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경계가 사라진 시대의 생존법 

 

이용성 한글라스 대표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발달은 생활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변화의 물결은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즈니스 간의 경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예컨대 동작인식 게임기를 활용한 뇌졸중 재활용 의료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와 의료라는 전혀 다른 분야가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좋은 예다. 비즈니스뿐인가? 사회·문화 영역에서도 경계 무너뜨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기존의 열차와 낙후된 철로, 간이역을 서로 융합해 명소로 만든 중부내륙관광열차는 관광산업의 새로운 컨버전스 모델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 활동 범위의 경계 또한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는 국내 회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외국 회사들이 국내에 진출해서 뿌리를 내리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기업의 활동 범위에서 국경의 의미도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게 세계는 하나의 커다란 시장일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 개인과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컨버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컨버전스의 사전적 의미는 ‘한 점으로 모인다’이다. 즉 경계를 가르는 선들이 모여 결합하고 융합해 하나의 점을 만든다는 의미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이 만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는 시대가 바로 컨버전스 시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컨버전스는 단순히 기존에 분리돼 있던 제품의 기능을 합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컨버전스의 진정한 힘은 사람들의 인식을 뛰어넘는 혁신성에 있다. 예를 들어 유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떠올려보라. 보통 유리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리는 스마트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간별로 태양의 고도에 따라 태양열의 실내 유입을 자동으로 감지해 별도의 차양장치 없이도 태양열의 실내 유입을 스스로 조절한다. 흔히들 스마트 제품 하면 떠올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외에도 컨버전스를 통한 혁신의 영역은 멀지 않은 곳에도 존재한다.

필자는 종종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들의 고민을 들으며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하고 젊음의 에너지를 얻는다. 뛰어난 지식과 전문성을 갖춰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열중인 젊은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동시에 컨버전스의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컨버전스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정치·경제·문화·환경 등 다양한 이슈를 폭넓게 관찰하고 미래에 예측 가능한 일을 내다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이다. 여기에 불확실성에 대한 발 빠른 적응과 적절한 관리가 병행된다면 컨버전스의 시대에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강조했던 말은 바로 ‘점을 잇는 것(Connecting the dots)’이었다. 자신의 경험, 고난, 인생 경험 등이 모여 하나의 차이점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이 말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놀라운 통찰력을 준다. 세상은 당시보다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큰 흐름을 지켜보며 경계를 가르는 선들이 모인 점을 찾아야 한다.

1243호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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