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하나의 거대 산업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신혼집 마련을 제외한 1인당 평균 결혼비용은 약 5000만원이다. 지난해 혼인신고자 수가 32만 쌍임을 감안하면 결혼은 16조원에 달하는 산업이다.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결혼에도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한다. 웨딩드레스 대여, 예식촬영, 신혼여행, 예물·예단, 출장 뷔페 등 결혼 관련 상품이 다양하다.하지만 상품 대부분이 정액을 명확히 매기기 어려운 서비스 업종이라 보니 결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결혼 당사자들이 모두 직장인이면 결혼 일정을 잡는 일조차 어려울 정도다. 결혼의 모든 과정을 맡아 정리해주는 웨딩플래너가 등장한 배경이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표’를 살펴보면 웨딩플래너를 ‘결혼식을 설계해주고 합리적인 견적을 뽑아주며 혼수·신혼여행·웨딩드레스·신부화장·사진촬영 등 결혼 준비의 많은 과정을 직접 동행해주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웨딩플래너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에는 대부분 대형 웨딩홀 소속이었다. 웨딩홀에서 식을 올리는 신부의 화장과 사진촬영, 여기에 신혼여행 장소 선정까지 한번에 마련해주는 패키지 상품을 소개하는 업종이었다. 이후 2000년대로 넘어서며 복잡한 결혼 과정을 한번에 처리해주는 법인이 등장했다. 2000년대 초 500억원 규모이던 웨딩컨설팅 시장은 지난해 1500억원대로 성장했다. 서비스는 더욱 정교해졌고, 시장에서 영향력도 세졌다.결혼관련 시장 연 16조원 규모이우용 한국웨딩플래너협회 이사는 웨딩플래너 사업이 성장한 배경을 규모의 경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웨딩플래너는 다양한 업체와 연계돼 있어, 고객에게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결혼 관련 업체들은 웨딩플래너와 제휴할 경우 안정적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고객에 비해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고객 확보는 재료의 대량 구입을 가능하게 하고, 위험부담 없이 큰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출 수 있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예비부부들이 웨딩플래너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편리한 일정 관리가 있다. 결혼 일정에 변동이 생겼을 때, 웨딩플래너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예식장·항공사·호텔·미용실 등에 일일이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 환불도 쉽다. 웨딩플래너 최고의 마케팅은 입소문이다. 고객의 눈치를 살피며 감동을 이끌어내야 다음 손님을 추천 받을 수 있다.골치 아픈 결혼 준비를 대신해 주는 만큼 돈도 든다. 결혼비용의 10~30%를 웨딩플래너가 받아간다. 웨딩플래너가 관여하는 사진촬영·예물·이벤트 등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결혼비용 역시 큰 차이가 난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1인당 결혼비용이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났다. 최소 비용은 334만원인데 반해 최고 비용은 3억3650만원에 달했다.예물은 최소 50만원에서 최고 8500만원으로 170배 차이가 났다. 특히 피로연비는 최소 비용과 최고 비용의 차이가 무려 186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사는 “서비스 비용을 정액화 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정액 제도가 정착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일정 교육만 받으면 법인을 등록할 수 있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약 500개 업체가 웨딩플래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1인 기업부터 소속 웨딩플래너만 수십명이 넘는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웨딩 패키지의 가격과 질에 큰 차이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아예 잠적하는 업체까지 있다. 이 이사는 “업체를 고를 때 얼마나 꾸준히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잘 나간다지만 웨딩플래너 업계의 고민거리도 적지 않다. 결혼 풍속도가 달라져서다. 결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식사와 신혼여행 비용이다.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어 웨딩플래너의 영향이 적은 분야다. 다시 말해 사진촬영·예물·이벤트 등이 많아야 웨딩플래너도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간소한 결혼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 중이다.한복을 맞추지 않거나 결혼 촬영을 건너 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가족과 지인만 초대하는 미니 결혼식도 늘고 있다. 한지은 웨딩타임즈 기자는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며 “지금 중·고등학생이 결혼할 시기가 되면 미니 결혼식이 보편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결혼 과정을 돕는 웨딩플래너와 정반대의 역할을 하는 대리인도 있다. 이혼상담사다. 이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꼼꼼한 일 처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이혼 상담은 이혼 전문 변호사가 맡아왔다. 이혼 전문 변호사와 이혼상담사의 차이점은 업무 영역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법적 분쟁 조정에 한정해 업무를 수행한다면 이혼상담사는 이혼까지 이르는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을 전반적으로 챙긴다.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을 염두에 두고 이혼 과정을 돕는 직업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보편화된 제도인 이혼상담사는 3년 전 처음 등장했다.이혼이 급증하며 이혼상담사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992년 5만3500쌍에서 지난해 11만4300쌍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는 1992년 1.2건(2.4명)에서 2013년 2.3건(4.6명)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한국 이혼 비율 OECD 가입국 1위이혼상담사의 역할은 ‘이혼 컨설팅’이다. 이혼 절차에 들어선 부부를 만나 관계에 대해 심리상담을 한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이 이혼을 선택할 경우 서류를 준비해 이혼 진행을 대행한다. 재산분할, 친권, 양육권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일도 맡는다. 이혼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힘들어 하는 점은 불편한 감정에도 서로 얼굴을 맞대는 일이다. 이혼상담사는 이혼을 하려는 부부들이 서로 대면하지 않도록 양측 사이를 오가며 서류를 전달하고 합의를 도출한다. 이혼 뒤 서로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주거지를 정하는 데도 조언하며 여성 이혼자에게는 재취업 자리까지 소개한다.또 이혼한 뒤의 심리 치료와 자녀 교육, 재혼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한다. 비용은 업체와 상담 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변호사 비용을 제외하고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이혼상담사 사무실은 약 10여 곳으로 대부분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인근에 위치했다. 그동안 이혼상담사는 업체들이 자체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했다. 하지만 이혼상담사 수요가 빠르게 늘자 정부는 4월에 공인 이혼상담사 자격인증을 시작했다.한국 1호 이혼상담사인 이병철 디보싱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이혼을 조장한다는 것인데, 사실과는 다르다”며 “상담 과정에서 이혼을 포기하고 다시 가정을 꾸려보겠다며 돌아가는 방문자가 70%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법원에 출두하는 이혼 부부와 동행해 심리적 안정을 주고 현장에서 조언을 해준다”며 “대부분의 이혼상담사는 이혼 경험자들로 구성돼 고객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