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남산 하얏트 호텔에는 국내 유수 기업과 한국그런포스펌프 관계자 500여명이 모여 한국그런포스펌프 창립 25주년을 축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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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물에서 사라진 설비가 있다. 옥상의 물탱크다. 연립주택·아파트·호텔·관공서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 옥상엔 노랑 혹은 파랑색 물탱크가 있었다. 수돗물 공급과 수압이 불안정해 고층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던 시기라 옥상 물탱크가 유일한 답이었다. 한국에서 고층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외환위기를 갓 벗어난 직후다. 서울 아파트 평균 층수를 보면 변화를 읽기 쉽다. 1979년 평균 9층이던 아파트 평균 높이는 89년 10.8층, 99년엔 14.3층으로 훌쩍 높아진다. 건물이 더 높아졌음에도 옥상 물탱크가 사라졌다. 고성능 펌프가 본격 공급되기 시작해서다. 한국그런포스펌프는 시장 변화를 읽고 먼저 움직인 기업이다. 이강호 한국그런포스펌프그룹 회장은 “한국그런포스의 역사는 도전과 창조의 역사라 할 수 있다”며 “시장 변화에 맞춰 가장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이 회사는 고층 건물에 효율적으로 물을 공급해주는 부스터 펌프를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놨다. 고층 건물 신축 공사장엔 어김 없이 그런포스펌프 관계자가 나타났다. 성능을 인정받기 시작하며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층 건물엔 그런포스펌프라는 공식이 성립하며 지금도 국내 최고층·최고급 건축물엔 이 회사의 제품이 들어 있다. 잠실 롯데타워를 비롯 도곡동 타워팰리스, 여의도 63빌딩, 강남 파이낸스센터,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그런포스펌프의 제품을 사용한다. 삼성중공업, 이천 SK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핵심 공장과 각종 위락시설용 펌프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애버랜드 캐러비안베이, 반포대교 분수,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 분수대 등 유명 장소에 설치된 펌프 대부분을 공급했다.한국그런포스펌프가 한국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탁월한 성능과 높은 에너지 효율이 큰 역할을 했다. 가격은 경쟁사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사용기간을 놓고 보면 높은 에너지 효율 덕에 오히려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회장은 “한국그런포스펌프는 지난 25년 간 국내에 고효율 펌프 솔루션의 보급을 통해 7104억원의 전력비용을 절감했다”며 “더욱 친환경적인 펌프 솔루션을 공급하며 지속성장과 가치 창출을 일궈내겠다”고 말했다.덴마크의 그런포스그룹은 전 세계 56개국 83개의 자회사를 가진 세계 최대의 펌프 전문 기업이다. 인류를 위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 한다는 기업 목표가 있다. 앞선 펌프 솔루션과 혁신적인 수자원 기술을 꾸준히 제공하며 성장한 글로벌 리딩 기업이다. 토마스리만 주한덴마크 대사는 “물과 에너지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그런포스펌프는 물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달해 주는 도구를 제조하는 덴마크가 자랑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그런포스펌프는 1990년 1월 한국에 진출했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단기 임대 사무소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강호 회장은 2월 1일 첫 출근했다. 계약 기간은 22년. 지금은 계약 기간이 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을 이끌고 있다. 한국그런포스펌프가 보여준 탁월한 성과 덕이다. 이 회장은 “펌프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소비 기기”라며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물을 효과적으로 옮겨주는 펌프를 제조·공급했기에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지난 2월 24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한국그런포스펌프의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그런포스그룹 폴 듀 옌슨 재단의 닐스 듀 옌슨 이사장, 매즈 니퍼 그룹회장, 폴 듀 옌슨 그룹 부회장 등 그룹 핵심 경영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과 아주그룹 문규형 회장 등 국내 유수 기업 경영자와 한국그런포스펌프 임직원 및 대리점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서 매즈 니퍼 그런포스펌프 회장은 “25년 간 보여준 헌신과 열정에 감사하다”며 “한국그런포스펌프는 그룹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앞선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고 치하했다. 이에 이 회장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기업, 녹색 성장과 함께 하는 미래지향적인 기업, 가장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