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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PEUGEOT 308 1.6 - 운전의 재미에 올인 한 프렌치 핸들링 머신 

경량 6단 자동 달아 역동성 더 좋아져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준중형 1.6L 디젤 해치백은 주로 연비에 목적을 둔 차다. 푸조 308 1.6은 다르다. 커다란 변속 패들, 레이싱카 기분이 나는 작은 스티어링 휠, 스포츠 모드의 현란한 계기와 과한 사운드 등 역동적인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3000만원대 전후의 합리적 가격에 현란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꽂힐 때가 있다. 다른 것은 다 제쳐 두고 그것에만 몰두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신모델 개발자가 어디에 꽂히느냐에 따라 차의 성격이 달라진다. 디자인이 멋진 차, 연비가 좋은 차, 성능이 우수한 차, 운전의 재미가 뛰어난 차가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특정한 성격을 지니게 된다.


▎해치백 모델과 함께 왜건인 SW(사진 우측)도 새로 나왔다.
푸조 308의 전 모델인 307은 운전의 재미가 뛰어난 차로 기억에 남아 있다. 평범한 대중차였는데 운전의 재미는 남달랐다. 이 차가 패밀리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핸들링과 끈끈한 접지력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던 308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연비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패밀리카는 연비가 높을수록 좋다. 운전도 재미있고 연비도 좋다면 바람직하다. 문제는올라간 연비만큼 운전의 재미는 줄어들었다.

주범은 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MCP) 였다. MCP는 가속할 때마다 엄청 울컥거렸다. 시간이 걸리면 익숙해지지만 그래도 불편했다. 대신 MCP는 수동 기반이라 연비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됐다. 308의 핸들링은 예전과 별다를 바 없이 훌륭했지만, 가속할 때 울컥거리는 현상이 운전의 재미까지 반감시켰다.


푸조도 이런 부작용을 의식했는지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308 2세대는 변속기의 명가인 일본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로 바꿨다. 지난해 나온 308 2.0L 디젤에 이어 올해 5월 1.6L 아랫급 모델이 출시됐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최고출력은 120마력, 최대토크는 30.6kgㆍm가 나온다. 같은 배기량인 골프의 105마력, 25.5kgㆍm보다 힘이 좋다. 복합연비는 L당 16.2km로 이전 MCP의 L당 18.4km보다는 2.2km 떨어졌다. 이런 차이가 MCP를 포기한 것 때문이라면 푸조가 정말 큰 결단을 내린 셈이다.

변속기가 바뀌자 운전의 재미가 되살아났다. 푸조만의 특기를 다시 찾은 것이다. 1.6L 디젤 엔진은 힘은 여유롭다.(프랑스에는 1.2L 가솔린은 82ㆍ110마력, 1.6L 디젤 92마력짜리도 있다.) 차급 대비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힘차고 매끈하게 속도를 올린다. 2.0L로 올라가면 뻗어나가는 맛이 아무래도 더 시원스럽겠지만, 1.6L라고 해서 크게 처지지 않는다. 변속은 부드럽고 재빠르게 이뤄진다. 6단 자동 변속기는 더블 클러치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308의 진가는 와인딩과 코너에서 드러난다. 날카롭고 예리한 핸들링 특성 덕분에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대로 착착 앞부분이 돌아간다. 아스팔트에서 쩍쩍 달라 붙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와인딩을 헤집고 다녀도 다람쥐처럼 민첩하고 재빠르게 움직인다. 한계가 높아서 코너에서도 과감하게 몸을 던질 수 있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려도 어디까지나 소리일 뿐, 밀려나지 않게 버티는 힘이 대단하다. 언더 스티어가 발생해도 곧바로 수습하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눈에 잘 띄게 커다랗고 긴 패들은 시각적인 역동성을 완성하는 과시적인 아이템이다. 그렇다고 보기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수동 모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스포츠 모드는 308 개발자들이 운전의 재미에 꽂힌 확실한 증거다.


▎간결하고 인체공학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실내.
버튼은 변속기 아래 쪽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냥 누른다고 스포츠 모드에 돌입하지는 않는다. 2초 정도 길게 눌러야 한다. 파워 충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고, 변속도 더 빠르게 이루어진다.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하얀색 계기판이 눈에 핏발 서듯 붉게 물든다. 은근히 자극적이다. 디스플레이는 출력, 부스트압,토크의 실시간 상황을 알리는 그래픽이 뜬다. 결정적인 한 방은 배기음이다.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격렬한 스포츠카 배기음을 만들어낸다. 일반 모드보다 짜릿함이 두 배는 커진다. 분명히 몸은 평범한 1.6L 디젤 해치백을 타고 있는데 머리 안은 포르셰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골프 GTI에 붙어 있는 ‘가난한 자를 위한 포르셰’ 타이틀을 아무래도 308로 옮겨 와야 할 듯하다. 과장이 좀 들어가긴 했지만 어찌 됐건 운전의 재미는 푸짐하다.

실내외는 먼저 나온 2.0L 모델과 큰 차이는 없다. 외관은 이전의 날카로운 개성이 많이 무뎌졌다.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해졌다. 실내는 극도로 간결하다. 모니터로 대부분의 기능을 통제한다. 소재의 품질이 향상된 것도 2세대 308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스티어링휠과 계기반의 배치는 아무래도 머리를 잘 썼다. 208부터 나온 배치다. 계기판을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는 게 아니라 위로 보게 만들었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보기 좋다.


▎1. 2.0L가 부럽지 않은 1.6L 디젤 엔진./ 2. 스포츠 모드에서 붉게 물든 계기판.
부수적으로 스티어링휠이 작아서 쥐는 느낌만으로도 역동적인 감성의 절반을 채운다. 계기판은 잘 보이지만 정작 오른쪽에 위치한 타코미터 바늘은 통상적인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반시계 방향이다). 속도계 바늘의 움직이는 방향과 좌우 대칭을 이루려는 시도인데 어색하다. 특히 수동으로 변속할 때, 회전수를 참고 하는데 애를 먹는다. 센터 콘솔에 제대로 된 컵홀더가 없는 것도 개선 사항이다.

1.6L의 가격은 2950만~3190만 원이다. 골프 1.6L의 3110만 원보다 싸게 시작한다.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MCP를 걷어내고 운전의 재미를 되찾은 308 1.6 모델은 프렌치 핸들링의 진가를 알려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굳이 2.0 모델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능이 출중하다. 시장 확대 전에 팀킬이 우려된다. 변속기 하나 바꾼 효과가 꽤 크다.

임유신_ 부정적 평이 주류를 이루던 MCP를 버리고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오랜 선입견을 날려 버릴 만하다.

신홍재_ 성능이나 운전의 재미가 폴크스바겐 골프와 비등하면서 가격은 골프보다 싸다. 인지도만 높이면 골프의 시장을 상당히 뺏어올 수 있다.




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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