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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빙벽 오르고, 얼음물에 풍덩 

올 겨울 핫 트렌드 ‘스릴(THRILL)’ ⑥ 극한(Limit) 

위험한 만큼 희열 강렬 … 극한스포츠 관련 시장도 커져

▎서울 우이동의 인공 빙벽장에서 동호회원들이 얼음 벽을 오르고 있다.



서울 우이동의 인공 빙벽장. 동호인들이 가느다란 로프 하나에 의지한 채 아찔한 높이의 수직 얼음 벽을 오른다. 아이젠의 강철 스파이크가 얼음을 콕콕 찍을 때마다 얼음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미끄러지길 여러 차례. 금세 가쁜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삭신이 쑤셔온다.

흠뻑 땀 흘리고 난 뒤 드디어 정상에 올랐을 때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빙벽등반 동호회원 김상경(45)씨는 “아이스바일(빙벽을 찍는 장비)을 얼음에 찍을 때의 타격감이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싹 날려준다”며 “지금은 실내 빙벽장에서 연습하지만 곧 폭포가 얼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극한스포츠가 각광 받는다. 새로 개설되는 관련 동호회와 회원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극한스포츠는 위험을 무릅쓰고 고난도의 운동을 하거나 여러 가지 묘기를 펼치는 레저스포츠를 통칭한다. 모험을 즐기므로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라고도 한다. 특히 겨울은 극한스포츠의 계절이다. 눈과 얼음이 있는 겨울에는 더욱 아찔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극한스포츠 트렌드와 관련해 코오롱 등산학교 원종민 교수는 “인간은 능력을 끊임 없이 향상시키려는 본능을 지녔다”며 “인간의 체력·체격·기술이 좋아지면서 극단적으로 더 어렵고 힘든 것에 도전하는 경향이 극한스포츠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 정보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참여 스포츠, 개성 있는 개인스포츠, 탈규격화 스포츠, 에너지 저의존 스포츠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겨울철 극한스포츠는 빙벽 등반이다. 얼음으로 덮인 겨울 폭포를 오르는 빙벽 타기는 겨울산의 절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도입 초기인 1980년대 초반에는 고난도의 등반을 즐기는 매니어의 전유물이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장비의 개발과 보급으로 대중에게도 많이 퍼졌다.

빙벽 등반은 일반 암벽 등반과는 달리 장비를 쓰기 때문에 신체가 벽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익숙한 감각이 전달되지 않는 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암벽은 체중을 지탱해줄 바위의 변형이 적다. 반면 빙벽은 변형이 쉽고 얼음의 종류와 특징도 다양하다. 따라서 초보자들은 경사면과 빙질을 고려해 자신의 수준에 맞는 빙벽을 골라 등반해야 한다.

초급자라면 서울 북한산 구천은폭, 강원 철원 명성산 바름폭포, 서울 수락산 은류폭포, 경기 가평 운악산 무지개 폭포가 도전할 만하다. 고급 단계 빙벽은 설악산에 몰려있다. 토왕성폭포·대승폭포·소승폭포·소토왕폭포·개토왕폭포가 우리나라의 5대 빙벽으로 불린다. 이중 소승폭포가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의 인공 빙벽장에서 등반할 수도 있다.

초급용 빙벽 장비 구입비 300만원선

빙벽 타기는 균형감각이 좋은 사람이 팔다리 힘이 강한 사람보다 유리하다. 전신의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 운동이라 균형 있는 몸매를 가꾸는데에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부상의 위험 때문에 섣불리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헬멧을 비롯한 피켈과 아이젠, 빙벽화와 장갑 등의 빙벽 장비는 반드시 구비해야 하며 기초교육도 꼭 받고 빙벽을 올라야 한다. 초기 장비 구입비용은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보통 300만원 수준이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다른 극한스포츠로는 겨울바다 수영과 아이스다이빙이 있다. 겨울 바다는 대부분 해수욕이 금지되기 때문에 수영을 할 수 없지만 부산 해운대의 ‘북극곰 수영대회’ 등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이 행사에는 매년 2000여명의 참가자가 몰린다. 다음 북극곰 수영대회는 내년 1월 12일에 열릴 예정이다.

아이스다이빙은 말 그대로 얼음을 깨고 들어가 다이빙을 즐기는 극한스포츠다. 얼음 위에서의 안전을 위해 얼음 두께가 최소 15cm 이상인 곳에서 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부 이북 지방에서 실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시기는 1월 중순부터 2월까지가 적당하고,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가 적당하다. 계절·지역·시간 등이 까다롭지만 그만큼 색다르면서도 강렬한 경험을 준다는 게 다이버들의 말이다.

아이스다이빙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잠수복으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드라이슈트(dry suit)를 착용한다. 일반 산소보다 따뜻한 아르곤 가스를 슈트에 주입하고 입수한다. 국내 아이스다이빙의 경우 수심 10m 미만의 민물이기 때문에 부유물로 인해 입구를 찾기 힘들다. 일반 다이빙에 비해 위험한 만큼 충분한 다이빙 기술을 익혀야 한다. 얼음 판에 일정한 간격으로 만드는 안내선과 팔목에 묶는 생명줄은 필수다. 체력 소모가 심해 잠수 시간은 20분 정도로 길지 않다.

이런 극한스포츠는 동호회를 통해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개인이 따로 배우기 어렵고 장비도 비교적 고가인 때문이다. 장비 구매도 동호회를 통해 단체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극한스포츠를 시작할 때는 인증된 기관이나 단체에서 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후죽순 생기는 동호회 중에서 정식 강사가 아닌 사람에게 배울 경우 부상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극한스포츠 유행으로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눈에 띄는 것은 1인칭 시점의 동영상을 찍는 액션캠코더(액션캠) 시장이다. 헬멧·팔·자전거 등에 부착할 수 있는 초소형 캠코더로 유럽·북미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과 함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액션캠 시장은 지난해 대비 2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객관적인 시장규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국내 액션캠 시장을 50억 규모로 추산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로 성장해 1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겨울철에 가능한 극한스포츠가 다양해 본격적인 도입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217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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