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ssue | 해양심층수 ‘워터비스’ 해저 관수 톱질사건 - 수심 22m 바닷물이 프리미엄 생수로 둔갑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표층수 섞였는데 수질검사 통과 … 취수관 날림 공사 지적도 나와



태양빛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깊은 수심의 바닷물이 해양심층수(deep ocean water)다. 대륙붕 넘어 수심 200m 이상 지점의 바닷물은 인이나 질소 등의 영양분은 풍부하지만 지상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이나 유해 물질은 적다. 해양심층수는 순수한 물로 알려져 같은 생수 중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린다. 대형마트 일반 생수(500mL)는 370원인데 해양심층수는 프리미엄 생수로 분류돼 같은 용량에 550원이다.

강원도 양양에서 취수하는 생수브랜드 ‘워터비스’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의 물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터비스는 해상에서 17.5km 떨어진 곳 1032m 수심에서 매일 2400t의 물을 빨아들인다. 이를 통해 매일 미네랄워터 600t(PET병 기준으로 0.5L 72만병, 1.8L 36만병)을 생산할 수 있다. 2008년 한국 첫 해양심층수 회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첫 해 매출액 46억9400만원을 기록하고 미국을 포함해 해외 각국에 심층수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 여러 식품·화장품 기업에 원수 공급 계약도 했다. 워터비스를 따라 여러 대기업과 지자체도 해양심층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에만 10여개 해양심층수 업체가 있다. 심층수 업계 전체 매출은 106억원 규모(2012년 기준)다.


일반 생수 370원, 해양심층수 550원

국내 해양심층수 대표 브랜드인 워터비스는 지난해 7월 경매를 통해 동해해양심층수에 넘어갔다. 해양수산부 담당자는 “당시 수질 부적합 문제가 생기면서 워터비스 경영이 악화돼 회사가 경매로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먹는 물을 파는 회사가 수질 부적합을 받아 부도가 난 것이다.

그런데 같은 회사가 이번에는 더욱 엽기적인 일을 당했다. 해양심층수를 취수하는 관로가 파손된 것이다. 동해해양심층수 대표는 2월 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누군가 취수관로를 의도적으로 파손했다고 고발했다. 수심 22m 지점의 취수관이 톱으로 잘려 심층수가 아닌 표층수(일반 바닷물)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해경 신고 전에도 취수관이 있는 양양군 남애리 일대 주민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사건이다. 관로를 톱으로 자른 일당 중 한 명이 주민들에게 범행사실을 무용담인양 떠들고 다녔다고 한다. 워터비스 보수 공사를 맡았던 인부들이 공사 관련 대금 4억원을 받지 못했고, 이를 받아내기 위해 지인 몇명이 합심해 관을 잘랐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워터비스의 판매유통을 담당하는 워터비스생활건강과 동해해양심층수 임원들과 연일 다투다 지난해 10~11월 사이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워터비스’를 인수한 동해해양심층수 임원들도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 최소한 3개월 간이나 취수관이 잘린 채 방치된 것이다. 잘린 취수관은 올해 3월 14일에서야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잘린 부분을 떼내고 새 관으로 잇는 공사다.

문제는 수질이다. 표층수(수심 22m)가 유입됐는데도 워터비스 판매는 계속됐다. 동해해양심층수 조원현 총괄이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해경에 고발한 뒤 바로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판매는 하고 있다. 이미 나간 생수 워터비스를 회수하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회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먹는 물로 적합 판정을 받았으니 판매가 위법이 아니고, 회수나 판매금지 조치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실제 해양심층수 수질검사는 법률에 따라 2원화돼 있다.

취수 직후의 원수는 해양수산부가, 제품화돼서 판매되는 물은 해당 지자체인 강원도가 수질을 검사한다. 해수부는 원수에서 수질 부적합이 나오면 취수 중단과 함께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시설을 봉인한다. 판매된 물은 별도 수질 검사을 통해 부적합이 나오면 판매를 중단, 회수 조치한다. 원수가 어떻게 됐든 판매된 물의 수질 기준만 채우면 판매는 가능하다. 실제 전국 대형 마트에서 취수관이 잘린 이후 만들어진 생수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원수 수질 검사 기록을 살펴봤다. 해수부 동해청 해양환경과는 워터비스의 수질을 검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기술원)으로부터 적합, 혹은 부적합이라고 기재된 성적서를 받는다. 검사를 담당한 기술원의 문덕수 박사는 “지난해 2분기(6월말)에 부적합 판정을 내렸고, 재검에도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면서 “이후 관로를 수리했다고 해서 수시 검사를 하니 적합했고 최근까지 모두 적합 판정을 냈다”고 설명했다.

일단 지난해 6월 수질 부적합은 왜 나왔을까? 남애리의 한 주민은 “그 때쯤 (이번에 일을 저지른) 잠수부가 바다에 들어가서 관로에 연결된 볼트를 풀고 관로를 흩어놨다고 들었다”면서 “풀어놓은 관로를 통해 모래 등이 유입돼 부적합 판정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워터비스는 풀어놓은 관로를 다시 이어 재검사를 받았다. 최근에도 표층수가 유입됐을 텐데 왜 이번에는 적합 판정이 나왔을까? 이 주민은 “이번에는 관로를 아예 못쓰게 잘라버리고 유입구 부분을 마대자루로 씌워 모래 유입을 막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모래가 유입되지 않으니 관로가 파손됐는데도 수질검사가 적합으로 나왔다는 의미다.

관로를 톱으로 자른 시점은 지난해 10~11월. 그런데 지난해 4분기(11월 8일 시료) 수질검사결과는 적합으로 나왔다. 관로가 파손돼 표층수가 들어갔는데도 수질검사 기관은 적합판정을 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생산된 워터비스의 원수가 표층수라는 의미다.

적어도 3개월 간 잘린 취수관 방치

기술원은 물이 심층수인지 표층수인지 알 수 있는 지표를 영양염 성분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분석하면 표층수인지 심층수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층수가 유입된 지난해 4분기 수질검사 결과는 심층수(적합)로 나왔었다. 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검사지표가 수질을 구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먹는 물의 수질검사 결과는 적합할까? 강원도 녹색 자원국 맑은물보전과가 수질검사를 담당한다. 담당 공무원 확인 결과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워터비스는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실제 수질을 검사하는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 담당자는 “수질검사 절차 상 표층수와 심층수를 구분할 수는 없다. 다만 먹는 물의 기준에 맞는지만 검사한다”고 말했다.

실제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기 때문에 표층에서 나왔든 심층에서 나왔든 판매가 가능하다. 항구 앞에 널린 바닷물이라도 정수·제염 과정 등을 거쳐 수질기준만 통과하면 프리미엄 생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또 있다. 사건현장 사진을 본 한 수중공사 전문가는 “설계와 공사가 완전히 잘못됐다“며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중관로는 조류에 흔들리지 않도록 철망 등을 활용해 콘크리트로 단단히 잡아줘야 하는데, 사진에 나온 워터비스의 관로는 그저 무거운 돌로 덮어뒀다. 이 때문에 누구나 들어가서 돌만 걷어내면 관로를 파손할 수 있다.

전문가는 “2008년에 이렇게 날림으로 공사를 해뒀다면 5~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관로가 온전할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다른 해양심층수 공사도 이런 식으로 설계한 거라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29호 (2014.03.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