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Letter]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 

 


최근 프로야구 최고의 화제는 단연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입니다. 3년 전 그를 전주야구장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SK와이번스 팬이던 저는 인터뷰 소재로 이른바 ‘윤길현 파문’을 꺼냈습니다.

윤길현 SK와이번스 투수가 위협구·욕설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 감독은 SK와이번스 프런트와 마찰이 표면화됐고, 결국 전격 해임 됐습니다. 저는 “왜 윤 선수를 그토록 보호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감독이 말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란 겁니다.

스프링캠프에서 본 김 감독의 모습은 사심이 없었습니다. 본인이 욕을 먹고, 심지어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리더는 후배를 보호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三抛世代)’가 꿈꾸는 리더십입니다. 인터뷰 이후 저는 SK와이번스 팬이 아닌, 김성근 감독 팬이 되었습니다.

한화이글스의 모기업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도 김성근 감독만큼 화제입니다. 지난 4월 30일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삼성’ 간판을 내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1조9000억원 규모의 ‘빅딜’이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삼성’자를 떼고 간판을 바꾼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한 기업이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라는 점에섭니다. 한화에너지의 지분은 한화S&C가 100% 보유하고 있는데,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한 기업입니다. 때문에 이번 빅딜이 경영권 승계 수단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석유화학 분야 세계 5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정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사심없는 인수·합병이라면 김승연 리더십은 큰 주목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라는 이유로 빅딜을 경영권 승계에 이용한다면, 김성근 리더십과 대비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성근 감독은 사심을 배제해 존경받는 리더로 우뚝 섰기 때문입니다. 김승연 리더십이 수 년 후 김성근 리더십만큼 화제가 되길 기대합니다.

1285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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