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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펴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 ‘남’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살아야 

노자 연구 석학이 분석한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 


▎저자 : 최진석 /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 값 : 1만4800원
한국 사회의 개인은 왜 불행한가. 왜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휩싸여 고통 받고, 경쟁의 강박에 시달리나. 한국 사회는 어째서 심각한 지역 갈등 속에 서로를 비난할까. 우리는 과연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를 침울하게 하는 여러 문제들. 이 문제들에는 감정과 사고의 지점이 ‘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남의 욕망을 희구하고, 사회의 가치를 좇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결정을 내린다. 한국 사회에서 실종된 ‘나’의 존재는 모든 불행과 사회 문제의 원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노자사상 연구의 석학 최진석 서강대 교수가 신간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통해 예리한 분석과 계몽적 화두를 던졌다.


최 교수는 우선 개개인의 삶을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인들의 불행이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바람직함’보다는 ‘바라는 것’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바람직하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결론이기 때문에 부식돼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기존의 문법에 지나치게 충실할 경우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전체를 정체 시킬 수 있다”며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을 찾고 이를 통해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를 가르칠 때도 자녀 스스로 자신의 욕망이 드러나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욕망을 가르치려고 한다”며 “생각해 놓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직장인들에게도 직(職)에 연연하지 말고 업(業)을 이루라고 말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는 사회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행복하지 않죠. 직은 하나의 역할에 불과하고, 업은 자기의 삶을 이루는 문제인데, 한국 사람들은 직을 가지는 데에 만족합니다. 한국은 이념이나 신념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강한데, 그만큼 독립적 사유가 약하다는 뜻입니다. 신념과 이념은 머리 위에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발 밑에 깔고 사는 것입니다.”

최 교수는 대중가요에서도 우리 사회의 겉치레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노래는 가장 이상적이거나 마음의 근저를 드러내는 것인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모두 영어로 치장하고 있다”며 “밖에 있는 것이 더 좋아 보일 정도로 우리 스스로는 더욱 소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어떤 것이든 밖을 기준으로 삼으려 하면 내적 동력은 발생하지 않으며, 스스로 고유명사로 살아갈 수 없다”고도 했다. 또 “스스로 자신이 아닌 일을 하면 창의력과 활동력, 설득력은 나올 수 없다”며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어야만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 용기도 창의력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풍토와 철학의 부재 탓에 한국이 중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기준 안에 갇혀 있고, 이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겸비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도달할 지점은 딱 여기까지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선진국인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은 자기 나라만의 철학을 갖고 그런 시선에서 상황에 대처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스스로 판단해서 철학적 결단을 내린 적이 없어요. 자기 길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반도 안에서도 서로를 모두 타자로 보고 있는 겁니다.”

노자사상은 집단적 문화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사유를 중시한다. 정치적으로도 도가적 통치자는 자율권을 민간에 대폭 이양하고, 중앙의 지배권을 약화시켰다. 이에 이기적인 이데올로기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사회 통합이 중요한 최근의 정치 환경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 교수는 노자사상이야말로 현대적이며, 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사유라고 평가한다. 최 교수는 지방자치의 예를 들며 “각 지역의 특색을 발현시켜 큰 틀에서의 국가 통합을 이루고, 그 과정을 거친 통합이 더욱 견고하다”며 “이미 정해진 신념이나 이념이 아니라 개별적 자아가 가진 자발성과 신뢰를 토대로 자율적 통합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노자사상은 실용주의·자본주의에 더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창의력은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발휘되는 겁니다.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며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다 보면 우리 사회에 창의력이 발현될 것입니다.”

총 10장으로 이뤄진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은 자기를 인식하는 생각의 기초부터 시작해, 사회를 바라보는 방법, 노자사상의 역사와 논쟁, 현대사회에서의 적용, 주체적인 삶을 사는 자기 혁명에 대한 내용을 흐름에 맞춰 서술했다. 특히 자기 성찰을 이끌어내는 과정과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를 상세히 설명해 현대인들에게 힐링 이상의 것을 선사한다.

1277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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