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나만의 조리법 ‘모디슈머(Modify+Consumer)’ 열풍 

2013 한국인의 삶 바꾼 히트상품 - 짜파구리 

짜파게티·너구리 매출 급증 … 골빔면·스팸뽀글이 등 후속작 줄 이어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조리한 ‘짜파구리’는 올해 식품업계 최대 화두였다.

인터넷 블로거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을 탄 비법이었지만 올 초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조리법이 소개되며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짜파구리의 인기는 원재료인 짜파게티와 너구리, 두 제품의 매출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두 제품의 올 상반기 매출은 약 1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나 늘었다.

짜파게티는 누적 매출 725억원을 기록해 1984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농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월 매출 100억원을 넘긴 제품은 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안성탕면뿐”이라며 “방송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진 짜파구리 조리법의 인기가 제품 판매와 직결됐다”고 분석했다.

짜파구리의 선전은 ‘모디슈머’ 열풍을 불러왔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Modify’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를 합쳐 부르는 말로 소비자 자신만의 레시피(요리법)로 만들어 먹는 사람을 뜻한다. 짜파구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로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를 만든 소비자가 늘었다. ‘골빔면’(골뱅이+비빔면), ‘스팸뽀글이’(라면+스팸) 등이 대표적이다. 짜파구리의 후속작은 ‘사천짜파구리’다. 짜파게티의 매운맛 버전인 사천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해 매운맛을 한층 살린 사천짜파구리가 연이어 인기를 끌었다.

모디슈머 조리법이 뜨면서 업체들도 발 빠르게 모디슈머 마케팅에 나섰다. 업체들이 회사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직접 개발한 조리법을 차례로 공개하고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라면시장은 지난 수십 년 간 제품별 시장 점유율 순위 변동의 거의없었다. ‘부동의 1위’인 농심 신라면을 비롯해 상위권을 차지하는 제품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농심이 9월, 한국 라면 출시 5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2013 전국 라면 인기지도’에 따르면 신라면은 전국 평균 14.9%(올해 1~7월 AC닐슨 분석 자료)를 차지해 1위를 굳게 지켰다. 지난해 서울·경기·충북에서만 2위를 차지한 짜파게티는 짜파구리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충남·강원·전북에서도 2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짜파구리 등장으로 시장이 요동쳤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선호도가 잘 바뀌지 않아 그동안 신제품을 내놔도 큰 변화가 없었다”며 “그러나 (짜파구리 열풍을 보며)라면이 대중적인 제품인 만큼 SNS나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슈가 매출로 직결된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농심은 안성탕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안성탕면 레시피 공모전’ 수상작을 제품 패키지와 광고에 반영했다. 소비자가 직접 개발한 안성탕면 이색 레시피를 소재로, 크림 파스타 느낌을 살린 ‘투움바 안성탕면’과 바지락 국수맛을 낸 ‘바지락 부추 안성탕면’등을 광고에 내보냈다. 이 레시피를 멀티팩 포장지에도 적용해 재료와 조리법을 포함해 레시피를 개발한 수상자의 이름과 캐리커처 등을 실었다.

팔도와 오뚜기는 최근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해 모디슈머 공략에 나섰다. 서포터즈들은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신제품 개발과 주요 마케팅 과정에 참여했다. 업체 관계자는 “짜파구리의 인기가 모디슈머 열풍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마케팅 방식까지 바꿔놨다”며 “소비자의 의견을 제품 개발과 마케팅 과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참여 마케팅’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1218호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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