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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유독 비싼 애플 제품 왜? - 일본 가서 사면 ‘비행기 표값’ 빠진다 

품목에 따라 30만~60만원 차이 … 판매량 적은 베트남보다 비싸 


한국에서 판매하는 애플 제품 가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에 따라서는 가격차가 30만~60만원 날 정도다. 애플의 기본 라인업 4개 제품의 평균 가격차는 10만1796원에 이른다. 가장 가격차가 많이 나는 휴대전화의 경우 최대 65만2176원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통신사 제품 구입 조건 등의 차이가 없는 일반 컴퓨터도 최고 30만원 이상 한국 시판 제품이 비쌌다.

최근 본지가 세계 주요 애플 수입국의 신제품 애플 가격을 조사·비교한 결과다. 조사 품목은 11인치 맥북 에어(Macbook air), 아이폰6플러스(iPhone 6 Plus), 아이패드 에어2(iPad Air 2), 21.5인치(1.4GHz) 아이맥이다. 가격을 조사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캐나다·일본·중국(홍콩 별도)·베트남·영국·독일 등이다. 가격은 애플이 수출국 각국마다 마련한 공식 웹사이트(apple.com)내 애플스토어 공시가로 조사했다.

개학시즌을 맞아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최저 사양 노트북 가격부터 살펴보자. 11인치 맥북 에어(1.4GHz, 4GB메모리, 128GB 플래쉬 저장장치)는 한국에서 113만원에 판매 중이다. 같은 사양은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899달러다. 원화로 환산(3월 3일 고시환율 1달러당 1096.4원)하면 98만5663원으로 가격차는 14만4336원이다. 미국은 애플 본사가 있기 때문에 내수 공급용이라 치면 그만큼 저렴한 것이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북미인 캐나다에서는 동일 제품이 더 저렴했다. 999캐나다달러로 한국과의 가격차는 25만4176원으로 벌어진다.

맥북 에어, 일본에선 한국보다 30만원 이상 저렴

미국·캐나다처럼 북미에 속한 나라들은 물류비가 덜 들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한국과 인접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에서 같은 제품은 얼마에 팔릴까. 계산 결과 아시아에서도 한국 시판 가격이 가장 비쌌다.

같은 제품의 일본 가격은 8만8800엔으로 한국보다 31만6494원이나 저렴했다. 일본은 세금을 별도로 받는 가격이다. 통상 적용하는 세금 8~10%를 감안해도 한국 가격보다 23만5145원 싸다. 중국은 6288위안으로 3만2932원 저렴했고, 홍콩은 6688홍콩달러로 18만4450원 더 쌌다.

실제 애플 컴퓨터 구매를 위해 일본으로 원정에 나서는 한국인들도 많다. 외국인은 부가소비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3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실제 애플 매니어들이 자주 찾는 한 사이트에서는 일본에서 애플컴퓨터를 공동구매하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하면 한국어 자판에 맞춘 제품도 구할 수 있다. 전원도 프리볼트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산 제품을 한국에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저렴할 때는 20여만원정도하는 김포-하네다 비행기 삯을 벌고도 남는 가격이다.

한국에서 관련 제품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얼마 팔리지도 않는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으면 그만큼 애플이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애플 제품이 많이 팔려 그만큼 한국보다 쌀 수도 있다고 봤다. 그래서 애플 판매량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은 베트남과 비교했다. 11인치 맥북 에어의 베트남 가격은 2049만9000 동, 우리 돈으로 105만3648원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7만6351원 저렴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애플 제품이 많이 팔리는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독일에서 같은 제품은 899유로(110만4043원)로 한국보다 2만6000원정도 저렴했다. 독일 뿐 아니라 유로존 전역에서 같은 가격으로 맥북 에어를 살 수 있다. 한국보다 비싼 곳도 있었다. 영국이다. 세계 최대 애플 매장이 있는 런던에서의 가격은 749파운드, 환산하면 한국보다 13만3832원 비쌌다. 하지만 실제 구매력을 감안한 물가에 따라 가격을 비교해보면 영국보다 한국에서의 가격이 더 부담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맥북 에어만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걸까? 애플 컴퓨터의 기본 라인업 중 하나인 21.5인치 화면 아이맥(iMac)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137만원인데 같은 사양의 아이맥은 미국에서 16만3517원 가량 저렴하다. 이외에도 캐나다(31만7997원), 일본(29만9598원), 홍콩(18만2594원), 독일(2만911원)은 한국보다 저렴하다. 영국은 14만6406원, 중국은 2만5423원 가량 한국보다 비쌌다.

