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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철 닥터로빈 대표 - 해로운 음식만 줄여도 건강해지죠 

화학조미료·첨가물 없는 식단으로 인기 의사 출신으로 미래전략연구소장도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ytcho@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대한민국에 웰빙 바람이 분 지 10년이 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외식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업체가 건강 식단을 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인정받으며 살아남은 곳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2006년 권용철(48) 대표가 설립한 닥터로빈도 그중 하나다. 진화의학자이자 의학 박사인 그는 닥터로빈 피부과그룹 대표원장이다.

미래전략 연구소 소장으로도 활동하는 팔방미인인권 대표는 오랜 진화를 거치고 살아남은 생명체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환경에 적응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음식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진화학자로서 흥미를 가지고 음식을 연구하던 권 대표는 아예 음식점을 차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설탕이나 버터·조미료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아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맛도 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어서다. 그는 “몸에 해로운 음식만 피해도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엔 주방과의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대형 호텔 주방장이나 식음료 기업 출신 연구원을 영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화학조미료와 첨가물을 넣지 말고 맛을 내라는 압박에 주방의 반발이 심했다. 결국 기존 업체에서 영입한 주방장과 요리 전문가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권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보조 주방장과 함께 다시 요리를 개발하며 닥터로빈의 메뉴를 만들어 갔다.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기는 어려워도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줄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건강을 유지 할 수 있지요. 그런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필요해서 직접 차렸습니다.”

예컨대 닥터로빈 아이스크림엔 설탕 대신 자작나무 수액이 들어 있다.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딸기 아이스크림엔 색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사용된 딸기양은 일반 제품에 비해 훨씬 많지만 고객들은 색이 탁하다고 불만이었다. 권대표는 “처음엔 힘들었지만 멀리 바라보며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보기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색소를 첨가하는 것은 닥터로빈의 창업 취지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권대표는 닥터로빈의 창업 철학을 ‘이너프이즘’이라고 말했다.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첨가물을 빼고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는 요리 철학이다. 천연 감미료나 지방흡수율이 낮은 오일 등 칼로리 부담을 덜어낸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다.

그가 사업을 벌이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수익률이다. 좋은 재료로 만든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다 보니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웠다. 그는 닥터로빈을 셀프 서빙 방식으로 운영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새로운 매장을 여는 과정에선 임대보증금을 더 많이 내는 조건으로 매월 내는 임대료를 줄였다. 수익률이 오르고 인지도가 높아지자 곳곳에서 개설 문의가 들어 오고 있다. 닥터로빈의 매장은 모두 10곳이다. 미국 LA에 한곳, 한국에 9곳의 매장이 있다. 권대표는 신중하게 매장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한다. “눈앞의 수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건강에 대한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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