벤자는 왜건 불모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말 출시하며 “도요타 차의 다양성을 알리는 의미에서 월 30대 이상 꾸준히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소박한 목표도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만큼 국내에서 왜건은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왜건으로 분류되는 아우디 A5 스포트백이나, 메르세데스-벤츠 슈팅브레이크도 국내에 들어오면서 차량 소개에 ‘왜건’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뺐을 정도다.

3월까지 벤자는 월 평균 11대를 팔았다.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실패한 모델의 길을 걷는 듯 했다. 하지만 4월 51대를 팔면서 반전에 성공했고 6월 71대로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30대 이상을 꾸준히 팔며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벤자는 실용성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고급스럽다. 장점이 많은데 인지도가 낮고 왜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고전했다. 봄부터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알리기에 나섰다. 이후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차량 판매 극적 반전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도요타 관계자의 말이다.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일까. 현대자동차가 맥스크루즈로 웃었다면 기아자동차는 카렌스로 울었다. 맥스크루즈보다 보름 늦게 출시된 신형 카렌스는 6년 만에 풀체인지 한 모델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미니밴에서 세단의 느낌을 더했다. 사이즈를 줄이고 디젤모델을 추가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연말까지 2만1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울 만큼 기대가 큰 차였다. 출시 행사에서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카렌스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세그먼트는 없으며, 억지로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지도 않았다”며 “성능·연비·가격·효율성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최근 소비 트렌드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차”라고 강조했다.

모든 부분이 완벽하다는 설명과는 달리 카렌스는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장점을 갖지 못한 차가 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밴도 승합차도 세단도 아닌 어정쩡한 모델로 확실한 표적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형 SUV 시장 공략이라는 뚜렷한 목표가있었던 맥스크루즈의 선전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출시 9개월이 지난 카렌스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월 2100대씩 팔겠다는 차가 월 830대 수준으로 팔렸다. 4월 1512대를 팔며 출발은 좋았지만 금새 기세가 꺾였다. 5월 이후에는 한 번도 1000대 이상 팔지 못했다. 신차효과마저 사라져가는 시점이라 기아자동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캐딜락 ATS의 올해 판매목표는 800대, 경쟁모델은 BMW 3시리즈다.” 올 뉴 ATS 출시를 알리는 행사에서 장재준 GM코리아 대표의 말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장 대표가 내세운 목표는 지난해 캐딜락 전체 판매량 475대를 뛰어넘는 숫자였고, BMW 3시리즈는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델 중 하나였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GM코리아는 자신감이 넘쳤다.

ATS는 그만큼 장점이 많이 모델이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라는 콘셉트로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1998cc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6kg.m으로 독일 디젤 세단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이 됐다. 10월까지 71대를 파는데 그쳤다. 5월과 7월을 제외하고는 판매량 10대를 넘긴 달도 없었다.

인지도 낮은데 가격은 높고…

ATS가 출사표를 던진 준중형 시장은 가장 많은 차들이 몰리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세그먼트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폴크스바겐 골프 등 강자가 버티고 있다. 4750만~5550만원의 높은 가격도 문제다. 가격대로는 국산 중대형 차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소비자들이 수많은 가능성을 두고 굳이 ATS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출시 초반 적극적 마케팅을 펼쳐 인지도를 올려야 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GM코리아는 최근 ATS 구매 시 3년 후 가치 50%를 보장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도요타 벤자처럼 반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1215호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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