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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실수 이유로 자살 보험금 미지급 2200억원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자살 보험금 지급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생명보험사들이 자살 등 재해사망보험금과 관련한 특약 상품을 대거 팔았는데, 보험금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자 약관을 만들 때 실수가 있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2014년 4월 말 현재 전체 보험사의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및 재해사망특약 보유 건수 현황’을 보면 미지급된 자살사망보험금은 17개 생보사에서 2179억원이나 됐다. 회사별로는 ING생명이 653억원(471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생명 563억원(713건), 교보생명 223억원(308건) 순이었다. 문제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ING생명 등 12개사, 39건의 자살 관련 보험금 분쟁조정신청건에 대해 합의지급 권고를 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즉각 공동 대응에 나섰다. 각 사 임원들이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갖고 보험금 지급 거부를 선언하는 한편 소송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그런데 이 과정에서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상품 약관이나 보험금 미지급 등 영업 행태가 같아, 미리 사전에 짜고 전략적 대응에 나선 것 아니느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12개 보험사의 관련 상품 약관이 거의 똑같다. 보험금을 안 주기 시작한 시기, 입장 등도 동일하다. 이미 상품 설계 때부터 보험사 간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보험사 대표들이 연말에 만나 생명보험·자동차보험 등 주요 상품의 요율을 미리 짜고 영업하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도 담합 의혹 의견을 냈다.
금융당국 지시에도 미온적 태도
GA, 세무조사·수익감소 등 고난의 행군이런 가운데 대형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들도 혹독한 시련을 맞았다. 경쟁 심화와 수익률 악화로 자금 압박이 거센 가운데 금융당국의 검사, 세무당국의 세무조사가 벌어진 탓이다. GA 업계는 2013년 10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이유는 불법 매집행위 때문이다. 매집행위 자체로 발생한 소득에는 세무상 문제가 없지만, 이 과정에서 경유계약 등을 통한 각종 탈루가 발생한 것이 세무당국의 감시망에 잡혔다. 매집행위란 중소 GA들이 한 곳의 GA로 판매실적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한 곳의 매출이 커지면 원수사로부터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사 역할을 하는 여러 중소 GA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이다. 그러나 이 판매실적을 모을 때 계약을 누락한다거나 계약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가 잡힌 것이다. 또한 A지사가 B지사로 계약을 넣으면 A지사가 사용하지 않은 활동비나 경비가 발생해 탈루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경유계약·매집행위 등의 편법 운영에 대한 제재조치에 나섰고, 세무당국이 곧바로 조사를 벌인 것이다. 조사를 받은 GA들은 적게는 2500만원에서 20억원 가량의 추징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세무조사 이외에도 GA 업계는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과거 2000년대 후반 이른바 ‘잘 나가던 시절’ 방만하게 경영을 한 탓이다. GA는 여러 채널을 통해 보험상품을 팔아 경쟁을 끌어내고 소비자들의 권익을 올리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세무조사의 원인이 된 매집행위처럼 GA들은 보험사로부터 높은 수수료만 챙기려는 쪽으로 영업을 벌였고, 부당승환 계약, 모집 조직의 집단 스카우트 등 기형적 형태로 발전했다. 승환계약 등으로 불완전 판매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고, 이에 수익성 전반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형 GA 소속 보험설계사는 “보험상품을 팔 때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자필서명 위반, 타인 명의 가입 등 판매 행태가 여전하다”며 “고객들은 불완전판매에 따르는 손실을 구상을 통해 보전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 경우는 적다”고 설명했다.
‘보험의 꽃’이라는 설계사들은 지금 - 퇴출 줄 잇고 수익도 줄어보험 업계가 힘들어지다 보니 영업을 책임지는 보험설계사들은 어느때보다도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보험사들이 내실경영을 위해 설계사 인력을 감축하고, 비대면 영업 채널을 강화한 탓에 설 땅을 잃은 것이다. 수수료 체제 개편과 방카슈랑스 판매 증가 등으로 수입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설계사를 ‘보험의 꽃’이라고 했던 말은 과거가 됐다.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22개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교차설계사 포함) 수는 13만4457명으로 연초 대비 6%(9132명) 감소했다.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967명)줄어 16만3388명으로 쪼그라들었다. 1년 새 1만6099명(5%)의 설계사들이 보험사를 떠난 것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활동이 없거나 적은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며 “GA 소속으로 옮기는 설계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줄어든 것은 경영 효율화에 따른 비용 감축과,전화·인터넷 영업 채널의 강화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자동차보험 온라인 점유율은 전년보다 2.6%포인트 증가한 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는 추세다. 생명보험의 경우도 온라인 전업사가 우후죽순 생기는 추세다. 막강한 영업력을 갖춘 은행에서 보험을 팔기 시작한 점도 설계사 감소로 이어졌다. 생보사의 경우 방카슈랑스를 통한 초회보험료가 전체의 75%나 된다. 보험사로서는 설계사 조직을 따로 꾸릴 유인이 떨어진 셈이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2024년께에는 보험사 소속 설계사 수가 10만명 이하로 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보험사들이 보험해 약 때 환급금을 대폭 늘린 상품들을 다수 내놓은 점도 설계사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초기 환급금이 늘어난 만큼 설계사들에게 돌아가는 수당(사업비 일부)이 적어진 것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생보사들이 선지급 수수료나 초년도 수수료를 70% 내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2차년도부터 분할 지급한 점도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한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수당이 적어져 많은 설계사가 기존 수준의 신계약비를 지급하는 GA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