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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튜디오 둘러보니 - 예술 향 가득한 자동차 갤러리 

‘쇳물→자동차→고철 재활용’ 자원순환 콘셉트 … 자동차 문화의 미래 담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1층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UVA의 아트스컬프처와 아트 필름이 전시 중이다.




▎2. 9대의 제네시스를 매달아 360도 회전하게 한 ‘카 로테이터’. 3. 한 관람객이 카 로데이터에 걸린 제네시스의 밑바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4. 현대차의 자원순환형 가치 ‘Zero TO Zero’를 상징하는 블루카펫 위에 전시된 제네시스. 5. 현대차가 에르메스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시킨 콘셉트카 ‘Equus by HERMES’의 내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하 모터스튜디오)’은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에 있다. 위치부터 전략적이다. 주변엔 벤츠·BMW 등 해외 브랜드의 전시장이 몰려있다. 수입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꼭 한번 들르는 수입차의 메카다. 그 사거리 딱 한복판에 첫 브랜드 체험관을 세웠다. 현대자동차로서는 적진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장소 선정에서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당당함이 엿보인다.

모터스튜디오는 외관부터 여느 전시장과 다르다. 건물 3층에서 5층까지 3개 층 창가에 9대의 제네시스를 공중에 매달아 360도 회전하게 만든 설치미술 ‘카 로테이터(Car Rotator)’를 전시했다.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저철분 접합 복층 유리를 사용해 외부에서 자동차를 더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노출된 차량의 차종·색상·배치·각도 등은 철저히 준비된 작가의 연출이다. 6개월 단위로 차량을 변경해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건물 내·외부를 감싼 철 파이프 골조 건축도 눈길을 끈다. 파이프를 활용한 디자인은 건물 내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는 현대차가 지향하는 ‘Zero TO Zero’를 표현한 것이다. ‘Zero TO Zero’는 쇳물부터 자동차, 고철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자원 순환형 가치를 의미한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배관용 강관이 역동적으로 얽혀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준다. 반복되는 자동차 조립 공정처럼 수없이 반복되는 파이프의 연결 고리를 통해 현대차의 기술적 정교함을 표현했다.

금속 본연의 느낌을 살린 아연도금 강판과 파이프 등 주요 건축 자재는 계열사인 현대제철, 현대 하이스코에서 가공했다.


수입차 메카 심장부에 진출

‘첫인상’과도 같은 모터스튜디오 1층은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UVA의 아트 스컬프처(Art sculpture)와 아트 필름(Art film)이 전시 중이다. UVA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첫 작품은 ‘움직임의 원리(Principles of Motion)’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일상적 풍경을 55인치 LFD 40대(내부)·74대(외부)를 붙여 만든 미디어 월에 표현했다. 그 아래에는 2000개의 흑백 LED를 23개의 링으로 구성한 LED 디스크 아트 스컬프처를 설치해 리듬·속도·빛 등의 움직임을 형상화했다. 상주하는 아트 큐레이터로부터 전시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2층은 도서관이다.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자동차 관련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자동차 전문 라이브러리다. 철학·디자인·기술 등 6개 카테고리로 구성된 자동차 서적, 현대자동차 관련 서적, 포니부터 신차까지의 정비매뉴얼 등 총 2500여 권의 서적이 구비돼 있다. <남양연구소 발전사> 등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눈길을 끈다.

2층 한 켠에는 유명 커피전문점 ‘폴 바셋’이 입점해 있다. 폴 바셋은 2003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호주 출신 바리스타다. 커피 산지와 농장에서 엄선한 생두를 한 잔의 커피로 만들기까지 복잡하고 수많은 과정을 거치기로 유명하다. 이런 브랜드 스토리가 ‘쇳물→자동차→고철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자원재순환 철학과 닮았다는 점에서 폴 바셋을 선택했다고 한다. 모터스튜디오 방문고객은 다른 폴바셋 매장보다 15%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다.

3~5층은 자동차 갤러리로 꾸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창 밖에서 본 전시 자동차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평소 보기 어려운 자동차의 밑바닥을 볼 수 있도록 한 게 이색적이다. 3층은 그랜저 하이브리드, 제네시스 등 현대자동차의 고급 세단 라인을 전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콘셉트카 ‘Equus by HERMES’다. ‘Equus by HERMES’는 현대차의 최고급 모델인 에쿠스 리무진에 에르메스의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가죽 작업이 더해진 콘셉트카다.

2년 여의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데 지난해 서울국제모터쇼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총 3대를 제작했는데 그 중 1대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프리미엄 라운지에서는 현대차 고급 세단에 사용된 천연 가죽, 리얼 우드, 알루미늄, 외장 컬러 등 내·외장 소재가 전시돼 있다. 직접 만져보고 선택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실제 차량의 색깔을 빛에 비춰 확인할 수 있는데 인쇄된 카달로그로 본 색깔과는 감흥이 다르다.

4층 갤러리의 테마는 가족이다.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쏘나타·아반떼·싼타페 등 패밀리카가 전시돼 있다. 한 쪽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키즈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블록 쌓기 장난감과 어린이 도서 등이 배치돼 있고, 슬롯카 체험, 페이퍼 토이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동차 공장을 돌아보는 애니메이션도 상영한다. 전문 돌보미가 상주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기고 부모는 여유 있게 모터스튜디오를 둘러볼 수 있다. 다른 층에서 관람할 때도 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CCTV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5층 갤러리는 현대차의 실험정신을 표현했다. i30·i40·벨로스터 등이 전시된다. 눈길을 끄는 건 현대차의 고객맞춤형 브랜드 튜익스(TUIX)의 다양한 정품 부품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튜익스 라운지다. 2010년 출시한 튜익스는 기존 현대차 모델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새롭게 연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새로운 자동차 문화다. 차량별 튜닝 아이템과 실제튜닝카를 볼 수 있어 나만의 드림카를 구상해보기 제격이다.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W RC)에 출전한 현대팀의 레플리카(Replica) i20도 전시 중이다.

아이들 상상력 자극하는 재미난 놀이터

모터스튜디오는 판매를 목적으로 한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구입을 원하는 고객에게 별도 안내를 해주지만 가장 큰 목적은 현대차가 그리는 자동차 문화와 그 미래를 알리는 일이다. 오가는 길에 신기한 눈길로 들러도 좋고, 요즘 ‘로보카 폴리’에 푹 빠진 아이의 손을 잡고 와도 좋다. 자동차 매니아에겐 더더욱 요긴한 장소다.

1239호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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