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팍팍한 일상 추억에 응답 

2013 한국인의 삶 바꾼 히트상품 - 응답하라 1994 

30~40대 주축으로 전 세대 공감 ... 의류·식품업계 복고 마케팅 촉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



‘응답하라 1994’에 대한민국이 응답했다. 일명 ‘응사’로 불리는 ‘응답하라 1994’는 지방에서 온 대학 94학번 새내기들의 눈물겨운 상경기를 다룬 드라마다. 10월 18일부터 두 달 간 tvN에서 방영했다. 매회 10%에 육박하는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을 보이며 방송가에선 ‘대박’ 작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1990년대 초반 대중문화계 키워드였던 서태지와 아이들, 농구대잔치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아 현재 30~40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에 삽입된 음악이 각종 음반 차트를 휩쓸기도 했다. 그룹 더 블루의 1992년 히트곡 ‘너만을 느끼며’는 올해 다시 방송에서 울려 퍼졌다. 서태지도 자신의 노래 중 처음으로 ‘너에게’의 리메이크를 허용했고 이 노래 역시 드라마 OST로 발표돼 하루 만에 9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응답하라 1994’의 인기는 복고 열풍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20년 전 유행한 의류와 패션소품 판매가 늘었다. G마켓에 따르면 11월 17일부터 한 달 동안 복고 의류와 잡화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멜빵 바지와 야구 점퍼가 각각 23%, 43% 증가했다. 복고풍을 대표하는 ‘청청 패션’의 청재킷과 청조끼는 각각 137%, 125%씩 늘었다. 1990년대 패션 아이템으로 빼놓을 수 없는 캔버스화 판매량도 같은 기간 126% 증가했다.

옥션에서는 남성 구제 청바지 판매가 작년보다 75% 증가했다. 인터파크에서는 1990년대 의류와 소품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고, 달고나 세트·쫀드기·아폴로 등 군것질 상품은 24% 신장했다. G마켓 관계자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199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는 복고패션이 30∼40대 고객뿐 아니라 20대 사이에서도 유행했다”며 “그 시절의 감성을 이끌어 내는 아이템이 패션 업계 아이콘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도 ‘응답하라 1994’를 이용한 각종 마케팅을 펼쳤다. 롯데제과는 당시 제품이었던 꼬깔콘·빼빼로·가나초콜릿 등 9개 제품의 포장디자인을 1990년대 판매될 당시 모습으로 재현했다. 포장에는 ‘응답하라 1994 스페셜 에디션’ 로고를 삽입했다. 동서식품도 이 드라마 장면을 담은 광고를 선보이며 복고 열풍에 편승했다.

농구대잔치 공식음료인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는 농구대잔치가 다시 주목을 받자, 다양한 스포츠행사에 적극 나서며 마케팅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복고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등장하는 옛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제품 매출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를 활용한 업체들의 마케팅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옛 영화 재개봉 바람도 불었다. 롯데시네마는 11월 ‘리마스터링 명작 열전’을 열었다. 리마스터링은 필름 영화의 화질을 조절해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 기획전을 통해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과 ‘레옹’ ‘8월의 크리스마스’ 등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명작을 주요 상영관에서 선보였다. 메가박스는 ‘영화, 연애를 담다-연애담’이라는 주제로 ‘봄날은 간다’ ‘접속’ ‘클래식’ 등 1990년대 한국 대표 멜로 영화 5편을 상영했다.

이성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중문화에서 시작한 복고 열풍은 1990년대 청년기를 보낸 지금의 30∼40대들이 이제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이 왕성한 세대가 된 점과 무관하지 않다”며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경제 불황도 자연스레 ‘좋았던 그 시절’을 불러오는 데 한몫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218호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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