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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기업 고전으로 위상 흔들흔들 

신흥 10대 그룹은 지금 

현대重·GS·두산,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진 ... 경영권 승계 방식도 큰 영향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005년 열린 그룹 출범식에서 그룹의 새 사기를 흔들고 있다.



현대중공업·GS·두산은 1994년 10대 기업집단 순위에 없었다. 당시 10위권에 든 대우·쌍용·기아의 빈 자리를 이들 세 그룹이 채웠다.

두산그룹의 규모는 20년 전에 이미 10대 그룹 수준에 가까웠다. 반면 GS와 현대중공업은 2000년대에 설립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10대 그룹에 편입됐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신생 그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0대 그룹에서 분할된 이른바 친족 기업 또는 위성기업집단이기 때문이다. GS는 2005년 LG로부터 분리돼 LG의 공동창업자이자 사돈 집안인 허만정 회장의 후손에게 승계된 위성재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2년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됐다.

현대重·GS 분할승계 후 고속성장

신흥 대기업 집단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 대기업 집단에서 분리되거나 그 영향력 아래서 성장한 형태다. GS·현대중공업·LS·신세계·CJ·현대산업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넓게 보면 현대자동차도 여기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등장해 새롭게 도약한 신흥 기업이다. 교보·STX·영풍·이랜드·세아·웅진 등이 있다.

기존 대기업에서 분리된 경우는 그룹 설립이 대부분 2000년 전후다. 그러나 분리 전 갖고 있던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위치나 브랜드 파워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성장이 비교적 수월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나마 비재벌 출신 기업으로 주목 받던 STX나 웅진이 최근 무너진 것을 보면 이점이 더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성장을 이끈 것은 대표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조선업 성장 덕이 크다. 2009년 29조2500억원이었던 현대중공업의 매출은 2012년 54조9700억원 증가하며 조선업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종합상사·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고 종합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그룹의 매출은 2009년 32조6000억원에서 2012년 63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자산은 분할 직후 11조원에서 2013년 56조원으로 늘었다.

GS그룹의 성장 열쇠는 LG로부터 분리된 GS건설과 GS칼텍스다. 당시 LG가 GS에 두 회사를 내준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을 정도로 알짜회사다. 이후 에너지와 건설·유통을 주력 업종으로 삼았다. 출범 직후 16조원이었던 자산은 1년 만인 2006년 21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고속성장했다.

당시 GS건설은 수주 규모에서 연 8조2403억원, 매출 5조6308억원을 달성해 업계 1위에 올랐다. 이후 다양한 인수전에 뛰어들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갔다. 지난해 GS그룹의 자산은 55조로 늘었다. 최근 STX에너지를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는 더 커질 예정이다. 이에 따른 대기업 집단의 순위변동도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성장을 견인한 ‘효자 기업’들의 부진이 고민거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경기가 불황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 반등하나 싶었지만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 전반에 저가 수주 기조가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매출이 늘었지만 수익성은 저하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년 간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이전보다 악화됐다. 주가도 2011년 4월 55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새 먹거리로 선택한 해양플랜드 사업 역시 경쟁이 치열해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수주를 확장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저조한 상선 수주 물량을 만회하기 위해 해양플랜트 비중을 조금 더 높인 측면이 있다”며 “상선 가격의 추이에 맞춰 해양플랜트 수주 계획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GS그룹의 대들보 GS건설도 비슷한 처지다. GS건설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200대 상장사 미저리 지수 조사에서 마이너스 80.5점으로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시가총액은 1년 전보다 48.3% 줄고,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10.5%, 21.7%포인트 감소했다. 건설경기 악화와 해외에서의 저가 수주 문제도 현대중공업과 유사하다. 알짜회사로 승승장구한 이들 신흥 대기업 집단이 앞으로의 위기를 헤쳐나갈지 관심거리다.

두산도 최근 건설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로 재무 건전성이 나빠져 위기 기업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형편이다. 그러나 성장 과정과 방식은 현대중공업·GS와는 다르다. 우선 역사가 오래됐다. 박승직 창업주까지 따지면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상 초대 회장인 박두병 회장이 두산이라는 이름을 내 건 것만 해도 1953년이다.

두산은 다른 두 신흥 10대 그룹과는 달리 외환위기를 고스란히 거쳤다. 초창기에는 주력 사업인 맥주와 식자재를 바탕으로 고속성장 하다가, 1990년대 중반 위기감을 느끼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17개 계열사를 4개로 정리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공업 위주로 바꿨다. 이를 기반으로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10대 그룹에 편입됐다.

분할승계냐 일괄승계냐

장수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두산이 다른 신흥 그룹과 또 하나 다른 점은 경영권 승계다. 두산은 박두병 초대회장 사후 아들들이 차례로 그룹 회장을 승계했다. 현대중공업과 GS가 대기업에서 분할 승계한 후 실질적인 승계가 아직 없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두산도 형제경영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승계에 대한 고민은 마찬가지다.

이들 신흥 10대 그룹에겐 선배들의 선례가 힌트가 될 수도 있다. 10대 그룹의 변천사를 보면 승계 방식이 기업 집단에 미친 영향도 엿볼 수 있다. 1994년 이후로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4대 그룹 가운데 삼성·현대자동차·LG는 분할승계를 경험했다. 분할 당시에는 자산 규모가 줄었지만 이후 급성장 하며 제자리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강제적인 구조조정 후 특정 사업에 집중한 점이 오히려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그룹을 통째로 다음 세대로 일괄 상속한 10대 그룹으론 SK·한화·한진이 있다. 이들 역시 꾸준히 성장했지만 분할승계 그룹에 비해 성장폭이 작다. 쌍용·기아는 일괄상속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후 해체됐다. 1994년 이후 가장 부침을 덜 겪으며 성장한 롯데는 아직 본격적인 승계가 없었고, 대우는 승계 전에 해체됐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환경에 따라 승계방식은 차이가 난다”며 “실증적인 분석을 위해서는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1222호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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