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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보다 선진국, 채권보다 주식 

‘포스트 이머징’ 시대 돈 벌려면… 

미국보다 유럽 증시 선전 기대 … 신흥국은 그나마 한국·대만이 유망



2014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靑馬)의 해’다. 힘차게 뛰는 말처럼 내 돈도 확 불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전문가 조언을 들어보자. 2014년 국내외 경제회복세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같은 불안 요인을 감안할 때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독일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돈 벌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신흥시장은 한국·대만 정도를 빼곤 예전만큼 매력적이진 않을 것 같다. 은행·증권·보험사의 대표적인 자산관리·경제 전문가 10인에게 2014년 돈 버는 지름길을 물었다.


“2014년에는 신흥국보다 미국·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유럽 증시는 저점을 통과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자산관리·경제 전문가 10인의 2014년 투자전략이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같은 긴축완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유럽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특히 영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유로존에서 가장 빨라 유망하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회복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 제조업 지표 호전과 부동산 경기 상승에 따른 가계소비 증가 효과로 상황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경기가 회복되면서 미국 증시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지칠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13년 12월 18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밝히자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달 850억 달러의 양적완화 규모를 2014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줄이기로 했지만 규모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데다 불확실성이 사라진 게 호재로 작용했다. 신동석 센터장은 “그간 악재로 작용한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미국 경제성장률 상향 가능성도 커지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유럽도 재정위기 국가들인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가 하나 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받은 유럽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졸업’을 선언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제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한 때 15%까지 치솟은 아일랜드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3% 중반으로 떨어졌다. 스페인도 2014년 1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3년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년 만에 플러스를 기록한 게 자신감의 배경이다. 스페인의 IBEX35지수는 2013년 한 해 동안 20% 넘게 올랐다.

글로벌 증시 매력도 유럽>북미>일본>아·태

전문가들은 2014년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이들 나라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선진국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조용준 센터장은 “그동안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 쪽으로 흘러갔지만 앞으로는 선진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채권 같은 안전자산보다 주식 등의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선진국에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 민감주인 소비재 종목이나 에너지·유틸리티 관련 종목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이미 많이 오른 미국보다 유럽 증시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유로존 제조업 체감경기는 2013년 11월 2년 6개월 이내에 최고 수준으로 회복됐다.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최악을 벗어나 확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KDB대우증권이 자체 분석모델을 이용해 글로벌 증시의 투자 메리트를 분석한 결과 유‘ 럽>북미>일본>아시아·태평양’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지현 하나은행 골드클럽 영업1부 센터장은 “경기가 살아나는 유럽이 미국보다 투자 측면에서 좀 더 매력적”이라며 “경기지표도 개선될 여지가 커서 유럽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권했다.

국채 투자 매력도 미국보다 유럽이 더 높은 편이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핌코의 앤드류 볼스 유럽투자 부분 전무이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비중을 키우고 있다”면서 “ECB가 이들 국채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2년 7%대에서 최근 4%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도 최근 고객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서 남유럽 국채에 투자하는 게 미국 국채보다 더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 국채 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영향으로 출렁거림이 있지만, 남유럽 국가는 긴축정책을 완화하면서 국채 금리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2월 18일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884%다.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진국 전망이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밝지만 악재가 없는 건 아니다. 2014년 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고 채권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지면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미국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 역시 실패할 경우 더 깊은 디플레이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여전히 높은 남유럽 국가의 부채비율도 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타할 수 있는 뇌관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다소 살아나더라도 갈 길이 멀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일부 신흥국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브라질·인도 양적완화 축소에 취약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신흥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달러를 거둬들이면 신흥국에 투자된 달러 회수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기 때문이다.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 입장에선 달러가 빠져나가면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신흥시장 가운데 터키·인도네시아·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5대 취약국으로 꼽았다.

다만 신흥국 시장에서도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조재영 부장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한국·중국·대만 등은 선진국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다른 신흥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 투자 비중을 키우면서 한국·대만 등의 투자 비중도 어느 정도 가져가는 게 위험분산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양적완화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

1219호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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