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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20년의 성장동력은 - 자동차·에너지솔루션에서 금맥 캔다 

전자·화학 계열사 시너지 효과 극대화 노려 ... B2C→B2B로 사업구조 확장도 


▎LG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국내 최대 규모의 R&D 연구센터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기공식이 지난해 10월 23일 열렸다.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한 LG계열사의 CEO들과 박근혜 대통령,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가지 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게 마련이다. LG는 크고 작은 계열사 62개를 거느린 그룹이다. 어떤 계열사가 웃으면 어떤 계열사는 울게 마련이다. 지금 잘나가는 회사가 10년, 20년 계속 잘나가란 법도 없다. 늘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 LG의 계열사들은 웃을 일이 더 많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있다.

특히 전자 부문 계열사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이른바 전자 부문 핵심 계열사 3곳이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LG전자는 2012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2014년 영업이익이 3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로 늘었다. 기업의 사활을 걸고 내놓은 스마트폰 G3가 선전한 결과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에서 밀리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애플과의 경쟁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애플의 약진이 LG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애플의 스마트폰에 LG부품이 다수 들어가기 때문이다. 애플 스마트폰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과 다른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이 그 수혜를 입었다.

전자 부문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LG전자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스마트폰·TV·일반가전 등의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중국 업체의 빠른 성장세도 미래의 위험 요소다. LG디스플레이는 갈수록 떨어지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고, LG이노텍은 부진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LED사업이 골칫거리다.

불황에도 전자 부문 계열사 선전


화학 부문은 다소 부진하다. LG전자가 부진할 때 LG그룹을 견인하던 LG화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추세다. 2014년에는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석유화학 부문에서 손해가 컸다. 전지 부문이 성장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일로여서 미래 먹거리로 주목할 만한 분야다.

화학 부문의 또 다른 축인 LG생활건강과 LG하우시스는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막대한 수요를 지닌 중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2014년 처음으로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했다. 10년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경쟁사에 비해 성장이 더뎠던 화장품 분야에서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면세점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어 미래 전망도 밝은 편이다. LG하우시스 또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관련 기술을 다수 보유한 LG하우시스가 덕을 봤다. 2015년 주택경기 또한 나쁘지 않을 전망이어서 더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통신·서비스 부문의 대표주자 LG유플러스는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2014년 영업이익이 57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3% 늘었다. LTE 가입자가 늘면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올라간 효과를 톡톡히 봤다. IPTV·인터넷전화 등 유선 부문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유무선통신 시장 자체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부담스럽다.

주력 사업이 과다 경쟁과 시장포화에 부딪치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친환경 에너지솔루션 사업에서 지속성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경량 소재, 카인포테인먼트, 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서는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스마트그리드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그룹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자동차 사업과 관련해 LG에서는 자동차 설계와 엔지니어링(LG전자), 차량용 배터리(LG화학), 차량용 LCD와 OLED 패널(LG디스플레이), 차량용 부품(LG이노텍), 차량용 내장재(LG하우시스)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6월에는 글로벌 완성차와 전자업체들의 ‘커넥티드카’ 개발연합(OAA)에 참여하고, CES에서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해외 바이어들과 무인자동차 사업협력에 관해 논의하는 등 이 분야에서의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또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 계열사 임원 3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각 계열사별 관련 사업부들이 대거 경력직 채용에 나서는 등 조직 몸집 키우기에도 들어갔다.

자동차 설계-배터리-부품-내장재 적극 개발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시장에 이어 최근 ESS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가정용 ESS를 점검하고 있다.
LG그룹이 자동차 부품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관련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월 29일 열린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2013년 6월 자동차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했다”고 밝혔다. 기업 간 거래(B2B)를 하는 VC사업본부 특성상 수주 잔고를 공개할 수 없지만, LG전자 제품을 채용하는 차종이 늘어나면서 잔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는 그동안 VC사업본부의 실적을 따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올 1분기부터는 실적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2018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후방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 되면서 관련 계열사들의 성장도 기대된다. LG이노텍은 이미 전장부품사업부에서 지난해 매출 증가율 18%를 찍으며 회사 전체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다. 자동차에 특화한 카메라모듈, LED 등 융·복합 제품의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신규 수주 1조5000억원을 포함해 수주 잔고 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차량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앞으로 차량 1대당 디스플레이 1개 이상을 채용하는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에 맞는 전략을 세울 것임을 예고했다.

자동차와 함께 LG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에너지솔루션의 핵심은 생산-저장-사용을 아우르는 ‘완결형 에너지 밸류체인’ 완성이다. 태양광으로 생산해서, ESS로 저장한 뒤, 스마트그리드로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 말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가전·에어컨(H&A)·모바일(MC)·VC 등 기존 사업본부 외에 에너지사업센터와 기업 간 거래(B2B) 부문을 신설했다. 에너지사업센터는 솔라(태양광)·ESS·라이팅(LED) 등 3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전지셀를 제외한 그룹의 태양광과 ESS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ESS는 전지셀(배터리)과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관리장치(EMS)로 구성된다. 기존에는 전지셀은 LG화학, PCS는 LG유플러스, EMS는 LG전자가 나눠 생산해 왔는데, 에너지사업센터를 만들면서 LG유플러스가 영위하던 PCS 사업이 LG전자로 이관된 것이다. 또한 LG전자는 이미 태양광모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다. 최근 태양광모듈을 420㎿에서 530㎿ 규모로 증설하기도 했다.

태양광+ESS의 수직계열화


태양광과 ESS 사업을 한 조직 안에 넣은 것은 에너지솔루션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 저장장치가 한데 묶여져 상품화되는 최신 경향에 맞춰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LG CNS는 LG유플러스에서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조직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등에서 나오는 전기를 저장하는 ESS와 EMS 등을 연계한 융·복합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태양광+ESS’ 모델의 수직계열화가 시장 선점에는 유리하지만 향후 시장 확대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타사에 개별적으로 태양광 모듈과 전지셀을 공급했는데, 앞으로는 부품이 아니라 완성품을 팔아야 한다”며 “완성품 양산과 마케팅 비용이 드는데다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수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의 에너지솔루션 사업이 안착하기 위해선 시장 환경을 고려해 다양한 종류의 타사 부품을 원하는 수요층은 물론이고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지 업체와의 유연한 협력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너지사업센터와 함께 신설된 B2B사업본부는 바뀌는 사업모델에 대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LG의 기존 사업은 가전·모바일 등 기업-개인 간 거래(B2C)에 기반했다. 하지만 신사업인 자동차와 에너지솔루션 사업 추진은 B2B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LG그룹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에서 중요해진 B2B 역량을 기르기 위해 계열사 내 B2B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조직을 따로 세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1274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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