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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어떻게 불릴까-전셋값에 밀린 집값 오를까? | 물가 상승 따라가기 벅찬 행보 지속할 듯 

전셋값 급등, 초저금리, 정책 변화 등 호재 … 경기 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 악재 


▎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3법’을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개포동 재건축 단지가 최대 수혜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은 대규모 재건축으로 강남발 전세대란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크다.
2015년 주택시장은 소폭의 오름세가 예상된다. 전세가격 급등과 재건축 등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칠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턱을 넘은 이른바 ‘부동산 3법(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집값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상승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주택시장은 완만한 회복 흐름이 이어지며 수도권 가격은 2%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 2014년보다 다소 부진한 1.0% 상승할 전망이다.

주택가격 상승 전망의 배경은 무엇보다도 전세가격 급등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자료를 보면 2014년 10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9343건으로 부동산 호황기이던 2006년(1만9732건)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한 사례가 늘어난 덕분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 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되고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 구매 여건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줬다.

강남 재건축발 전세대란 가능성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재건축에 따른 서울 시내 이주 가구는 8763세대. 2014년 3355세대보다 확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강남 4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92.6%(8144세대)에 달한다. 2014년 하반기 전세난을 강남 4구를 중심의 재건축 수요가 이끈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의 전세대란이 2015년 전세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전세 물량 확보가 치열해지면서 당연히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과거 강남 집값이 강남-서초-송파-분당-용인 등 수도권 남부라인으로 전이됐던 것처럼, 이번 전세난도 주변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2014년도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경기도 하남·성남·화성시 등으로 옮아가며 전셋값의 도미노 상승을 이끌었다.

초저금리 기조 강화도 전셋값 상승의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 타개책으로 2014년 8,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고 예금금리는 연 1%대로 낮아졌다. 특히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 둔 전세 임대인으로선 전셋값을 더 올려야 기존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가뜩이나 물량이 부족한데, 가격 변수까지 더해진 것이다. 한은은 2015년 초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전세가격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저금리가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또 있다. 바로 전세를 반(半)전세로 돌리거나 월세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임대인으로서는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두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집주인들로서는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는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저금리 여파로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를 ‘무상임대주택’이라고 일컫는 관계자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지난 1995년만해도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21.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월세는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21.6%를 기록해 전세와 비슷해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2014년 4분기 이후 전세 시장 수급 요인을 살펴볼 때 전세금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가파른 전세 가격 상승은 결국 전세 시대가 사실상 저물고 월세로 넘어간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짝수 해보다 홀수 해에 전셋값이 더 오른다는 이른바 ‘홀수 해’ 효과까지 기다리고 있다. 홀수해 효과는 통상 전세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데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난 1990년 전세기간을 최소 2년으로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등장한 현상이다. 이전까지는 짝수 해 효과라고 불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역(逆)전세 현상이 나타나며 홀수 해 효과로 바뀌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 2010년 0.26%에서 2011년 13.03%로 3%포인트 가까이 뛰었고, 2012년 3.45%로 안정되다 2013년 12.8%로 급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로 전세 수요가 분산돼 과거와 같은 홀짝 효과는 많이 줄었다”면서도 “그렇지만 최근 몇 년간 홀수 해 상승률이 높은 건 사실이었으며, 2015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시장의 변화가 매매가격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의 심리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14년 8월 115.3포인트로 최고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13.3포인트)보다 2포인트 올랐다. 2014년 4·1 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했다는 것이 연구소 측 설명이다. 전세난에서 촉발된 매매 수요 증가와 저금리 기조, 정부의 정책적 요인이 뒤섞여 상승 압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택 구매 여력과 구매의사가 개선되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실수요 및 투자 수요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은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를 보면 2014년 7월 113을 저점으로 10월 124로 올랐다. 시장에 앞으로 부동산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주택 가격 상승 흐름 보이겠지만 힘은 미약

시장금리가 낮은 점도 매매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내려오면서 실수요자들의 매매 부담이 줄었다. 은행으로부터 1억원을 빌리면 연간 이자는 300만원 수준, 월 상환 부담은 25만원 선이다. 금리 인하로 2014년 8월까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2조9000억원으로, 2013년 연간 증가액 13조9000억원보다 1.6배 수준이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의 경우 대출 증가액은 더욱 가파르다. 금 융비용 감소에 LTV·DTI를 완화한 정부의 8·1 부동산 대책까지 겹치며 2015년에도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심리가 강해질 전망이다.

다만, 상승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경기 모두 침체를 회복되진 않아 활발한 부동산 매매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구 감소에 취업난에 따른 결혼자 수 감소 등 인구·환경적 변화, 부동산 가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맞물려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긍정적인 지표가 장기적 불확실한 지표를 압도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성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투자 수요가 시장에 유입돼야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자문위원도 “전셋값 상승이 매매 수요로 일부 옮겨갈 가능성과 전반적인 주택 가격 강세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거시경제적 상황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 업계에서는 전체 건설 수주 120조원 규모를 회복의 기준으로 삼고 있고, 회복세가 2년 연속 지속돼야 정상 단계라고 판단한다. 2015년 건설 수주액은 110조원으로 전망돼 아직 본격적인 회복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1268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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