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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보다 높은 낙찰가 속출 

9·1대책 발표 후 응찰자 늘어 … 재건축 물건은 교육·교통 따져봐야 

이혜진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Real estate 투자자 몰리는 부동산 경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경매가 많은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9·1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부동산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완화정책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반 부동산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경매시장은 대책 발표 직후부터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정찬국 와이즈AMC 대표는 “경매 투자는 싼 가격이 매력이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면서 “입찰 법정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 입찰하는 등의 실수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입찰 열기가 뜨거운 경매시장에서 투자자가 주의할 점을 용도별로 나눠 유의점을 살펴본다.

◇ 경매로 내 집 마련? 이사 날짜·자금 계획 꼼꼼히 점검 = 내 집 마련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일반아파트 낙찰가율도 상승세다. 부동산 경매 전문 업체 스토리옥션에 따르면 9·1대책이 발표된 9월 1일부터 16일까지 주거용 부동산 낙찰가율은 83.54%로 조사됐다. 8월(80.83%)과 비교해 2.7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경매에 참여하는 인원도 물건당 8월 5.88명에서 6.17명으로 늘었다. 9·1대책으로 내 집 마련 통로가 확대되자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경매법정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월 5일 의정부지방법원을 찾은 직장인 한윤미(33세)씨는 이날 회사에 연차를 내고 경매법정을 찾았다. 한씨는 “그동안 집을 사야 하나 고민만 해왔는데 최근 매수환경이 확실히 좋아진것 같아 내 집 마련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눈 여겨 보던 단지가 오늘 경매에 부쳐진다고 해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층 유입이 확대되면서 감정가를 넘긴 낙찰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9월 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마포구 상암동 휴먼시아는 감정가보다 100만 원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매각이 진행된 방배동 방배2차이편한세상 역시 감정가보다 30만 원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이런 움직임은 수도권 경매 법정에서도 포착됐다. 11일 고양지원에선 일산동 일산 2차동문, 일산동 일산동양 등이 감정가를 넘겨 낙찰됐다. 16일에는 군포시 대야미동 이편한 세상, 시흥시 대야동 우성아파트 등의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정찬국 대표는 “보통 입찰 전 6개월에서 1년 전에 시세가 감정가에 반영된다”며 “감정가를 넘긴 낙찰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아파트값이 오르고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입찰 전 일반 매물 시세 조사와 해당 물건 권리분석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관리비나 공과금 연체내역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또 직접 입주해 살아야 하는 만큼 이사날짜와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전 소유자나 세입자와 이사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경우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게 입주할 수 잇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용적률·지분 따라 수익률 천차만별 = 9·1대책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경매시장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이 최장 40년(서울시 조례 기준)에서 30년으로 짧아졌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재건축 연한이 단축되면서 매수 시기

를 저울질 하던 재건축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준공된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 사업 추진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1980년대 준공 아파트의 낙찰건수는 총 25건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지의 평균 낙찰가율은 95.53%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월 88.59% 대비 6.94%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이 모여있는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지난 11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은 최저가 5억 2000만 원에 경매에 부쳐져 감정가(6억 5000만 원)를 훌쩍 넘긴 6억 914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응찰자만 23명이 몰렸고 낙찰가율은 106.43%를 기록했다. 같은 날 입찰에 들어간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역시 감정가(13억 7000만 원)보다 5% 더 써낸 김모씨가 14억 3799만 9900원에 낙찰 받아 갔다. 서초 삼풍아파트도 감정가 14억 원을 조금 넘긴 14억 2199만 원에 유찰없이 주인을 찾았다.

재건축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투자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9·1대책은 재건축 활성화 대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도 “재건축 가능 연한이 단축된 것이 실제 수익률에 얼만큼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건축 단지는 보유한 대지 지분이나 용적률에 따라 수익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린 무리한 입찰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재건축 연한이 앞당겨진다고 투자 가치가 없던 단지의 매력이 갑자기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건축 단지에 투자할 때는 교통·교육 등 생활 여건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요즘 대세 수익형 부동산도 싼 값에 혹했다간 낭패 = 초저금리기조가 계속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올해 법원 경매시장에서 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경매시장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오피스텔 낙찰가율이 상승곡선을 그

리고 있다. 9월 1~5일 사이 서울·수도권 상가 낙찰가율은 69.6%를 기록했다. 8월 평균(65.4%)보다 4.2%포인트 뛰었고, 평균 응찰자 수도 물건당 2.8명에서 3.2명으로 증가했다. 오피스텔 낙찰가율 역시 전달(76.0%)보다 2.4%포인트 오른 78.4%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의 매력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상가 투자에서 싼 값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상가의 경우 임차인을 구할 수 없어 경매에 나온 물건이 많기 때문에 싸다고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 지역이나 건물에서 경매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곳은 상권이 죽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 분양됐던 상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 배후수요가 갖춰지고 상권이 조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단지 내 상가 투자를 검토할 때는 아파트단지 규모에 비해서 공급되는 상가 비율이 너무 높지 않은지, 단지 규모가 너무 작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고종옥 코쿤하우스 대표는 “상가는 단기간 시세차익보다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상품”이라면서 “현재 상권에 대한 조사도 중요하지만 미래 상권 변화에 대한 분석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액 투자가 가능해 자금 부담이 적은 오피스텔 투자에도 주의할 점은 있다. 최근 공급 물량이 급증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역별 수급 상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공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풍부한 임대수요가 갖춰진 대학가나 직장인 수요가 많은 산업단지 인근, 역세권 등을 노려는 것이 중요하다. 고종옥 대표는 “오피스텔을 경매로 매입하고자 할 때는 투자를 원하는 지역을 먼저 고른 후 마땅한 물건이 경매에 나오면 입찰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면서 “입찰 전 해당 지역 중개업소를 통해 임차수요가 넉넉한 지, 공실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54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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