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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적자에 허덕이는 롯데백화점 해외 사업 - 전략 부재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중국 1호점은 4년 만에 폐점 ... 인니 자카르타점도 매출 부진 시달려 


▎1. 롯데백화점의 중국 1호점이었던 베이징점의 오픈 초기 전경. 실적 부진으로 약 4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2. 롯데쇼핑이 인도네시아에 자카르타에 연 ‘롯데쇼핑 에비뉴’. 고객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다.



“백화점에 들어오는 손님 수가 너무 적어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롯데쇼핑 에비뉴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사장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자카르타의 초고층 빌딩 ‘찌푸트라 월드 자카르타’에 백화점과 쇼핑몰·면세점을 열었다. 해외에 연 다섯 번째 백화점이다. 현지의 유통 환경에 맞추는 한편 한국식 쇼핑 문화를 결합해 동남아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목표였다. 개장 1년이 지났다. 잘 되고 있을까. 현지 관계자들이 전하는 말을 들어봤다.

한 점포 사장은 “쇼핑몰 제일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손님이 너무 없어 6개 층 전체가 텅 비어 보일 때가 있다”며 “손님이 없어 점포를 뺀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개장 전 롯데쇼핑 측은 루이뷔통 급의 명품도 입점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지금 보면 명품 브랜드는 화장품만 들어와 있고 패션 쪽은 중간 가격대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곳에 점포를 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점포 내지 말 걸”

자카르타를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들도 처음에는 롯데 브랜드에 반가워하고 쇼핑몰의 거대한 규모에 놀라다가도 나중에는 “어떻게 이렇게 손님이 없느냐”고 묻는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자카르타는 상류층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몰링(Malling:쇼핑몰 안에서 외식·문화생활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것) 문화가 발달해 있어 도심에는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로 가득 찬 쇼핑몰이 즐비하다.

화려함과 규모만 놓고 보면 유럽의 고급 백화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른 점포 관계자는 “롯데쇼핑 에비뉴는 중산층을 염두에 두고 점포를 구성했는데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이들의 소비가 미약하다”며 “고객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애초 기대보다는 적어 롯데쇼핑 측에서도 초조한 눈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카르타의 쇼핑몰이 현지에서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4~5년이 걸린다고 하니 지켜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의 해외 백화점 부문 실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유통업계 부동의 1위 명성이 무색하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에 ‘중국 1호’ 백화점이 문을 열었지만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다 4년 만에 철수했다. 이 사업으로 롯데쇼핑은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롯데쇼핑 측은 “합작한 중국 법인과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소비재 기업 관계자는 “베이징점의 위치가 왕푸징이기는 했지만 다른 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고 외진 곳에 위치해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진출 당시 이미 중국 내 백화점 경쟁이 치열해 노른자위 자리는 다른 업체가 깔고 앉은 상황이었고 부동산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좋은 위치 선점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유통기업들도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중국 시장을 넘봤지만 까르푸를 제외한 대부분이 실패하고 철수했다”며 “그만큼 장벽이 높은 시장인데 롯데가 다소 안이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한다.

부진한 내수 탓에 성장 정체를 겪는 국내 유통 업체는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 경영진도 매 분기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백화점 해외 출점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오히려 진출 시기와 입지 선정, 타깃 고객층 선정 등 전략적인 면에서 실책을 연발하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베이징 백화점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느낌”이라며 “롯데쇼핑은 중국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실적 부진 요인을 외부 환경에서 찾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 같은 부진이 이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롯데쇼핑이 기대하는 모스크바점 흑자 전환 역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진출 시기, 입지 선정 고객층 선정에서 실책 연발

베이징에서 쓴맛을 본 롯데쇼핑은 방향을 틀어 2011년 텐진으로 향했다. 베이징에 인접해 있으면서 향후 소비 증대가 기대되고 비교적 경쟁이 덜 치열한 지역을 택한 것이다. 롯데쇼핑은 텐진에서 백화점 2곳을 열고, 이어 웨이하이·청두에 출점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겼다. 출점이 늘며 덩달아 매출도 올랐다. 해외 백화점 부문 연 매출은 2011년 90억원에서 2012년 230억원, 지난해 58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적자는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11년 185억원 손실을 봤는데, 2012년에는 400억원, 지난해는 850억원의 적자를 봤다. 국내 백화점의 안정세와 아울렛 시장에서의 성장세로 인해 롯데쇼핑이 경쟁사들에 비해 절대적인 실적 우위에 설 수 있음에도 해외 사업 부문 적자가 전체 실적을 깎아먹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해외 사업 부진에 대해 “한국에서는 백화점이 이익을 낼 때까지 4~5년이 걸리지만 중국 등 해외는 7~8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두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적자가 난다고 해서 접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인도네시아가 개발도상국이라고는 해도 백화점 소비자는 눈높이가 높은 편이다. 글로벌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해외 백화점 사업에 관한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롯데쇼핑은 계획대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롯데백화점 중국 5호점을 5월 31일 열었다. 이 곳에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할인마트·호텔·테마파크·오피스·아파트까지 들어설 계획이다. 롯데그룹 7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총 투자비가 3조원에 달하며 부지 면적은 116만㎡로 제2롯데월드의 1.4배에 달한다. 잠실과 같은 거대한 ‘롯데타운’을 중국의 떠오르는 신흥도시에 짓는 것이다. 베이징·상하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동북지역을 택한 것은 2선 도시(GDP 7000달러, 인구 700만 이상)를 선점해 미래 성장에 베팅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홍콩과 상하이에 디즈니랜드가 있는데 동북 지역에는 없어서 이런 수요를 노린 것은 좋은 시도”라면서도 “대규모 타운 건설로 롯데 브랜드를 정착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 소비자 수준이 높아져 세계 최고의 브랜드만 성공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9월 베트남 첫 점포인 하노이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또 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지 미래 먹거리를 찾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1240호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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