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인류의 역사 바꾼 기술·발명품 

지식·사상의 확산 이룬 인쇄술 … 의학 발전에 기여한 X-레이·고어텍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해마다 ‘올해 최고의 발명품’ 목록을 발표한다. 지난해엔 장애로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다리 바깥쪽에 장착해 스스로 걷게 도와주는 첨단 장치인 ‘리워크’가 뽑혔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3~4년 안에 지어질 세계 최초의 투명 고층빌딩도 눈에 띈다.

몸 속에 칩을 넣어 웹사이트나 인터넷 뱅킹에 접속할 때 자동으로 본인 인증을 해주는 ‘비밀번호 알약’과 입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3차원(D) 펜 ‘3두들러’도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신기술이 돋보이는 발명품은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든다.

다리가 마비된 사람이 걸을 수 있고, 허공에 펜을 대고 그림을 그리면 입체적인 작품이 되는 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면, 인류 역사를 바꾼 기술·발명품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 테크미디어네트워크가 운영하는 과학 전문 웹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가 선정한 ‘세상을 바꾼 10대 발명품’ 목록을 토대로 알아봤다. *참고 자료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인쇄술 = 글쓰기의 발명은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책을 만들기 어려워 일반인이 책을 접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 그나마 나온 책도 대부분 종교적인 내용으로, 교회 서기관이 라틴어를 필사한 것에 그쳤다. 이런 책은 성직자들과 귀족들만 읽었다.

‘정보의 독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지식과 사상이 확산된 건 인쇄술이 나오면서부터다. 인쇄기의 초기 형태는 한쪽 면에 볼록한 글자가 새겨진 목판이었다. 이 목판이 틀 안에 배열돼 종이로 누르면 글자의 모양이 나타나는 식이다. 그러나 재질의 특성상 마모가 쉬웠고, 많은 사본을 생산하기란 불가능했다. 글자와 삽화를 위해 새로운 목판을 제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던 1450년. 독일 인쇄업자 요한네스 구텐베르크는 금속합금 주물로 만든 글자를 단어로 조합한 후 고정시켰다. 이는 동일한 페이지를 수백 장 인쇄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했다.

책의 제작이 수월해지자 좀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이후 구텐베르크는 유성 잉크를 도입해 더욱 선명한 인쇄물을 만들었다. 그의 인쇄술은 오늘날 인터넷 탄생에 필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초기 평상형 인쇄판은 윤전 인쇄기로 대체됐다. 20세기 말경에는 자료가 컴퓨터에서 인쇄판으로 직접 전송되는 CPT 기술이 개발돼 보급됐다.

◇내연기관 = 내연기관은 연소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왕복 운동형 기관을 뜻한다. 제트엔진·로켓·가스터빈 등의 연속적인 연소기관도 내연기관에 속한다. 영국 발명가 새뮤얼 몰랜드는 17세기에 화약을 사용해 물 펌프를 가동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최초의 기초적인 내연기관으로 불리지만 압축기가 없는 형태의 기관은 1974년 로버트 스트리트가 개발했다. 이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뒤 카를 벤츠는 4행정 기관을 설계해 자동차에 장착했다.

가장 흔한 내연기관은 4행정기관과 가솔린기관, 꽃점화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들은 자동차와 트럭·모터사이클·보트 등에 사용된다.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와 기관차에서도 기동 추진제로 쓰인다. 내연기관 기술은 자동차·항공산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화 = “놀라운 발명품이다. 그러나 누가 그것을 사용하기를 원하겠는가?” 러더퍼드 헤이스 전 미국 대통령은 1870년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개발한 전화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헤이스 대통령은 의문을 품었지만 전화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과학자인 벨은 전신기를 개선할 방법을 연구했다. 당시 전신기는 원거리 통신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번에 하나의 메시지만 보낼 수 있어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벨은 연구 도중 모스 부호의 점이나 대시뿐만 아니라 실제 음성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벨은 조수인 토마스 왓슨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1876년 3월 10일 이들이 시도한 “왓슨, 이리와. 너를 봐야겠어”라는 내용이 인류 최초의 통화가 됐다. 벨은 이듬해 텔레폰사를 설립했고 이후 10년 간 15만 세대의 미국 가정에 전화기가 보급됐다.


