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은 ‘수퍼 주총데이’다. 재벌 계열사가 한 날 한 시에 정기 주주총회 날짜를 잡으면서 붙은 이름이다. 올해도 이런 관행은 계속 된다. 소액주주들의 발언권과 의결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총일을 사실상 담합한 것이다. 10대 그룹에 속한 계열사 중 12월 결산 상장사 35개사 가운데 31개사(88.6%)가 3월 14일로 주총 날짜를 맞췄다.소액주주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대기업들의 이런 관행이 주주의 권리를 무시하는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총에 전자투표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는 크게 2가지로 주총데이가 나뉜다. 3월 14일은 재벌 계열사가 대부분 몰린 ‘수퍼 주총데이’이고 그 다음 주인 3월 21일은 나머지 회사가 몰린 ‘미니 주총데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12개사는 3월 14일 오전 9시를 기해 동시다발로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증권·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이 주총에 참여하려면 물리적으로 1개사만 선택해야 한다.전자투표 도입 의무화 주장 제기현대차와 LG·GS 등 다른 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위아·현대제철·현대비앤지스틸 등 7개사가 이날 주총을 연다. 현대하이스코만 3월 21일로 주총을 잡았다. LG그룹도 마찬가지다. LG상사·LG생명과학·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하우시스·LG화학·지투알 등 7개사가 이날 주총을 연다. 신세계 주총 역시 14일이다.GS그룹은 수퍼 주총데이와 미니 주총데이 2개로 나눴다. GS홈쇼핑·코스모신소재 등이 3월 14일 주총을 연다. GS·GS건설·GS글로벌·코스모화학 등이 그 다음 주인 21일로 주총을 몰았다. LS산전도 21일이다. SK그룹은 16개 계열사 중 SK텔레콤만 3월 21일로 주총일을 공시한 상태다. 효성도 주총을 3월 21일로 잡았다. 롯데·현대중공업·한진·한화·두산 등 5개 그룹은 아직 계열사 정 주총 날짜를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년에비춰보면 올해도 거의 한 날로 주총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수퍼 주총데이는 전자업체들의 주총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삼성전기·LG전자·LG이노텍 등 국내전자업체 대표주자들이 같은 날 주총을 열기 때문이다. 전자 세트업체 대표주자와 이들 계열사 부품 공급처들이 같은 날 주총을 열어 전자업계 전반이 이날 동시에 이사의 선임 등을 결정한다. 다만 LG디스플레이만 전자업체 주총데이보다 1주 빠른 3월 7일 9시 30분에 파주 사업장에서 주총을 가진다.이번 주총데이에서는 동양 사태 등 대기업 총수의 경영책임, 실적 악화에도 상향된 임원 보수,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이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연이어 드러난 재벌 총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재벌 총수들이 기소와 구속을 반복한 것에 대해 주주들이 직접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주총회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주총데이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강화해 임원 선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의결할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주총데이는 특히 등기임원에 대한 경영평가 등의 이야기가 무성할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등기임원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경영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다. 이들 등기임원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올해부터 연봉 5억원을 넘긴 등기이사는 개인별 연봉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