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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은 남의 얘기
“외로움 깊어” 93%부장들이 느끼는 고독감은 극심한 경쟁과 중간관리자로서의 소통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원 승진을 위한 경쟁, 구조조정 등에 따른 불안감, 가정에서의 좁아진 입지, 고령화 시대에 따른 막막한 감정이 외로움의 원인”이라며 “특히 사내에서 어른(임원)과 젊은이(부하직원)들 사이에서 소통의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하다 보니 고통이 배가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회사 생활 중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때는 언제인가?’ 질문에서는 ‘임원(상사)에서 질책을 받을 때’(38명, 20.11%), ‘부하 직원이나 상사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27명, 14.29%) 등 인간 관계와 더불어, ‘스스로 업무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64명, 33.86%) 등 승진과 관련한 내용의 응답이 많았다.‘부서원들과 회식은 얼마나 자주 하는가?’ 문항에는 ‘월 1회 이하’ 93명(49.21%), ‘월 2~3회’ 78명(41.27%) 등으로 90% 이상이 월 3회 이하에 그쳤다. 부하 직원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 한다는 의견이 앞섰으나, 불만도 적지 않았다. ‘부서원들에 대한 업무 만족’에 대해 ‘대체로 만족’ 149명(78.84%), ‘매우 만족’ 13명(6.88%) 등 긍정적인 답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부서원들 중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면) 자르고 싶은 사람이 있나?’ 질문에서는 ‘있다’고 답한 사람이 66명(34.92%)이나 됐다. 한 응답자는 “부장이 되면 후배들에게는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하고, 상급자에게는 전화와 주말을 헌납해야 한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로 생기는 스트레스는 결국 사람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곽금주 교수는 “외롭고 힘들 때 대화를 닫기 시작하면 자신만 더욱 다칠 수 있으니 뒷담화라도, 남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취미나 공부 등 인생의 큰 지도를 그리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부장들은 강도 높은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자신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봤다. ‘자신이 임원이 될 가능성은 몇 %로 보나?’라는 질문에 ‘10~50%’라고 응답한 부장이 93명(49.21%)로 다수를 이뤘고, ‘가능성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19명(10.05%)이나 됐다. 임원 승진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점친 사람은 67명(35.45%), ‘100%’라고 답한 경우는 10명(5.29%)에 불과했다. ‘임원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해선 ‘업무 성과’가 79명(41.80%)으로 가장 많았고, ‘리더십’ 57명(30.16%), ‘사내인맥’ 26명(13.76%), ‘운’ 13명(6.88%), ‘친화력’ 9명(4.76%) 순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오너와의 관계’, ‘사내 평판’, ‘대내외 네트워크’ 등이 눈에 띄었다.팍팍한 회사생활에도 부장들은 현재의 직분에는 대부분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무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만족’이 143명(75.66%)로 가장 많았고, ‘매우 만족’은 22명(11.64%)이었다. ‘대체로 불만족’ 23명(12.17%), ‘매우 불만족’ 1명(0.53%) 등 부정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나?’라는 질문에서는 ‘대체로 행복’이 160명(84.66%)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매우 행복’도 13명(6.88%)이었다. 다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 항목에서는 ‘가끔 생각한다’ 135명(71.43%), ‘자주 생각한다’ 19명(10.05%) 등으로 퇴사를 염두에 둔 사람이 많았다. ‘매일 생각한다’(2명, 1.06%)라는 응답도 소수 있었다.‘회사생활 중 어떤 점이 개선되면 인생이 더 행복해 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업무가 더 원활하게 풀린다면’이 81명(42.86%)로 다수를 차지했고, ‘급여나 연봉이 오른다면’이 55명(29.10%)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