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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정몽원 회장의 만도 인적분할 그 후 

한라 리스크↓ 이자 부담은↑ 

김태진 이코노미스트 기자
지주회사 한라홀딩스- 제조회사 만도로 분할 … 정몽원 회장 지배력 강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대주주 지배체제 강화와 한라(옛 한라건설) 리스크로부터 만도 분리’.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 인적분할의 골자다. 만도는 4월 7일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해 투자사업(한라홀딩스, 존속회사)과 제조사업 부문(만도, 신설회사)으로 회사를 인적분할 하기로 결정했다.

한라홀딩스가 지주회사로 변신, 자회사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분할 비율은 한라홀딩스가 47.8%, 만도가 52.2%다. 기존 만도 주식 1주를 한라홀딩스 주식 0.48주와 신설 법인 만도의 주식 0.52주로 교환한다.

인적분할이라 양사의 주주구성은 분할 전과 동일하다. 이번 인적분할을 의결할 주주총회는 7월 28일로 예정돼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주총을 통과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 본업에 집중?

분할 후 한라홀딩스에 포함되는 자산은 한라 지분(15.9%)을 보유한 한라마이스터와 수익성이 좋은 부품사인 한라스택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이하 만도헬라)다. 신설회사 만도에는 만도차이나홀딩스, 만도브로제, 만도신소재 및 해외 법인 같은 제조자회사 지분이 남는다. 현재 만도가 보유한 현금자산 5010억원 가운데 대부분(4500억원)은 한라홀딩스에 귀속된다. 증권가에서는 대체적으로 만도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돼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부품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카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회사 측은 투자·제조 사업을 분리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동안 만도에 쌓아 놓은 현금으로 한라를 지원해왔던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한라그룹은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인적분할로 한라홀딩스 지주회사가 출범하면 ‘한라→한라홀딩스→한라마이스터→한라’로 바뀌게된다. 한라가 보유한 만도 지분 17.29%를 한라홀딩스로 넘기면 ‘한라→만도’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진다.

이번 인적분할로 한라홀딩스는 현금자산을 이용해 계열사 자산을 매입할 길이 열린다. 지주사가 될 한라홀딩스는 자회사 또는 다른 회사 주식을 인수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순환출자에서 지주회사로 바꾸는 명분을 살리면서 계열사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한라 지분 23.58%와 만도 지분 7.71%를 한라홀딩스에 넘기고 신주를 받으면 된다. 한라도 만도 지분 17.29%를 한라홀딩스에 현물출자를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정 회장과 한라가 한라홀딩스를 지배하고 한라홀딩스는 한라와 만도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라홀딩스가 가진 4500억원의 현금자산은 자회사 주식 매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기존 순환출자의 연결고리인 한라마이스터(만도의 100% 자회사)가 보유한 한라 지분 15.86%와 우선주(1017만주)를 한라홀딩스가 인수하면 된다. 이럴 경우 한라홀딩스는 한라 지분 39.74%(정 회장 23.58%+한라마이스터 지분 15.86%), 만도 지분 26.11%(정 회장 7.71%+한라 지분 17.29%+만도 자사주 1.1%)를 가진 지주회사로 거듭난다. 이상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기업분할의 목적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할 이후 지주회사가 지분거래를 통해 순환구조를 해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분할 이후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주가가 더 유망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신설회사 만도는 분할로 인해 한라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우려가 해소돼서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신설법인인 만도는 주식비중이 52.2%에 그치지만 연결 매출과 순이익 등 수익을 창출하는 제조사업 부문을 대부분 포함해 분할 전 만도의 78~87%에 달할 것”이라며 “분할 비율 이상으로 신설법인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지배구조 전환 이외에 지주사 변신은 만도의 미래 신사업을 위해서도 선택 아닌 필연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만도의 매출은 현대·기아차에 60% 이상 의존하고 있다. 지나치게 한 회사의 매출 의존도가 높다. 사업영역도 조향장치·서스펜션·브레이크 분야가 대부분이다. 특히 서스펜션과 조향장치는 수익성에서 한계를 보이는 분야다. 중장기적으로 만도가 독일의 보쉬나 일본 덴소 같은 영업이익률 10% 안팎의 수익성 높은 부품사로 변신하려면 막대한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지주사 체제는 이런 자금을 비교적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조두섭 요코하마국립대경영학부 교수는 “일본 재벌기업이 선단식 경영에서 벗어나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다 한계에 부딪힌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지주사 체제가 정립되면 한라그룹이 자동차 부품과 건설업이라는 두 축을 살려가는 경영의 묘미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한다는 소식은 통상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줄어든데다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비상장 계열사의 가치도 재평가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만도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의외였다. 인적분할 공시 다음날인 4월 8일 만도 주가는 하한가로 마감했다.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시장에 우려는 여전하다. 만도가 지난해 한라 유상증자를 지원한 전력 때문에 상당수 기관투자가가 이번 분할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서다.

증권 업계에서는 그동안 만도가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라 회생을 위한 ‘희생양’이 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만도가 한라마이스터에 3786억원을 출자해 우회적으로 한라건설의 유상증자를 지원했다. 당시에도 만도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런 이유로 3월의 만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지분 13.59%보유)은 부실 모기업 편법 지원을 이유로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만도 측은 한라홀딩스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더 이상 계열사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라-만도’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 기업분할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설업이 주력인 한라는 지난해 매출이 2조원을 넘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9000억원대의 차입금 등으로 2507억원의 영업적자와 42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동안 미분양 아파트 등 주택사업에서 입은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버린 것이다. 올해 1분기 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부채의 70% 분할 후 만도에 남아

일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자산과 부채의 배분 비율이다. 기업 분할 후 만도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 5010억원 중 4500억원이 한라홀딩스로 옮겨간다. 부채 1조2800억원의 70% 안팎에 해당하는 8923억원은 사업 자회사인 만도에 남는다. 또 자동차 핵심부품인 전자제어장치(ECU)와 센서 등 고부가가치 전장 제품을 생산하는 만도헬라가 한라홀딩스로 귀속되는 것도 부정적이다.

만도헬라는 독일 자동차 전장업체인 헬라와 합작투자, 자동차용 센서를 생산한다. 차세대 사업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1, 2년 내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만도의 현금자산을 활용해 자회사 주식을 사고 팔아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만도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은 늘고 투자 여력은 감소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1233호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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