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D)프린팅으로 작은 아이디어를 많이 시험해 보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작은 회사나 개인이 시제품을 소량으로 만들어 시장에 판매해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면, 그들이 감수할 재정적 위험은 훨씬 줄어든다. 3D프린팅 덕에 새로운 벤처기업들은 엄청난 규모의 기계나 인프라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진다.’호드 립슨 미국 코넬대 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3D프린팅의 신세계』 중 일부다. 누구나, 어디서든, 저렴한 가격으로, 상상하는 그 무엇이든 프린트(제조)할 수 있는 시대. 3D프린터가 ‘제3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3D프린터는 3차원 설계도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가루, 고분자 복합소재, 금속 성분 등을 이용해 입체적인 조형물을 만드는 프린터를 말한다. 이미 제트기·자동차·로봇 부품을 비롯해 스마트폰 커버, 초콜릿, 인공 뼈, 스피커, 의료용 수술기구, 햄버거 패티, 전자악기, 칫솔 등이 3D프린터로 제작됐다.3D프린터는 사실 30년 전 등장한 ‘올드 테크놀로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신제품·신기술을 내놓으면서 인터넷 출현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기술로 각광받는다. 1월 7일 개막한 ‘CES 2014’에서도 3D프린터는 웨어러블 컴퓨터와 함께 가장 주목을 받았다.3D프린터 시장은 올해 대중화 원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3D시스템즈가 보유한 3D 프린팅 기술인 SLS(선택적 레이저 소결) 방식 특허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SLS방식은 분말 형태의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레이저로 가열해 소결·응고시키는 방식으로 이미 대중화된 FDM(수지압출방식)보다 더 정교한 제품을 찍어낼 수 있는 고급 기술이다.과거 FDM방식 특허가 만료되면서 수 백만원 대 저가 제품이 쏟아진 것처럼 SLS 특허 만료로 현재 수 억원대에 이르는 산업용 3D프린터 가격이 내려가면서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D시스템즈코리아 백소령 부장은 “올 1월 말 SLS 특허가 만료되면 3D프린터 산업 생태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IT 시장조사회사인 가트너는 ‘소비자 및 기업용 3D프린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10만 달러(약 1억650만원) 미만 보급형 3D프린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75% 성장한 9만7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2014년부터 본격적인 가격 파괴가 일어나 2015년에는 주요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3D프린터를 판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 회사인 훌러스어소시에이츠는 세계 3D프린팅 시장 규모가 지난해 22억 달러에서 2015년 37억 달러, 2019년에는 65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3D프린터 가격 파괴는 이미 시작됐다. 국내외에서는 저가 보급형 3D프린터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미국 최대 3D프린터 기업인 메이커봇이 ‘2014 CES’에서 선보인 미니 3D프린터 가격은 1375달러로 책정됐다. 우리 돈으로 150만원이 안 된다.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가 올 초부터 판매하는 보급형 3D프린터 ‘윌리봇MS’은 185만원이다.미국 IT전문매체인 씨넷은 최근 캐나다의 한 벤처기업이 레이저 방식의 10만원대 3D 프린터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대기업의 시장 참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국내에선 일부 벤처기업과 신도리코 정도가 관련 제품을 내놨는데, 삼성전자와 KT 등 대기업이 곧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을 정책도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1분기 중 3D프린팅산업 발전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