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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불황 넘고 외풍 막아 중흥 이뤄야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과제는? 

면접에서 “불필요한 계열사 줄이겠다” 답변 … 경영 경험 부족하지만 시장은 기대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이 1월 16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퇴근하고 있다. 권 사장은 3월 14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기술이 곧 경쟁력’이라는 명제를 입증하려는 것일까. 정준양 회장에 이어 포스코를 이끌 차기 회장 후보로 금속공학자 출신의 ‘기술통’이 뽑혔다. 포스코는 1월 16일 열린 이사회에서 권오준(64) 포스코 기술총괄사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표한 이후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포스코 승계협의회를 결성해 후보군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1월 15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권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오영호 코트라 사장,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등 5명의 후보를 공개했다. 이후 사외 이사들로만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2일 간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권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최종 후보군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단독 후보를 결정해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 기술 개발로 회사의 성장 엔진을 육성하는 등 포스코의 경영쇄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해 권오준 사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 출신인 권 사장은 서울사대부고를 나와 1972년 서울대 금속학과를 졸업했다. 캐나다 윈저대 금속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피츠버그대 금속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열연 연구실장으로 합류하며 포스코에 입사한 그는 비(非)공채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R&D에 매진한 금속공학 권위자

정준양 회장이 전략·기획·재무 등 경영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반면 권 사장은 전형적인 기술연구 전문가로 연구·개발(R&D) 분야 외길을 걸으며 승승장구했다. 포스코 EU사무소 소장,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RIST 원장 등 연구개발 부문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도 활동하는 권 사장은 명실공히 금속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추도록 뒷받침한 핵심 인재”라는 것이 포스코 내부의 평이다.

그러나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때문에 재계 순위 6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의 거함 포스코의 조타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R&D 분야에만 매진하다 보니 포스코 내부에서의 저변이 좁다는 것도 약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막판에 권 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회사 내부와 업계에서도 의외라고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권 사장은 포스코 내부에서 ‘성골’로 불리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서울 사대부고-서울대’라는 접점이 정 회장과 이어져 있다. EU 사무소장을 지내며 해외 경험을 쌓은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정 회장의 복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업계의 의혹도 있다.

최근 한 보수 정치인사가 회장 후보로 유력하다는 낭설이 도는 등 포스코 회장 후보 선정은 매번 정치권과 청와대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이 부분을 의식이라도 하듯 정치권과 연이 없는 내부 인사인 권 사장을 전격 발탁했다.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개혁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한 모양새로 포스코가 그동안 고집한 순혈주의 원칙도 엿보인다.


후보들을 검증할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포스코 관계자는 “투명한 진행을 위해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에서 선정까지 전적으로 도맡았다”고 반박했다. 권 회장 후보는 이사회에서 사내 이사직에 오른 뒤 3월 1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회장직에 선임된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학자 타입의 성품으로 알려진 권 사장. 그가 지휘할 포스코호 앞에 일렁이는 풍랑이 만만치 않다.

먼저 정체의 늪에 빠진 포스코를 건져내야 한다. 포스코의 실적은 2010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1∼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45조3352억원으로 전년보다 7%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더하다. 1~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조2523억원으로 전년 3조560억원보다 26.2% 줄었고, 2010년 15.1%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지난 3분기에 6%에 그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는 회사의 경영실패 측면도 있지만 철강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주요 철강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세계적으로 철강 생산 과잉상태에 접어들었다. 2012년 세계 철강산업 과잉설비 규모가 4억5000만t으로 세계 철강 수요의 30% 정도로 추산된다. 이 와중에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세계 시장의 수요가 대폭 줄었다.

2010년 14%에 이르던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3%로 그쳤고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시장 역시 조선·건설 업황이 나빠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이다. 수요 우위 시장에서 제품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3분기 포스코의 탄소강 판매가격은 t당 77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낮아졌다.

엔화 가치 하락도 세계 시장에서 포스코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다. 악화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차기 회장의 가장 큰 숙제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경쟁사와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투자증권 최문선 연구위원은 “경쟁이 아직 과열되지 않은 시장인 고급강 시장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최근 자동차 강판, 에너지강재(에너지의 생산·수송 설비에 사용되는 철강재로 극도의 고온과 저온에도 강함)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고급강 제품 늘려 영업이익률 높여야

CTO 출신인 권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한 것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경쟁 일변도인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벗어나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 포스코의 생존전략이자 차기 회장의 과제인 셈이다.

포스코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에너지·소재·자원개발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인수·합병(M&A)과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 나섰다. 2009년 36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2012년 가장 많을 때는 71개로 늘었다. 올 들어 계열사를 흡수 합병 하거나 지분을 매각해 계열사를 50개로 줄였지만 아직도 계열사 간 중복되는 사업 부문이 있다.

우리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그룹이 비대해졌는데 사업별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차기 회장 후보는 CEO 후보 추천위원회 면접에서 “불필요한 계열사 수를 줄여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자원개발·해외플랜트 등 최근 몇 년 간 포스코가 해외에서 벌인 사업들은 리스크가 크고 수익 창출에 시간이 걸린다. 차기 회장은 임기 내 이런 장기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 또한 짊어졌다.

1222호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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