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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분할상환만이 능사 아니다 - 정책 방향 맞지만 소비 위축 심화될 수도
위험가계에 정책 집중하라 - 저소득·고령자·자영업 부채 먼저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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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도 들여다 봐야 - 6년 사이 4배 증가해 청·장년층 부채 급증주택담보대출에 가려 위험성이 덜 알려진 전세자금대출도 빨간 불이 켜졌다. 금감원이 최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제출한 ‘국내은행의 주택 및 전세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조6000억원이던 전세대출 규모는 지난해 35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6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규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전년 대비 42%나 증가한 16조1000억원이었다. 원인은 전셋값 폭등이다. 같은 기간 전국 전세 가격은 44%(아파트 58%) 급등했다. 2년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전세금이 15%씩 뛰었다는 얘기다. 금리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민주택기금 3.22%, 은행 평균 3.47%로 높은 편이다. 전세자금대출 급증은 자산이 부족한 청·장년층의 부채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연체율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을 이미 초과했다는 점이 심각하다. 향후 청·장년층의 가계 소득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축 등 순자산이 아닌, 대출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한 가계는 향후 자가 주택으로 전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전셋값 추가 급등 때 월세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곧 추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을 방침인데, 전세금 보증 확대와 대출금리 인하는 물론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가계부채 통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 주택담보대출 통계 부실해 면밀한 분석 불가능만약 정부가 ‘가계부채를 유형별, 세부 내역별로 세밀히 분석해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관련 통계가 워낙 부실해 세부적인 대출 증가 내용이나 대출 구조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말 내놓은 ‘주택금융통계의 한계와 개선 방향’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등이 발표하는 주택금융통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 통계에는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이 모두 포함돼 있지만, 대출 목적이나 성격이 모호하고 대출 범위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 또한 실제 주택구입과 무관한 사업자금, 생활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도 구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통계가 신규 취급과 상환금액을 구분하지 않고 기말 잔액만을 발표해 대출 증감 원인이나 상환 유형 등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월세보증금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주택금융통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소구권 대출 적극 검토하라 - 담보대출, 채무·채권자가 책임 나눠야 “우리나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더라도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구권은 흔히 상환 청구권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주택담보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하고, 담보물이 상환액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담보 외에 다른 재산과 월급 등을 압류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상환을 못 하면 은행은 담보로 잡은 주택만 압류해 처분할 수 있다. 이 경우 미상환 대출자는 다른 경제활동을 영위하면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모두 대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소구권 문제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 과제로 폐지를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대로 ‘장기 검토 과제’로 분류됐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비소구제 도입은 소비자보호 필요성과 도덕적 해이 가능성, 은행건전성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연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구권 문제는 다시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주택기금 대출에 대해 유한책임(비소구) 대출 제도를 이미 시범 도입했다. 또한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3월 30일 ‘주택담보물 이외에 추가 상환 요구가 불가능한 대출인 유한책임대출 제도를 도입하고, 상환 의무를 주택가격 하락시에도 담보물인 주택으로만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채관리 통합 컨트롤 타워 세워라 -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나와야가계부채는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다. 향후 상환 문제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디플레이션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도 가계부채에 있다. 또한 가계부채는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소득 불균형, 국내외 경제구조 변화, 대외 경쟁력 약화, 환율 전쟁, 노동시장 구조조정 지연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다. 가계부채를 방치하다 부실이 심화되면 곧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구성된 ‘가계부채관리협의체’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책반을 위원회급으로 격상시켜, 국가·기업·가계 부채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세워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계부채 구조조정 속도도 중요하다. 가계부채 조정이 장기간 지연되면, 1990년대 일본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부실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급한 정책 전환도 조심해야 한다. 급격한 가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자산 디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융회사의 신용공급 위축을 불러오고, 가계부채 상환 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핵심은 속도조절과 정책 일관성이다.
소득 증대 대책이 근본 해결책 - 단기 부양보다 적극적 성장 정책 펴라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대책은 지난 수년간 쌓일 만큼 쌓였다. 최근 1년 사이 정부 산하 기관이나 민간 연구소에서 발표된 보고서만 100여 건이 넘는다. 물론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된 주장이 맞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한 입으로 주문하는 것이 있다. 가계소득 창출 능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가계소득 증가율과 기업·가계 간 소득 재분배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가계부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계부채는 경기 침체라는 늪 속에서는 해결이 어렵다. 생계형·저소득층·비은행권·투기형 차입이 동시에 급증하면서 복합형 가계부실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단기 경기부양책보다는 내수 기반 확대와 고용 증대 노력 등 지속가능한 성장 정책을 펴야 한다. 부채를 더 늘리거나, 채무 불이행을 유도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금물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탕감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그럴수록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기업들도 고용 확대, 임금 인상 등 가계의 고통을 다소 분담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고용과 임금 인상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부는 취약계층을 돕는다며 대출을 장려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가계부채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채무 불이행자를 지원하고 재기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