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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어디로-세계가 지켜보는 미국의 금리 향방 | 4월 이후 인상 … 상반기는 ‘글쎄’ 

미 경제 꾸준한 회복 ... 유럽·중국 둔화, 러시아 디폴트 우려 등 변수도 

2015년 세계 경제는 미 연준이 언제,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최초 인상 시점뿐 아니라 인상 후 추가 조정 폭과 속도에 따라 세계 경제는 크게 출렁일 것이다.

미 연준은 언제 정책금리에 손을 댈까. 시장의 컨센서스는 2015년 중반쯤이다. 하지만 연준 내외부에서는 상반기 중 조기인상 주장은 물론, 오히려 금리 인상 시기를 2015년 하반기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견해까지 뒤섞여 나온다. 미 연준 인사들의 말 한마디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문구 하나에, 미국 경제지표 하나에 전망이 바뀌고 글로벌 자본·외환시장이 출렁인다. 이런 현상은 2015년에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올릴까?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12월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는 (기준금리) 정상화 절차가 앞으로 ‘두 번 정도’의 회의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미국 노동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진 실업률·광의실업률·한계근로자비율·장기실업자비율·신규퇴직률 ·구인률·임금상승률 등 지표는 조기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일부를 제외하고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적어도 시장이 예상하는 내년 중반 이후로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은 작다. 특히 11월 초 발표된 10월 미국 고용 지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는 시장 전망치보다 적었지만, 2010년 10월 이후 49개월 연속 증가했다. 초호황을 누린 1980년대 말의 신기록을 깬 것이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긴 고용 증가세다. 실업률 역시 5.8%로 전달 대비 0.1% 하락했다. 미 연준이 완전 고용이라고 보는 5.2~5.5%에 근접했다. 10월 FOMC 회의록에도 기존 ‘노동시장에 상당한 유휴 노동력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유휴 노동력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로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세계 금융시장은 단기 시장금리가 오르는 등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양날의 검이다. 옐런 의장의 말이 잘 대변한다. 그는 “금리 인상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지만 금리 정상화는 경제가 금융위기의 그림자로부터 마침내 빠져 나왔다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욱이 미국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어려운 딜레마다. 최근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는 기준금리를 올릴 유인과 유지할 유인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여러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이지만 미국이 견조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 이면에는 안정적 경제구조,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응, 주요 경제 주체들의 구조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미국 경제가 둔화세로 선회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남기 연구원은 “해외 경제의 추가 악화로 소비·투자가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에 더해 글로벌 기업의 수익 악화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존 불안과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 등 주요 선진국발 잠재 위험이 현실화되고, 러시아 디폴트 위기, 에볼라 확산 등 돌발 위험이 불거지면 미국 역시 세계 경제와 함께 동반 하강할 가능성도 있다. 강한 달러도 변수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수입 물가를 낮춰 연준의 물가 목표(2%) 달성을 지연시키면서 금리 인상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2014년 8월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더 낮추고 있다. 유가 하락은 미국의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셰일가스산업의 투자를 억제해 경제 성장률을 예상보다 낮출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석원 책임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는 달러강세가 미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되거나 여타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나타나는 시점까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각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2015년 상반기에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조기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


다만, 연준은 12월 17일(현지시간) 제로(0) 수준인 현행 연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표현을 ‘인내심 발휘’로 바꿔 정책변화를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정례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는 (기준금리) 정상화 절차가 앞으로 ‘두 번 정도’의 회의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년 FOMC 정례회의가 1월과 3월, 4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할 때 옐런 의장의 답변은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4월 이후 가시화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옐런 의장은 “새로운 용어를 동원한 것이 연준의 정책 의도가 바뀌었다는 신호는 아니며 이전 가이던스(안내)와 전적으로 일치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상‘ 당 기간’이 아예 빠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큰 변화는 아니지만 2015년 4월 이후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이에 준비해야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어찌됐든 혼란은 불가피하다. 한국은행 선진경제팀 박성하 과장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시점이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다, 2014년 3월 이후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성적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경제지표에 대한 금리 민감도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만약 연준의 정책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빠른 속도로 인상되면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금융자산 가격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일부 신흥국은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 방지 등을 위해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정책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기 위축과 글로벌교역 축소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있다. 미국 역시 섣부른 인상으로 회복세를 타던 경제가 꺾일 수 있다. 첫 인상 후 추가 인상도 변수인데, FOMC 위원들은 완만한 인상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입장에서는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IMF의 ‘201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이 금리를 조기 인상하면서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쇼크 발생 시점으로부터 1년 동안 0.98% 포인트 하락할 우려가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유명한 말이 있다. ‘시장의 혼란 없는 (통화 완화 정책) 출구 전략은 없다’.

포워드 가이던스 -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외부에 미리 알리는 조치를 말한다. 우리 말로 풀면 ‘선제 안내’ ‘선제 예보’ 정도 된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새롭게 도입한 정책이다. 통화정책 방향을 경제 주체가 예측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종료일을 시장에 미리 공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268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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