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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26년 묶인 해외여행자 면세한도 높아질까 - 1인당 400→600달러로 상향 움직임 

기획재정부 8월 결정 … 호텔신라 최대 수혜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정부가 해외 여행자 1인당 면세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지난해 해외 여행객 수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직장인 이혜진(29)씨는 8월, 여름 휴가를 이용해 미국 뉴욕 여행을 떠난다. 이씨의 주된 여행 목적은 쇼핑이다. 패션 관련 일을 하는 이씨는 해외에서 옷과 가방을 많이 구입하는데 그때마다 면세한도가 적어 불만이다.

출국 전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이라도 할라치면 금세 면세한도인 400달러를 초과하기 일쑤다. 이씨는 "원-달러 환율이 싸지면서 구매력은 더 커졌는데 면세한도가 늘 걸림돌이다"며 "한도를 초과한 금액에 대한 관세를 내는 건 당연하지만 그러기에 400달러는 너무 적은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OECD 가입 32개국 중 29번째로 낮아

국민소득이 늘고, 물가도 올랐다. 그러나 해외 여행자 1인당 면세한도는 26년째 400달러에 머물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면세한도는 1979년 10만원에서 1988년 30만원(당시 환율적용 400달러)으로 올랐다. 이후 1996년 면세 기준의 화폐단위가 달러로 바뀌면서 400달러로 고정됐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4548달러(1988년)에서 2만6205달러(2013년)로 5.7배 수준이 됐다.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일본 20만엔(1960달러), 미국 800달러를 비롯해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중국 5000위안(약 805달러)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29번째(2010년 기준)로 낮은 수준이다.

면세한도가 너무 낮다 보니 한도를 초과해 물품을 구입한 뒤 세관신고를 하지 않은 채 몰래 숨겨오는 것도 예삿일이 됐다. 관세청이 2012년 66만7000건의 여행객 휴대품을 조사한 결과 43.6%인 29만1000건이 면세한도를 초과해 적발됐다. 초과 범위도 커졌다.

면세한도를 넘어선 물품을 사오다가 공항에서 적발돼 30%의 가산세를 낸 건수는 지난해 6만894건. 2012년(9만287건)보다 32.6% 감소했지만 이로 인해 거둬들인 가산세는 2012년 11억970만원에서 지난해 21억 200만원으로 오히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로 주류·화장품 구입으로 면세한도를 살짝 벗어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여행객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명품 핸드백과 시계 등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면세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국내 면세점 대신 해외 면세점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동안 정부가 면세한도를 올리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공항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는 계층이 일부 상류층과 중산층에 국한돼 있어 저소득층과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 제품 판매 증가로 외화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이유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여론에 따라 정부가 면세한도 상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 여행객 면세한도 확대 논의는 올 3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통해 규제 완화 건의가 나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00달러로 동결돼 있는 면세기준을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꼽으면서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현실을 반영해 면세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2012년에도 정부에 면세한도를 1000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산업연구원 측은 7월 8일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공청회’를 열어 ‘65개 주요국의 구매력 대비 평균 면세한도를 한국에 적용하면 1인당 면세한도는 600달러가 적절하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외화 유출로 인한 서비스 수지 악화나 국내 산업의 피해, 계층간 위화감 조성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면세한도 상향에 따른 효과가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는 데 입을 모았다. 최봉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고, 해외 여행을 하는 국민의 수가 15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논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국민은 1516만명에 달했다. 외래 관광객 수 역시 1220만명을 넘어서 글로벌 시대를 맞았다. 최 연구위원은 “외래 관광객의 국산품 구매액 역시 갈수록 늘어 면세한도를 올리더라도 외화 유출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세한도 기준을 600달러로 할 때 관세 수입 감소액(연간 231억원)도 적은 편이어서 전체 세수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하이난성에 세계 최대 면세점이 들어서는 등 면세사업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독 면세한도 제한이 심하고, 입국자 세관 단속까지 강화하는 추세”라며 “각국이 면세 수요를 자국 내에서 해소하는데 반해 우리 매출의 절반 이상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면세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면세한도를 6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면세한도 상향 효과 부작용 상쇄” 주장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면세한도를 상향 조정할 경우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최대 28%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내국인 면세 한도가 현재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 조정되면 추가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호텔신라 면세점 매출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 수준인 만큼 600달러로 상향 조정될 경우 매출은 약 13%, 영업이익은 14~2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올리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국인 면세한도 상향 조정은 이익 측면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2분기 실적도 긍정적인 면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 업계는 면세한도가 600달러로 상향 조정될 경우,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평균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 내국인 비중이 30% 내외인 점을 감안해 면세용품 구매 확대로 인한 소비증진 효과를 반영해 산출된 결과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면세한도를 초과한 여행자 휴대품의 검사와 과세 등에 투입됐던 세관 행정비용을 절감하는 등 긍정적인 기대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 등과 협의를 거친 뒤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때, 면세한도 상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길 기재부 관세제도과장은 “해외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여부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나, 면세한도 인상 여부는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1248호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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