최초의 전화기는 산성 물질의 배터리를 사용해 비실용적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전화를 사용하는데 그쳤지만 현대 들어 가장 중요한 통신 수단으로 발전했다. 또한 전기 신호 형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은 현대 통신 시스템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백열전구 = 전구가 개발되기 전엔 밤 시간에 활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노동 생산성도 떨어졌다. 백열전구의 발명으로 밤에도 낮처럼 편한 일상 생활이 가능해졌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램프로 특허를 출원하기 수십 년 전인 1835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제임스 린제이는 현대 전구의 원형이 된 전깃불을 만들어냈다.

린제이는 기존 플라티늄 백열등의 문제점을 개선해 좀 더 유용한 형태의 전구를 만들었다. 백열전구에서 방출되는 빛은 전류가 통과하는 필라멘트로부터 생성된다. 필라멘트 전깃불은 이전보다 지속시간이 길고, 더 밝음에도 가격이 저렴했다. 린제이는 그 후로도 전구와 관련한 연구와 강의를 계속했지만 특허를 받진 않았다. 이후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전구를 개발했고, 이는 우리가 아는 지금의 전구 형태와 큰 차이가 없다.

◇X-레이(X선 촬영) = X선은 10나노미터부터 0.01나노미터까지 범위로 구성된 짧은 파장을 지닌 일종의 전자기 방사선이다.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1895년 음극선을 실험하던 중 전자가 음극선관의 유리에 부딪힐 때 다른 형태의 방사선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방사선을 X선이라고 불렀다.

뢴트겐은 X선이 종이·카드·직물과 같은 부드러운 물체를 통과할 뿐만 아니라 형광 빛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X선을 사용하면 바륨이 코팅된 사진 전판에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X선을 사용해 인간 세포 조직과 관련된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아내의 손에 X선을 통과시켜 뼈나 반지에는 엑스선이 통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 1901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X선은 살아있는 세포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고, 신체의 부드러운 조직 이미지를 선명하게 촬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녔다. 이후 이를 개선한 컴퓨터 단층촬영(CT) 기술이 1971년 개발됐다. 기존 X-레이가 2차원 사진만 촬영할 수 있던 것과 달리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신체 내부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게 됐다. 이 기법은 뇌 조직을 분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여러 한계가 있음에도 X-레이는 현대 의학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 국내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는 20여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을 사는 이들에게 인터넷이 갖는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인터넷 기술은 시간·거리의 제약을 극복하고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의 고등 연구국(ARPA)이 옛 소련의 핵 위협에 대비해 1963년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 인터넷 기술의 시초다. 다양한 지역의 컴퓨터 간에 고정된 경로 없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핵 공격에도 취약하지 않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당시 컴퓨터 네트워크의 개발 목표였다.

1950년대 후반 미국 전화통신회사인 AT&T에서 개발한 모뎀(변조 및 복조 장치)을 사용해 데이터를 전화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1960년대에는 패킷스위칭과 같은 핵심 기술의 발전이 이뤄졌다. 패킷스위칭은 정보(데이터)가 들어있는 메시지를 묶어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ARPA 소속 연구원이던 로렌스 로버츠는 1960대 들어 ARPA넷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크 개발에 성공한다. 1970년 대 초 핵 위협이 감소하면서 ARPA넷은 인터넷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이후 등장한 e메일과 월드와이드웹·브라우저는 인터넷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발전하는데 일조했다.

◇고어텍스= 여러 겹의 옷을 껴입으면 활동하기가 불편하다. 두꺼운 외투는 바람과 비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줄 순 있지만 격렬한 신체 운동을 하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이런 점을 개선한 합성 직물이 고어텍스이다. 고어텍스는 통풍이 가능한 의류로 보온성과 실용성을 겸비했다.

고어텍스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된 중합체인 PTFE를 고온으로 팽창시켜 만든 직물이다. 수많은 흡수공으로 이뤄져 착용한 후 땀을 흘리더라도 빠르게 증발·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흡수공의 크기는 아주 작아 외부 물방울이 들어오지 않고, 피부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고어텍스는 1958년 고어텍스 일가가 개발했다. 3대에 걸쳐 만든 고어텍스를 직물에 최초로 응용한 것은 1976년, 텐트 덮개를 만들면서부터다. 그 후 외투·부츠·야외장비·치실 등 다양한 상품에 사용됐다.

고어텍스는 통풍이 잘되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장점 덕분에 주로 군복 소재로 쓰인다. 성형수술과 심장수술에 사용하는 2500만개 이상의 이식물을 위한 물질로도 사용돼 의학계 발전도 이끌었다.

1221호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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