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삼성토탈이 농촌을 찾아간 이유 지난 8월 7일 충북 음성 ‘준이네 황금농장’. 삼성토탈 하이신 판매소 직원들이 출근한 이곳은 닭 11만수를 키우는 양계장이다. 화학제품 생산 업체인 삼성토탈 판매 직원들이 농장을 찾은 건 농가에 전략 상품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이름은 ‘하이신(Hi-sene)’. 하이신은 삼성토탈이 생산하는 등유의 일종이다.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상 정식 명칭은 ‘부생연료유1호’다. 부생연료유1호는 석유화학 공장의 원료인 나프타 및 콘덴세이트 처리 공정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이다. 국내에선 삼성토탈이 유일하게 생산한다. 하이신은 주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나 도서지역 발전소에서 사용된다. 발전소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산업용 보일러에 쓸 연료가 필요한데, 하이신은 바로 이 연료 중 하나다. 최근 삼성토탈은 하이신 납품처 다각화에 나섰다. 삼성토탈이 농가를 찾은 배경이다. 하이신은 등유를 사용하는 열원 공급 시설의 대체 연료유로 사용할 수 있다. 농가에서는 농업용 난방기·온수보일러·곡물건조기 등에 사용하는 농업용 보일러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달걀 부화를 위해서 일정 수준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양계장이나, 온실효과를 이용해 열전도·공기대류 현상을 이용해 실내 공간을 데우는 비닐하우스 등에 쓰인다. 삼성토탈은 왜 사업 다각화로 농가를 선택했을까. 경쟁 제품인 등유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닭 10만 마리를 키우는 양계농가의 경우 연 평균 6만리터의 연료를 사용한다. 하이신이 등유보다 리터당 50원~100원 정도 저렴하다. 닭 10만 마리를 키우는 양계농가가 등유를 하이신으로 바꿀 경우 연 300만~600만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운송비를 감안하지 않은 대략적인 수치다. 하이신은 등유보다 황이 적게 함유된 친환경 제품이다. 별도 집진설비 없이 사용이 가능해 보일러를 가동할 때 공기 오염이 덜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농가에서도 별도로 시설을 개조하지 않고 즉시 등유 대신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하이신은 석유화학 제조 공정 중 나오는 원료를 정제해 생산하기 때문에 등유 대비 열량도 높다. 유동점이 낮아 추운 겨울에도 얼어붙을 걱정이 없다는 것도 하이신의 장점이다. 여기에 윤활성까지 높다. 기름이 매끄러울수록 윤활성이 높다고 하는데, 윤활성이 낮을수록 보일러 주요부품에 이상 마모를 유발하거나 파손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신을 등유 대신 사용하면 난방기나 기어펌프가 마모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삼성토탈의 농가 공급 실적은 미미한 수준. 농가 한 곳이 사용하는 연료유 규모도 고작 수십 리터 수준으로 단기에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 기존에 등유를 불편 없이 쓰고 있는 농가 입장에선 굳이 하이신으로 바꿀 이유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한 삼성토탈의 신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등유에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농가의 경우 하이신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저렴하게 끌어내리느냐가 관건이다. 연료비로만 연 수백 만원을 아낀다면 연료유를 하이신으로 교체하는 농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위한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이신은 농업용 면세유로 분류됐다. 농업용 면세유로 분류되면 면세 혜택을 받아 부가세·개별소비세 등이 붙지 않는다. 세금이 빠진 만큼 제품 값은 저렴해진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면세유 부정유통 관리 강화’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하이신은 가격 경쟁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 현행 농업용 난방기에 사용하는 기름 중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기름은 하이신·등유·경유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게 경유다. 농업용 난방기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경유차에 사용하는 등 마음만 먹으면 불법으로 다른 용도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든 경유가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경유를 사용하던 농가가 하이신이나 등유를 사용해야 면세 혜택을 받는다. 참고로 경유와 등유는 열효율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상호 대체가 가능하다. 최근 연료유를 하이신으로 바꾼 ‘준이네 황금농장’의 정기섭 대표는 “등유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화력도 강력하다”며 “유류세 부담이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