통신상품이 결합될 수 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가격차이는 더 벌어졌다. 최신폰인 아이폰6플러스의 한국 가격은 98만원이다. 원화로 계산한 미국 가격은 32만7823원이고, 캐나다에서는 75만3085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은 17만5655원 가량 더 저렴한 8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6만4475원과 1235원 가량 더 비싸다.

아이패드 에어2는 미국(5만2896원), 캐나다(11만8691원), 일본(10만7132원), 홍콩(7만6864원) 등지에서 한국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중국(2만5998원)과 영국(7만3256원) 그리고 유럽(531원)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더 비싸다.

98만원짜리 아이폰6플러스, 미국에선 33만원

물론 각국에서 판매되는 애플 가격에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이 반영됐을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 [더 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 1월 산정한 빅맥지수(Big Mac Index)를 활용해 비교해 봤다. 빅맥지수는 맥도날드 빅맥 1개 가격을 국가별로 비교한 것으로 구매력을 감안한 물가 지표다. 각국 빅맥 가격으로 해당국 4개 애플 제품의 가격을 나눴다. 빅맥 몇 개로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각국 현지인들이 애플 제품 구매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가지는지를 비교해본 것이다.

11인치 맥북 에어는 한국에서 빅맥 275개 가량의 값이다. 미국에서는 빅맥 189개 가량으로 그 차이는 85.89개 정도다. 빅맥 85개 가치 정도를 한국인이 더 부담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아이폰6플러스는 175개, 아이패드 에어2는 41개, 21.5인치 아이맥은 101개 가량 한국에서 애플 가격이 더 부담스럽다. 빅맥가격이 4.64달러인 캐나다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아이맥은 빅맥 125개나 차이난다. 빅맥가격이 3.14달러로 더 저렴한 일본과 비교하면 맥북에어는 36개로 차이가 벌어진다.

한국보다 애플 절대가격이 더 비쌌던 영국에서도 빅맥지수로 환산하면 한국보다 구매 부담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빅맥 가격은 4.37달러로 맥북에어는 한국보다 9개, 아이폰6플러스는 18개, 아이패드 에어2는 4개, 아이맥은 14개어치 만큼 저렴했다. 빅맥가격이 각각 2.77달러와 2.43달러로 저렴한 편인 중국과 홍콩에서는 절대 구매가격에 비해 부담 비중이 늘어난다. 중국에서 아이맥은 한국보다 빅맥 130개, 홍콩에서는 116개 정도 더 부담해야 한다. 중국과 홍콩 현지에서 전자제품 가격이 패스트푸드 음식과 비교해 비싸기 때문이다. 식료품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렴한 중화권을 제외하면 한국의 애플제품 구매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왜 이런 가격차가 나는 것일까? 애플 측은 공식적으로 “글로벌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일제품-동일가격 정책’에 따라 가격을 정할 뿐 국가별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각국별 절대 가격이 다른 것은 환율·부가세·무역 관세·물류비용 등에 따른 소비자 가격 차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한화로 15만~20만원 정도 차이는 동일가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해진다. 2년 전부터 원화 강세-엔화 약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환율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에서의 절대가격이 더 저렴해야 동일 가격을 맞출 수 있다. 일본의 소비세를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8~10%로 계산해도 한·일 양국 간 20만원 차이는 크다.

일본은 평균실행관세율이 5.3% 내외다. 이에 비해 한국은 12.1%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6.8%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100만원으로 계산하면 6만8000원정도 차이로 이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추산이다. 애플은 동북아시아 판매 거점을 중국에 두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차이 나긴 어렵다. 소비자 가격을 각국별로 동일하게 정했다는 애플의 설명이 무색한 이유다.

빅맥지수 환산, 영국보다 한국이 더 부담

환율 등 경제 사정이 달라지기 전에 제품의 가격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 사정이 변하면 애플은 가격을 재조정해 왔다. 애플은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러시아 제품의 가격을 일부 조정했다. 동일계열 제품 중에 신제품이 나와도 가격을 재조정했다. 애플 측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일본에선 일본 전자제품 시장 상황을 고려하기도 한다. 일본의 다른 전자제품 가격이 크게 저렴해 이에 맞출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고려를 하지 않는다.

1277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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