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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로 눈 돌리는 IT업계 - 건강정보는 IT의 미래 먹거리 

국내선 규제 피해 의료기관과 협업 … 한화, 건강검진 앱으로 IT-헬스케어 진출 가시화 


▎(주)한화에서 출시한 건강검진 앱 ‘마이헬스업’ / 사진:중앙포토
병원에서만 이뤄지던 의료 서비스가 모바일 기기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개인과 가정이 의료의 선택과 소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다. 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건강과 질병 상태에 대해 쉽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다. 헬스케어는 웨어러블·사물인터넷 등과 함께 IT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가 관측되지 않는다.

구글 헬스케어 투자 급증

헬스케어는 IT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된 지 오래다. 세계 주요국의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잠재 수요가 풍부한 데다가, 당장 가시화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과 구글은 이미 건강 관련 플랫폼인 ‘헬스키트’와 ‘구글핏’을 내놨다. 특히 구글의 벤처투자 흐름을 보면 IT 업계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구글 벤처투자의 36%가 헬스케어 분야였다. 모바일 분야(27%)보다 많다. 2013년 헬스케어 분야 투자가 9%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상당히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5’에서도 기업들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혁신’을 새 흐름으로 제시하고 헬스케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가령 미국의 헬스케어 벤처기업 모바일헬프는 CES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고혈압·당뇨 등 여러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집에서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기기인 ‘모바일 바이털스’를 선보였다. 로버트 필포 모바일헬프 대표는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의료 서비스가 이제는 소비자인 환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환자가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나 내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됐다”고 말했다.

IT와 헬스케어의 전략적 동침은 시너지 효과에 기반한다. IT기업들은 모바일 기기가 의료기기를 대신해 건강상태 측정과 관리 도구로 활용되기를 원한다. 이미 심장 박동 측정, 혈중 알콜 농도, 배란 주기 관리 등 다양한 앱(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됐다. 축적된 개인의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은 정보를 대규모로 집적, 데이터베이스화해 활용한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작위 수집된 정보인 만큼 의학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기엔 힘들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IT기업들과 제약·의학업계가 협업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기업들 개인 의료정보 활용에 관심

제어기기와 항공우주 분야 등에서 강자로 꼽히는 미국 하니웰의 건강 관련 자회사 하니웰라이프케어솔루션은 CES에서 병원이 갖고 있는 정보를 환자가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정보 플랫폼 ‘시모어’을 선보였다. 존 보자노스키 대표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공포로부터의 자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자유를 얻게 된다”며 “환자들이 질병과 관련된 데이터를 잘 이해하고 의사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매케슨·시너·퀘스트 다이그노스틱스 등 해외 전자건강기록(EHR:Electronic Health Record) 회사들도 병원 내부 시스템 설계에만 국한하지 않고, 모바일 시대에 대비해 의료정보 빅데이터화를 상당부분 진척시켰다. IT·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의료기관이 독점으로 쥐고 있던 정보의 비대칭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T·의료 분야의 높은 기술력에도, 헬스케어 관련 개발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의료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서다.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은 제조시설과 품목별 허가를 엄격히 받아야 한다. 각종 건강 관련 앱도 의료기기법 적용을 받는다. 의료정보 역시 담당 의료기관 외에는 취급할 수 없다. 개별 병원의 정보가 통합되지 못하다 보니 개인의 의료정보 활용도도 떨어진다. CES에서 확인한 헬스케어 혁신을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 기업은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주로 의료기관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IT-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국내외 병원·제약사와의 교류를 통해 IT-헬스케어 신사업에 진출했다. 길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과 스마트병원 서비스를 공동 개발 중이고, 서울대병원과 함께 ‘헬스커넥트’를 설립해 헬스케어 서비스인 ‘헬스온’을 상용화했다. 또한 중국 티엔롱 등 의료기기업체 지분인수, 중국 심천 헬스케어 연구개발(R&D)센터와 SK심천메디컬센터 개소, 사우디 국가 방위부에 700억원의 병원정보시스템 수출 등 해외진출 및 제휴활동을 펼치고 있다.

LG그룹은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이 분야에 진출했다. 150억원 규모의 ‘탈(脫) 통신 펀드’를 조성하고,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KT는 연세의료원과 의료ICT합작사인 ‘후헬스케어’를, 서울대와 바이오인포매닉스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포스코는 포스코ICT가 주도하는 한국의료정보원 컨소시엄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가톨릭 의대, 이미디어트랙과 함께 망막 검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송도 국제도시에 U-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는 ㈜한화 무역부문에서 출시한 건강검진 관리 앱 ‘마이 헬스업’으로 IT-헬스케어 융합사업을 가시화했다. IT 업체가 아닌 종합상사에서 진출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향후 의료정보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경우 전자건강기록 사업이 이미 준비된 해외 업체에 의해 국내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며 “단계적으로라도 국내 기술로 이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헬스업에는 병원이나 건강검진센터의 검진 결과를 모바일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의료정보를 의료기관 서버에 보관하고 암호화해 개인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의료정보 취급에 대한 국내 규제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과거 검진결과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어 건강상태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말마다 어려워지는 검진 예약과 스케줄 알림, 복용약 알림, 건강 피드백 등 추가 기능도 갖췄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검진결과 송부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검진 고객 5만명 중 절반 가량이 앱을 활용 한다고 가정하면 연 1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 된다”고 말했다. 예약업무 간소화와 앱을 통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는 마이 헬스업을 향후 여러 병원·건강검진센터와 연계해 검진 정보를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1282호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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