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신용카드 피해 규모와 비슷우딘은 전화번호를 해킹할 기업을 무작위로 고른 듯했다. FBI의 공식 고발장에는 특정 회사의 이름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예시를 보면 뉴저지주 리빙스턴의 한 업체는 2만4120달러(약 2640만원), 뉴저지주 잉글우드의 한 회사는 8만3839달러(약 9180만원)를 사기당했다. 해킹 자체는 대개 하루 안에 끝났다. 주로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주말을 이용했다. 이런 해킹이 비교적 드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미국 기업이 사설 교환기 전화해킹으로 입는 피해는 매년 약 5억 달러(약 5500억원)이다. 도난당한 신용카드로 입는 피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피해가 막대하고 사례가 늘어나는 데도 전화해킹의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이버범죄 전문가 셰인 맥두걸은 “보안 업계에서도 전화해킹 사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왜 그럴까? 우선 이런 사기의 피해자는 대개 중소기업이다. 해킹당했다고 알려지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그들은 대부분 그냥 요금을 지불하고 끝낸다. 더구나 지역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해커는 주로 중동이나 아시아, 아프리카에 거주하며 거의 언제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거나 발신자 정보 표시를 차단해 익명성을 유지한다. 우딘은 세계 전역에서 수십 명을 고용해 전화해킹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FBI는 밝혔다. 그들은 필리핀·스위스·스페인·싱가포르·이탈리아 등지에 살았다. 그들이 4년여 동안 기업체 4800곳의 전화번호를 탈취해 걸어댄 통화 시간은 1300만 분(21만6666시간)이었다. 그러나 결국 꼬리가 잡혔다.우딘의 체포는 법집행 당국으로선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자바르 반장은 우딘 외에도 그 같은 범죄자 수천 명이 매일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PBX 사기는 명함을 건네는 것 같은 단순한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 해커가 당신의 전화선에 침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놀랍게도 음성메일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기 탐지 소프트웨어 업체 PBX월을 설립한 폴번 대표는 “이런 범죄자들은 아주 기발하다”고 말했다. PBX는 결국 구내전화 시스템이다. 해커는 표적 사무실의 유선 전화번호에 전화를 건 다음 음성메일이 작동하기를 기다린다. 그 다음 음성 사서함의 비밀번호를 추측한다. 수동으로 암호를 풀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컴퓨터 해킹에 사용되는 것처럼 성능이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비밀번호를 알아내 그 전화 시스템에 침투하면 착신 전환 서비스를 바꿔 해커 자신이 소유한 프리미엄 서비스 전화번호로 전화를 계속 걸게 한다. 그러면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해커는 주로 로보콜(robo-call, 자동 발신 전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수백 차례나 전화가 걸리도록 만든다. 착신 전환을 해뒀기 때문에 매번 전화는 전부 자동으로 해커가 소유한 프리미엄 서비스 전화번호로 걸린다. PBX월의 폴 번 대표는 “금요일 밤에 해킹을 당해 월요일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사기당하는 액수가 평균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통신사에 신고를 해도 통신사는 책임지지 않는다. 그게 텔레콤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PBX 해킹은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됐다. 처음엔 악의 없는 장난에 불과했다. 머리 잘 돌아가는 기술 전문가(자칭 ‘프리커’)가 해킹의 짜릿함을 맛보려고 전화시스템에 침투했다.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1970년대 초 프리킹으로 장난을 쳤다. 그러나 1980년대 프리미엄 서비스 전화번호가 도입되면서 해커들은 그런 전화선을 이용하면 큰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가장 수익성 좋은 프리미엄 서비스 전화선 중 하나는 헐크 호건 핫라인이었다. 유명한 프로레슬러인 그에게 전화를 걸면 분당 1달러49센트에 그가 녹음한 소중한 인생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과거엔 전화 해커가 프리미엄 전화선을 해킹해도 돈이 그리 많이 되진 않았다. 옛 전화 시스템은 동시에 서너 통화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국 기업이 사용하는 대다수 전화 시스템은 인터넷 전화(VoIP)다. 인터넷 전화는 기존의 유선 전화보다 대역폭이 훨씬 넓다. 해커가 수백, 수천 통의 전화를 동시에 걸 수 있다는 뜻이다.
유튜브 동영상에 해킹 동영상 떠돌아PBX 해킹을 부추긴 다른 요인도 있다. 해커는 유튜브에 최고의 PBX 해킹 ‘요령’을 동영상으로 올린다. 사이버범죄 전문가 맥두걸은 “유튜브 동영상부터 해킹 포럼까지 없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전화해킹은 예방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맥두걸은 말했다. 내부 전화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통화기록을 매일 점검하면 된다. 통신사기통제협회(CFCA)가 격년으로 발표하는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미국 전화해킹 피해는 44억2000만 달러(약 4조8000억원)였다.번역=이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