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직원 650명의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전체 직원(4240명)의 15% 수준이다. 씨티은행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점 통폐합 계획(190개 지점 중 56개 축소)과 함께 5월 29일부터 1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해왔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예상보다 많은 직원 약 780명이 신청했는데 이중 130명 가량은 회사 측이 퇴직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자는 근속 연수에 따라 36개월에서 최대 60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회사에 미래 없다”희망 퇴직자 650명 가운데는 8년 차 이하(행원·대리급) 직원이 110여 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자급 희망퇴직을 기대했는데 젊은 직원들의 예상치 못 한 반응에 회사 측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한 직원은 “실적이 나빠진데다 회사가 지점과 인력을 줄이겠다고 나서니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 회사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직원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650명이란 숫자는 ‘이코노미스트 1234호(2014년 4월 28일자)’ 보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씨티은행의 구조조정 문서를 단독 입수해 ‘한국씨티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구조조정 인센티브 계약을 했다’고 보도했다. 조엘 코른라이히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이 김앤장과 주고 받은 계약서에 ‘500명 이상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1억원, 650명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5억원의 성공 보수를 지급한다’는 계약이 담겨있다는 내용이다.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 등 잇따른 몸집 줄이기에 업계에선 씨티은행이 사실상 철수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씨티은행이 한국씨티금융지주와 합병하기로 한 것도 철수설에 힘을 싣는다. 4년간 유지했던 지주회사 체제를 원점으로 돌린 것은 사실상 사업 확장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철수 전 단계로 HSBC처럼 소매금융을 접고, 기업금융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국내 소매금융 부문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두 은행은 국내 은행의 강력한 마케팅 공세에 밀려 한국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몸집 줄이기가 주로 소매금융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설을 뒷받침한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완전 철수를 구상할 것이란 예상이다.이에 맞물려 본점 매각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 중구 다동 사옥을 하반기 중 매각하고 내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로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회사 측은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매각 주관사까지 공개하며 ‘사실상 확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하영구 행장이 올해도 자문용역비로 1000억원 이상을 뉴욕으로 보낼 계획”이라며 “이제는 본점 건물까지 매각해 본사에 충성을 맹세하려 한다”고 주장했다.실제로 씨티은행은 수익성 악화에도 과도한 배당금을 미국 본사에 지급해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엔 배당금 외에 매년 500억~1000억원 정도의 돈을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해외 지점에 송금한 것이 추가로 드러났다(관련기사 1234호). 노조 측은 “회사 측이 해외 용역비로 본사에 9년간 7541억원을 반출했다”며 “세금 탈루와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거듭된 ‘먹튀 논란’ ‘국부유출 논란’에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폐쇄된 지점의 평균 자산이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많이 벌어 본사에 보내는 것이 힘들어지자 자산과 비용을 줄여 해외로 보내려는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