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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달아오른 강남 재건축] 불패신화여, 다시 한번? 

가격 오르고 분양권 웃돈도 … 6월부터 8개 단지 2500여 가구 일반 분양 

최현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잠실 우성4차. / 사진:중앙포토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분다. 지역이나 상품별 온도 차가 있지만 주요 지역에선 1순위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는 열기가 뜨겁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잇달아 사업 속도를 내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자는 심리가 주민들 사이에 퍼진 영향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 4지구 5개 단지(신반포8·9·10·11·17차)는 4월 말 통합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올해 안에 조합설립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포동 삼호가든 3차 조합은 6월 주민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한다. 강남구에선 개포시영, 개포주공3단지가 관리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 1~3차 아파트는 최근 잠실동 우성 4차와 함께 재건축 여부를 판정하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강남공인 강오남 사장은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매수 문의가 늘고 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사업성 좋아져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좋아진 데는 크고 작은 호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계기가 됐다. 특히 민간택지에 짓는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해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성이 좋아졌다.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올려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락시영·개포주공 등 일부 단지들은 분양가를 애초 계획보다 3.3㎡당 수백만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사업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강남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삼호가든 3차 109㎡형(이하 전용면적)의 호가(부르는 값)는 11억원으로, 올 들어 1억5000만원 정도 올랐다. 잠실우성 4차 95㎡형도 지난해 말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오른 6억9000만~7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일반분양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서울·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이 완화되기 전인데도 앞서 지난해 분양된 단지들이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했다. 분양권에는 벌써 수천만원의 웃돈이 형성됐다.

올 분양시장엔 6월부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 아파트에 따르면 연말까지 강남권에서 8곳, 2546 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대개 지하철 역세권 등 입지 여건이 뛰어난 가락시영·삼호가든4차·반포한양·서초우성 2차 등이다. 1순위 자격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돼 청약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분양가가 관건이다.

올해 강남권 재건축 일반분양 첫 테이프를 끊는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다. 대치동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힌다. 유명 학원 등이 몰려 있는 등 사교육 환경이 좋아 이른바 ‘맹모’들이 찾는 1순위 지역이다. 국제아파트는 6월 분양 예정이다. 2003년 6월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한지 12년 만이다. 1983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200가구의 10층짜리 아파트다. SK건설이 재건축을 맡아 최고 20층의 전용 59~125㎡ 239가구로 다시 태어난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전용 84㎡ 29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분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바로 옆 단지인 래미안 청실(옛 청실)이 2013년 11월 분양 당시 3200만원선이었다. 84㎡형이 10억~11억원이었다. 올해 9월 입주예정인 이 단지 분양권엔 억대의 웃돈이 붙어 있다. 84㎡형 분양권 매물 시세가 13억~15억원이다.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을 자신이 없다면 조합원 몫을 노리면 된다. 일반분양분은 주택형이 84㎡ 형뿐이지만 조합원 지분은 다양하다. 84㎡형을 배정받을 지분 시세가 10억~11억원이다. 여기다 추가분담금 1억~2억원을 합친 총 부담금액은 11억~13억원이다. 93㎡형에 들어가려면 지분 값과 추가분담금을 합쳐 14억~1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6월 조합원 동·호수 추첨이 예정돼 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지가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이다. 8호선 송파역 4번 출구로 나오면 5층짜리 동이 빼곡히 들어선 낡은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아파트다. 1차는 1981년, 2차는 1982년 지어진 이 단지는 134개동 6600가구 규모다. 2018년이면 지상 84개 동, 9510가구로 탈바꿈한다. 덩치가 큰 만큼 현대산업개발·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함께 짓는다. 5월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했고 6월 착공 예정이다. 일반분양은 9월 예정이다. 2000년 재건축 사업을 시작한 이후 15년여 만이다. 일반분양분은 1619가구며 39㎡형 465가구, 84㎡형 557가구, 110㎡형 513가구, 130㎡형 84가구 등이다. 지하철 8호선 송파역이 가깝고 남부순환도로·송파대로와 접해 있다. 2018년 지하철 9호선 3단계(종합운동장~보훈병원)가 개통되면 교통여건이 더 좋아진다. 배명고·잠실여고 등이 인근에 있다.

2014년 말 관리처분 계획안 확정 당시 일반분양가는 3.3㎡당 2515만원(조합원 분양가 2147만원)으로 정해졌지만 올 들어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2700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3㎡당 2515만원이라면 84㎡형이 8억5000만원, 2700만원이라면 9억원 안팎이다.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의 시세(3.3㎡당 2900만~3000만원 선)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잠실동 리센츠·엘스 84㎡형 아파트는 현재 9억5000만~10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조합원 물량은 51㎡형이 7억원 선이다. 6억~6억3000만원에 거래되던 지난해 말보다 7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84㎡형을 배정받을 경우 40·51㎡형의 추가분담금은 각각 2억5100만원, 1억3200만원이다. 시세를 포함하면 총 투자비용은 7억5000만원 정도다. 84㎡형의 일반분양가는 8억5000만원 정도다.

재건축 사업 진척 빠른 곳 골라야

이외에도 올 하반기 서초구 서초동 우성 2차, 잠원동 반포한양·한신5차, 반포동 삼호가든4차 등이 일반 분양에 나선다. 우성 2차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다. 인근 1·3차도 삼성물산이 지어 이 일대에 ‘래미안 타운’이 형성된다. 현재 조합 물량은 101㎡형이 10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올 들어서만 1억원 이상 올랐다. 128㎡가 12억5000만원, 157㎡가 14억5000만원선이다. 일반 분양가는 3.3㎡당 3500만원선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4년 분양한 우성 3차는 3200만원선이었지만 2차가 입지가 더 좋은 데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건축 시장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진흥실장은 “강남권 주택 공급의 유일한 수단이 재건축인 만큼 수요가 충분해 중장기적으로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인 단지의 경우 주민들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되도록 사업 진척이 빠른 곳을 고르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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