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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대 상장사 미저리 지수 분석해 보니 

4대그룹은 현대차·SK 웃고, 삼성·LG 울고 

미저리 기업 80곳 시가총액 51조원 증발 … 삼성전자·현대차 의존도 갈수록 커져

▎주요 대기업 사옥이 밀집한 서울 도심가에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1. 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3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4월엔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했다. 실적도 좋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200대 상장사 미저리 지수’에서 ‘플러스 39.7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황이 돌변했다. 현대건설 출신의 정승일 전 사장이 지난해 5월 임기를 남겨두고 퇴진했다. 공기업CEO 물갈이 영향이라는 후문이 파다했다.

이후 사장 자리는 6개월 간 공석이다가, 지난해 말 새누리당 출신의 김성회 전 의원 이 사장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실적은 부진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번 ‘미저리 지수’ 조사에서 마이너스 29.2점을 기록했다. 주가가 30.9%나 하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저리 지수 순위는 지난해 상반기 조사 때 153위에서 22위로 131계단 치솟았다. 미저리 지수는 순위가 높을수록 실적·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 3월 중순 LG생명과학은 주주총회를 열고 정일재 사장을 재선임했다. 2010년 부임한 정 사장이 파격적인 연구·개발(R&D)로 중장기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 연임의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LG생명과학 사정은 좋지 않다. 주가는 52주 최저가를 기록했고 실적도 하락세다. 지난 ‘미저리 지수’ 조사에서 시가총액 증가율 3.6%, 매출 성장률 12.7%, 영업이익률 증가율 3.5%포인트로 ‘20.1점’을 기록한 LG생명과학은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포함된 이번 조사에서는 마이너스 31.7을 받았다.

시가총액이 34% 떨어지고, 매출은 다소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이 소폭 감소했다. 200대 상장사 중 미저리 지수 17위로, 지난 상반기보다 111계단이나 추락했다. 1분기 실적 전망도 안 좋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LG생명과학이 1분기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목표 주가를 내렸다.


200대 상장사 매출 42조원 증가

#3.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 소재 기업인 덕산하이메탈은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요 공급처인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보류로 주가와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1년 새 시가총액이 34% 줄어, 금융업종을 제외한 200대 상장사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지난해 매출은 1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줄었다. 영업이익률(26.1%)은 여전히 높지만 전년보다는 2.9%포인트 내려갔다.

덕산하이메탈은 미저리 지수 조사에서 마이너스 51.1점으로 200대 상장사 중 불명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덕산하이메탈 매출·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게 근본적인 걸림돌이다. 이 회사는 지난 하반기 미저리 지수 조사 때도 시가총액·매출 증감률, 영업이익률 변동치 모두 감소했었다.

금융업종을 제외한 국내 200대 상장기업은 전체 상장사(1783곳) 중 상위 11.2% 안에 든다. 대기업 계열사와 각 산업 분야 선두 기업이 주로 포진했다. 이들 200대 상장사가 국내 전체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월 31일 기준으로 69%에 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년 간 시가총액 증감률과 전년 대비 2013년 실적(매출·영업이익률)을 합산해 ‘미저리 지수(Misery Index)’를 산정해 본 결과, 200대 상장사 중 80곳이 기업 가치·실적이 뒷걸음 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저리 지수가 ‘-1~-20점’인 상장사는 48곳, ‘-21~-40점’은 22곳, ‘-40점 이하’인 곳은 10곳이었다.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인 상장사와 그 반대인 기업들의 차이는 컸다. 200대 상장사의 3월 31일 기준 시가총액은 907조1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날보다 16조9100억원 줄었다. 매출은 1736조원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조원 늘었고, 영업이익(103조6000억원)은 5조원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인 80개 상장사만 따로 떼내어 보면,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50조95000억원 증발했다. 특히 미저리 지수 상위 10개 기업에서만 10조3000억원이 줄었다. 매출은 18조8000억원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8조7000억원 감소했다. 80곳 중 시가총액과 매출·영업이익률이 모두 하락한 ‘트리플 마이너스’ 기업은 29곳이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실적과 시가총액(2012년 10월 8일~2013년 10월 8일)을 기준으로 한 조사 때 점수가 플러스였던 상장사 중 마이너스로 바뀐 곳은 25곳이다. 지난 조사 때 미저리 지수가 ‘0’점이었던 락앤락은 시가총액이 42.4% 줄고, 매출(-2.4%)과 영업이익률(-0.1%포인트)도 부진해 마이너스 41.3점으로 불명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에스에프에이 역시 실적과 주가가 하락해 마이너스 34.1점으로 전체 15위를 기록했다. 지난 조사 때는 18.7점으로 전체 125위였다. LG생명과학(19.8점→-31.7점), 지역난방공사(39.7점→-29.2점), 삼성전기(12.3점→-27.4점), 솔브레인(32.8점→-17.4점), 현대백화점(20.6점→-16.2점) 등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0대 상장사 중 87곳은 시가총액이 줄었다. 이 중 37곳은 매출도 감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덕산하이메탈·제일모직·금호석유화학·고려아연·셀트리온·신도리코·SK가스는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 또한 시가총액이 하락한 기업 중 75%인 60곳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매출보다는 영업이익이 시가총액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률이 5% 포인트 이상 감소한 곳은 삼성엔지니어링·한국전력기술·셀트리온·GS건설·에스엠·현대미포조선·OCI 등이다.

