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7은 르노삼성자동차의 기함이다. 가장 크고 가격도 가장 비싸다. 브랜드의 자부심이어야 하는 모델이지만 지난 수 년 간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르노삼성의 SM7은 2004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온 비운의 모델이었다.

시승행사는 부산 해운대에서 간절곶을 오가는 83.5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준대형 시장의 샛별 될까?

올 들어 르노삼성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뼈를깎는 구조조정과 국내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제품 개발에 나선 덕이다. 그리고 SM7이 돌아왔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2016년 내수 3위, 품질 1위, 르노닛산 얼라인언스 내의 최고 효율 달성을 위해 임직원이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다”며 “이제 ‘New SM7 Nova’가 그결실을 보여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Nova는 신성(新星)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9월 4일 부산에서 만난 SM7은 인상적인 얼굴을 하고있었다. 먼저 볼륨감과 세련미를 더한 전면부가 눈에 띄었다. 4개의 선을 넣은 보닛은 근육질의 인상을 줬다. 전면 그릴에는 QM3부터 시작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적용했다. 차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고 안락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차량 인테리어도 무난한 편이다. 한국인의 취향에 맞춘 전형적인 사장님 자동차 실내를 보는 것같았다.

시승은 부산 해운대에서 간절곶을 오가는 83.5km 구간에서 진행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달리기 실력은기존 SM7와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실내는 조용했고, 시승 구간 내내 안락한 승차감을 즐길 수 있었다. 시속150km를 넘어 고속 주행을 할 때에도 안정적인 주행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서스펜션 강도를 높여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을 높인 덕이다. 하지만 가속 능력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웅~’ 소리가먼저 들린 다음 차가 움직이곤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일반주행 모드에선 부드러운 승차감을 강조하기 위한 세팅을 했다”며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맞추면 공격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차에는 미국의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워즈(Ward’s)가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한 닛산의 VQ V6 엔진이 장착됐다.VQ25 V6엔진은 최대출력이 190마력으로 4400rpm에서 24.8kg.m 토크를 구현해 상용 영역에서 최적화된 파워를 제공한다. ESM(EnergySmart Management)등 에너지 최적 제어기술을 적용해10.2km/L 의 복합연비를 갖추고 있다. 한 단계 윗 모델에 장착되는 Q35 V6엔진은 최대출력 258마력, 33.7kg·m의 토크로 풍부한 출력과 파워를 보여주고 있으며,9.4 km/L의 복합연비를 보인다. 르노삼성의 남형훈 부장은 “연비 절감을 위해 국산차 최초로 마그네슘 판재를 적용했다”며 “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여 앞으로 출시되는 모델에 마그네슘 판재 적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차에는 다른 차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장비도 장착됐다. 와이파이(Wi-Fi) 통신을 활용한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이다.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차량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동기화 할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화면을 차량 메인 화면에 띄워놓고 운전을할 수 있다. 간편하게 전화를 걸거나 카카오톡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기종이 있다. 시승 기자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SM7의 전면 그릴은 QM3부터 시작한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적용됐다.

와이파이 통신을 활용한 스마트 미러링 덕에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다.

경쟁 모델은 그랜저

르노삼성의 박동훈 부사장은 SM7의 경쟁 모델로 그랜저를 지목했다. 그는 “현대차의 그랜저 등은 국내보다는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차이지만 SM7은 프랑스 회사가 순수하게 한국 시장만을 위해 개발한 준대형 세단”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은 VQ25과 VQ35의 두 가지 모델을 출시했다. 가격은 VQ25의 경우 3040만~3490만원,VQ35은 3520만~38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