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결혼의 경제학, 이혼의 경제학 

넘치는 결혼정보, 빈약한 이혼정보 

돈으로 따져본 결혼과 이혼 … 변호사비·세금·주거비 등 이혼비용 만만찮아




윤달 때문인지 올해엔 봄에 결혼하려는 커플이 많다. 집을 어떻게 구할지, 결혼식은 어떻게 치를지, 혼수나 신혼여행은 어떻게 할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택의 고민이 크지만 대부분 돈이 문제다. 결혼만 그런 게 아니다. 열 커플 중 한 커플이 헤어진다는 이혼에도 돈이 꽤 든다. 대개 부모 밑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다 보니 주거비·생활비 등이 만만찮다. 이혼하면서 집이나 차를 팔거나 넘기는 과정에서 생각 못한 비용도 든다. 결혼과 이혼에 따른 비용과 최신 트렌드를 살펴봤다.

인류의 역사와 결혼의 역사는 궤적이 비슷하다.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결혼 문화는 많이 변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났고, 일부는 주류가 됐다. 형식보다는 실용성을 먼저 고려하고, ‘굳이 왜?’라는 반문이 자연스러워졌다. 주례 없는 결혼식, 하우스웨딩, 웨딩 플래너 등이 그렇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과의 결합이란 생각도 많이 희석됐다. 부모의 의견보다는 예비부부의 선택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혼수, 예단 문화 역시 많이 변했다.

‘허례허식 좇지 말자’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 예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신혼여행에 더 투자하는 신혼부부가 많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혼집이나 혼수 마련이 신랑과 신부, 어느 일방의 몫이 아니라는 생각 역시 크게 확산됐다. 올해는 봄에 결혼하는 커플이 유난히 많다. 윤달(10월 24일~11월 21일)이 가을 결혼 시즌과 겹쳐서다.

막상 결혼을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정보는 많아도 선택이 어렵다. ‘결혼하려면 선택할 게 1만 가지’라는 농담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니 여러 면에서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핵심은 돈이다. 가치소비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결혼에 목돈이 필요한 건 요즘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웨딩컨설팅 브랜드 듀오웨드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신혼부부는 결혼비용으로 평균 2억4996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1000명(남성 485명, 여성 51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주택 마련 비용이 1억802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예물(1670만원)·예식장(1594만원) 비용 등이 뒤를 이었다. 2억4996만원 중 평균적으로 신랑이 1억5598만원, 신부가 9398만원을 지출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 남성의 초혼 연령은 32.2세, 여성은 29.6세. 사실상 이 나이에 2억5000만원 가량의 결혼비용을 감당하긴 어렵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결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서적으로 독립했으나 경제적으로 여전히 부모에 의존하는 요즘 세대의 한 단면이다.

과거와 달라진 건 결혼 트렌드만이 아니다.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이혼=죄악’이라던 왜곡된 시선은 많이 사라졌고, ‘결혼이 그렇듯 이혼도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최근 60대 이상 황혼 이혼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다. 실제로 30~4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혼율은 크게 늘었다. 이혼 제도에서 상대적 약자였던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도 상당히 진전됐다.

분위기는 달라졌는데 이혼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여전히 마찬가지다. 변호사가 필요한 지 아닌지, 소송이 필요한지, 재산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양육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따져볼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 각종 세금 등 돈도 많이 필요하다. 결혼 정보는 차고 넘쳐서 걱정이고, 이혼에 관한 정보는 너무 몰라서 걱정이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공부가 필요하다.

1236호 (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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