시가총액 상위 30위 상장사 간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시가총액 부동의 1위 삼성전자는 매출이 13.7% 늘고, 영업이익률이 1.6%포인트 상승했지만, 시가총액이 12% 줄면서 미저리 지수는 3.3점을 기록했다. 지난 하반기에는 26.5점(시총 4.2%+매출 18.8%+영업이익률 3.5%포인트)이었다. 시가총액 4위인 포스코는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마이너스 12.8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30위 기업 중에서는 에쓰오일의 성적이 가장 나쁘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33.9% 줄고, 매출도 10.3%나 감소하면서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 45.2점이었다.

시가총액 11위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시가총액이 24.7%, 매출은 9.1% 줄면서 마이너스 34점으로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LG디스플레이(-23.4점)·KT(-18점)·LG생활건강(-14.3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28.1% 오르고,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39.4%, 26.1%포인트 급등하며 합산 93.6점을 기록했다. SK C&C(58.3점)와 현대글로비스(37.3점)·한국전력(34.1점) 등도 지수가 높았다.

주가 하락한 삼성전자 마이너스 겨우 면해

4대 그룹 내에서도 편차가 심하다. 구조 개편이 한창인 삼성그룹이 특히 안 좋다. 200대 상장사에 9개 계열사가 포진한 삼성그룹은 삼성엔지니어링(-76.3점)·제일모직(-45.9점)·삼성전기(-24.9점)·삼성정밀화학(-23.4점)·삼성테크윈(-13.9점)·삼성중공업(-8.3점)·삼성SDI(-2.3점) 7곳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삼성물산(1.9점)과 삼성전자(3.3점)는 겨우 마이너스를 면했다.

이와 달리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37.3점)·현대자동차(14.9점)·현대모비스(12.6점)·현대위아(5.1점) 등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SK가스·SK텔레콤·SKC 4곳이 마이너스였고, 6곳이 플러스를 나타냈다.

LG그룹은 LG하우시스(106.1점)·LG이노텍(53.8점)·LG유플러스(36.6점)가 좋은 실적을 냈지만, LG상사(-39점)·LG생명과학(-31.7점)·LG디스플레이(-23.4점)·LG전자(-14.3점)·LG생활건강(-14.3점)·LG(-11.2점)·LG패션(-7.4점)·LG화학(-6점) 등 주력 계열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쏠림·의존 현상도 달라진 게 없다. 두 회사의 3월 31일 기준 시가총액은 253조1000억원으로 200대 상장사 전체의 27.9%를 차지했다. 그런데, 200대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년 사이 16조9000억원 줄었다. 27조원이 줄어든 삼성전자를 빼면 오히려 9조8000억원 정도 늘었다. 한국 증시가 삼성전자에 울고 웃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다. 200대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2조3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27조6000억원)와 현대자동차(2조8000억원)의 증가분을 빼면, 11조8000억원에 머문다. 또한 200대 상장사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103조6400억원인데, 그중 44%인 45조1000억원은 두 회사가 번 것이다. 더욱이, 200대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조원 늘었는데, 두 회사의 증가분은 7조6000억원이다. 삼성전자·현대차를 제외하면 밑진 장사를 한 셈이다.

이 와중에도 일부 기업은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면서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92% 늘고, 시가총액은 28.6% 증가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시가총액이 178% 늘고, 매출이 423% 증가해 599.7점을 기록했다.

SPC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식품 역시 주가가 고공 행진이다. 시가총액이 237% 늘고,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7.9%, 2%포인트 성장하면서 200대 상장사에 이름을 올렸다. 미저리 지수가 플러스 100점을 넘긴 곳은 이들 세 기업을 포함해 15곳이다. 한샘(254.7점)·한일시멘트(142.5점)·바이로메드(137.8점)·두산건설(126점)·NICE(119.5점)·한라비스테온공조(115.4점) 등이다.

1232호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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