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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大 상장사 미저리 지수 6위 _ 현대중공업 - 조선업 침체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수주 물량 급감에 신용등급 강등설까지 … 정몽준 전 의원 경영 참여 관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 전 한국 조선업에 대해 비관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금융위기 여파로 수익성·유동성에 타격을 받았고, 실적이 더 나빠지면 정부 재정에 더 큰 리스크를 미칠 것이다’.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이어지는 헐값 수주. 조선업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경영난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세계 1위 조선사도 이런 악순환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95억원의 영업 적자를, 1조76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조10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기도 했다. 매출은 52조5824억원으로 전년 대비 3% 하락하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재무사정 악화로 60%대에 머물던 순부채비율도 67.7%로 뛰어올랐다. 현대중공업의 미저리 지수는 마이너스 52.8점을 기록해 전년(-3.6)보다 49.2포인트나 떨어졌다. 국내 200대 상장사 가운데 6번째로 나쁜 수치다. 현대중공업 위아래로는 삼성중공업(5위, -61.25)·대우조선해양(15위, -33.84)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지난해 조선업 경기가 부진했다는 뜻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유독 어려웠던 것은 무엇보다도 신규 수주 부진에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선박 인도 규모는 올해 420만2000 CGT, 2016년 419만 CGT에서 2017년은 115만 CGT로 급감한다. 2018년에는 아직 인도 예정인 물량이없다. 특히 경기 악화로 컨테이너·LNG·원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발주가 줄었고, 중국·일본 등 경쟁업체들에 일감을 많이 뺏겼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수주 잔량은 전년 대비 15~25%가량 증가했다. 실적이 곤두박질 친 가운데 앞으로 영업 환경도 불투명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신용등급 강등설이 돌기도 했다.

이 탓에 30만원을 목전에 뒀던 주가도 급전직하, 올 초 9만원대로 떨어졌고 시가총액 순위도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21위로 미끄러졌다.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 투 톱 체제를 구축하고, 전 임원의 일괄 사직서 제출 등 강도 높은 개혁에 돌입했다. 1988년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 뒤 경영에 손을 놨던 정몽준 전 의원이 다시 현안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실제로 정 전 의원은 지난해 장남인 정기선 상무를 승진시키며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등 오너십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3사가 보유 중이던 KCC·포스코·한전기술 등의 지분을 지난해 말 매각,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 일선에 자신을 많이 노출하고 있다”며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보여줘 대내외적인 불안감을 해소해 경영정상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1283호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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