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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아직도 ‘쥐꼬리 배당’ 간 큰 회사 어디? 

국내 200개 상장사 시가배당률 분석 

GS·두산그룹, SK텔레콤 후하고 NAVER, 롯데·현대차·현대중공업그룹 낮아 CJ·기아차는 영업이익 감소에도 배당률 높여




배당의 계절이다. 지난해 실적 결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속속 배당을 발표하고 있다. 배당금은 해당 종목을 믿고 투자한 주주에게 주는 보상이다. 특히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늘기 어렵고 주가도 오르기 힘든 요즘 배당금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올해 ‘짭짤한 고배당 기업’과 ‘쥐꼬리 저배당 기업’은 누구일까?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공개한 2월 14일 기준 기업의 시가배당률을 분석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 기업의 저배당 성향도 짚어봤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월 14일까지 배당을 결의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0곳의 시가배당률을 공개했다. 현금 배당은 186곳, 현금·주식 배당은 7곳, 주식 배당만 한 곳은 7개사다. 현금 배당을 결정한 186개 회사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1.75%다. 지난해 같은 기업의 평균 시가배당률(1.95%)보다 0.32%포인트 낮아졌다.

시가배당률은 주가 대비 배당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계산한다. 예컨대 시가배당률이 10%고 1만원짜리 주식을 갖고 있다면 배당으로 1000원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 조사에서는 배당기준일 전전거래일(배당부종가일)부터 과거 1주일 간의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배당률을 계산했다


국내 기업 배당수익률 중국 기업보다 낮아


현금 배당을 결정한 곳 중에서는 진양화학의 시가배당률이 7.4%로 가장 높다. 2위는 가온전선(5.3%), 3위는 텔코웨어(5.2%)다. 이와 달리 NAVER는 시가배당률이 0.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베이직하우스·경방·호텔신라·LS네트웍스가 0.2%로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 1조2800억원의 LG전자와 영업이익 5300억원의 현대위아의 시가배당률은 0.3%, 영업이익 1조4900억의 롯데쇼핑도 0.4%로 최하위권이다. 시가배당률 상위 10개 기업에는 대기업 계열사가 하나도 없지만, 하위 10개 기업 중에는 3개나 있다.

그나마 10대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SK텔레콤의 시가배당률이 가장 높다. 이 회사는 1주당 8400원의 배당금을 책정해 3.7%의 시가배당률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이 올해 배당금으로 지불하는 금액은 6000억원이다. 1주당 배당금은 삼성전자가 1만3800원으로 가장 많다. 배당금 총액은 2조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대기업 계열사 중 지난해 대비 시가배당률 상승폭이 비교적 큰 곳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배당률은 0.51%에 불과했지만 올해 0.46%포인트 높아진 0.97%다.

2월 14일까지 공개된 10대 그룹 계열사의 평균배당률을 분석해보면 GS그룹이 2.7%로 가장 높다. 롯데그룹은 0.35%로 가장 낮다. 10대 그룹 중 2위는 두산그룹(2.2%)이 기록했다. 삼성(1.01%)·LG(1.3%)·SK(1.91%)그룹이 1%대 시가배당률을 나타냈다. 현대자동차(0.67%)·현대중공업(0.62%) 등 범현대가는 1% 미만의 저조한 시가배당률을 기록했다. 한화·한진그룹의 계열사는 기준일까지 시가배당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10대 그룹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1.29%다. 공개된 기업 전체 평균인 1.72%를 크게 밑돈다.

국내 기업은 배당이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현금 배당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배당수익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으로 1.03%에 그친다. 미국(2.01%)·영국(3.71%)·싱가포르(2.82%)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3.64%)보다도 훨씬 낮다. 고성장 시기를 지나면서 돈을 벌더라도 배당으로 과실을 나눠주기보다는 그 돈을 재투자해 외형을 키우는 데 익숙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당 경향은 업종마다 다르고, 해당 국가의 산업 비중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최근 전통적으로 배당이 적은 IT·자동차 관련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유틸리티·통신·소재산업 같은 대표적인 고배당 업종은 약해졌다.

그러나 같은 업종 내에서도 국내 기업의 배당이 짜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기준 미국 애플은 2.6%, 마이크로소프트는 3.1%의 시가배당률을 보인다. 당시 삼성전자의 시가배당률은 0.51%였다. LG화학의 최근 5년 평균 배당수익률 1.3%에 비해같은 기간 바스프의 배당수익률은 4.0%, 다우케미칼은 4.4%를 기록했다. 유통 업계 강자인 롯데쇼핑의 배당수익률은 0.4%에 불과해 미국 유통체인 크로거(1.6%)나 영국 테스코(3.5%)와의 격차가 크다.

국내 기업의 저배당 경향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의 국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저배당은 북한 리스크와 함께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더구나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마땅한 수익처를 찾기 어려워져 배당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더욱 커졌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저배당을 감내한 건 배당을 좀 더 받기보다 회사가 더 성장해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게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대해 김석규 GS자산운용 사장은 “예전과 같은 고도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저배당이 이어지면 국내 증시의 매력이 떨어져 더 깊은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 배당률 인상은 안정적 승계 위한 포석?

고배당을 꺼리는 시각도 있다. 주요 주주인 오너 경영자나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 때문이다. 영업이익과 어울리지 않는 배당률도 의혹을 부른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한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배당률은 좋은 영업실적에 뒤따르는 게 보통이다. 올해 시가배당률 상위 10개사 중 3개 기업을 제외한 7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어울리지 않게 배당한 기업도 있다. CJ·기아차 등은 실적 악화에도 배당을 늘렸다. CJ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6% 감소했지만 시가배당률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오히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시가배당률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실적이 악화된 상장사들이 주주 이탈이라는 악재를 사전에 차단키 위해 다소 무리하더라도 배당을 늘린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최대 주주가 그룹 오너라는 점에서 ‘고배당 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 기업배당률을 기록한 진양화학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진양화학은 중견그룹인 KPX그룹의 계열사다. 이 그룹의 계열사들은 평균 4.01%의 높은 시가배당률을 결정했다.

그러나 진양화학이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1% 상승하는 등 실적이 좋지만, KPX홀딩스의 영업이익이 79% 감소하는 등 몇몇 다른 계열사의 경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무리한 배당에 나서 양규모 회장과 그 일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KPX 관계자는 “그동안 쌓은 유보액을 분배하는 시기고, 주가가 저평가돼 시가배당률이 높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배당 가능 여력 안에서 실시하는 정당한 배당”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배당률 인상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데이에서 향후 배당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2013년 배당률을 보통주 기준으로 연 평균 주가의 1%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수준의 시가배당률을 공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과 함께, 이 과정에서 필요한 다른 주주들의 환심도 사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1226호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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