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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도 두 손 든 축구계의 규제 

‘구단 수익금만큼 쓰라’는 재정적 페어플레이 … DTI·LTV와 진단·처방 유사 

Management 함승민 기자의 ‘센터링 경제학’② 재정적 페어플레이(FFP)와 부동산 규제

 최근 한 TV 개그 프로그램의 ‘억수르’가 화제다. 억수르는 세계적인 부호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의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를 소재로 한 코너다. 고급차가 아니라 기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아들의 말에 “그럼 기차를 사주겠다”는 등 사소한 일에도 돈을 펑펑 쓰며 해결하는 모습을 패러디했다.

 만수르가 이런 개그의 소재가 되는 것은 단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가 돈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맨시티를 인수하면서 “진정한 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다. 이후 보여준 상상을 초월한 ‘선수 쇼핑’ 행보는 축구팬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2시즌 동안 맨시티는 아구에로·제코·나스리·실바 등 스타 선수들을 높은 이적료에 사들였다. 그가 지금까지 이적료로 지출한 금액은 7억1200만 파운드(약 1조2000억원)다.

  선수 출전 제한에 영입 축소

 이는 선수의 원 소속팀에 ‘이 선수랑 남은 계약 해지하고 나랑 계약할 수 있게 해주면 얼마 줄게’라며 쓴 돈만 이 정도란 얘기다. 그 이후 들어간 선수 개개인의 주급과 복리후생 비용은 별도다. 글로벌스포츠샐러리서베이(SSS)가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12개국 15개 주요 리그의 294개 팀을 대상으로 선수들 1인당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 1위는 단연 맨시티였다.

 맨시티 선수의 1인당 평균 연봉은 533만7944파운드(약 92억원). 이와는 별도로 매년 선수들에게 신형 재규어를 한 대씩 제공하고 있으며, 최고급 펜트하우스, 전좌석 퍼스트 클래스를 구비한 선수단 전용기, 개인 경호원, 24시간 의료진 서비스 등 선수 전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맨시티가 선수 영입에 들인 비용은 요샛말로 ‘어마무시한’ 금액이다.

 그러나 화수분 같던 만수르의 지갑이 올해 여름은 닫혔다. 한 시즌을 준비하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맨시티는 별다른 선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돈이 들지 않는 임대나 자유계약 영입이 대부분이다. 과거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그의 금고가 바닥 나서도, 검소해져서도 아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나 특급 선수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유럽 축구 리그에 적용된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룰 탓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FFP란 ‘재정적으로 공평한 경기를 펼치자’는 의미로 쉽게 말해 돈을 번 만큼만 쓸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를 어기고 구단 수익보다 지출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벌금형 징계를 내리거나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등 UEFA가 주관하는 대회 진출 자격을 제한한다. 지나치게 과열된 선수들의 이적료를 조정하고, 선수들의 연봉을 제어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구단주 개인의 자금에 의존했던 기존의 이적 시장이 아닌, 구단의 흑자 운영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을 토대로 클럽을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클럽 간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구단은 적자가 4500만 유로(약 609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지난 시즌 이를 위반한 맨시티는 올해 5월 6000만유로(약 840억원)의 벌금과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등록 선수를 25명에서 21명으로 제한하는 징계 조치를 받았다. 물론 벌금이야 만수르 구단주에게는 ‘그 정도야 내지 뭐’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수 제한이다.

 챔피언스리그 성적은 구단과 소속 선수 및 감독에게 엄청난 명예일 뿐만 아니라 한 해 수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리그 경기와 함께 빡빡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맨시티에게 등록 선수 제한은 치명적일 수 있다. 결국 만수르도 선수 제한 규제 앞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고, FFP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선수 영입에 소극적인 것이다.

 그런데 잠깐. 비정상적인 시장의 과열과 그로 인한 거품의 발생. 이어지는 부채를 동반한 과잉 투자. 이를 막기 위해 부채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그렇다. FFP는 사실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의 진단과 처방이 유사하다.

 DTI는 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는 계산비율을 말한다. 대출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규제다. LTV는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다.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집의 자산가치를 얼마로 보는가의 비율을 의미한다. 둘 다 기본적으로 ‘네가 가진(가질) 돈(자산)에 맞춰서만 집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FFP가 선수 몸값의 과열에서부터 비롯된 것처럼 DTI와 LTV는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또한 집을 사는 사람의 대부분이 빚을 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가계부채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FFP가 구단의 재정관리 측면에서 도입된 것처럼 말이다. FFP로 만수르는 선수 쇼핑을 줄였고, 대한민국 부자들은 집을 사지 않게 됐다.

 이런 규제에는 한계도 있다. 과열을 없애는 반대급부로 시장의 침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먼 곳에서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K리그에도 이와 관련한 논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도 현재 FFP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지난해에는 각 구단의 선수 연봉을 공개했다. 과도한 연봉 지출에 경각심을 준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때부터 데얀·하대성 등 핵심 K리거들의 잇따라 중국 슈퍼리그로 빠져나갔다. 지난 시즌에는 아시아 최고 축구클럽의 자리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중국 구단에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 선진국인 유럽 리그가 아니라 중국·중동 리그로의 이적이 늘자 축구계에서는 “연봉 공개 여파로 영입은 제한적이고 주요 선수들의 유출은 빨라져 K리그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국내 도입을 계획 중인 FPP에 대해서도 “가뜩이나 얼어붙은 K리그에 대한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 구조가 불확실한 K리그로선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가장 많은 지출 내역 중 하나인 선수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적자 폭이 늘어날 것이라는 부담으로 인해 섣부른 투자도 하기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과열 방지책을 침체 때 쓰지 말자’는 논리다.

  K리그에도 FFP 논란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완화한 DTI·LTV의 논쟁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완화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침체도 문제지만 아직은 과열의 부작용도 견제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결국 FFP든 DTI·LTV든 지금 상황을 침체로 볼 것인지, 과열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후 효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도 뒷받침 돼야 한다. FFP는 세계적인 부호의 무릎도 꿇게 했다. 생각보다 강력한 규제라는 얘기다. 이런 규제가 정말 제대로 된 분석과 검증을 거쳤는지, 단순한 정치적 논리로 찬성이나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1252호 (20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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