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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부는 재개발 열풍] 日 경제 꿈틀대면서 부동산도 기지개 

도쿄 도심, 대형 업체 격전지로 ... 2018년 이후 과잉 공급 위기 올 수도 


▎신축 중인 ‘오테마치 파이낸셜 시티그랑큐브’. 최근 도쿄 시내엔 새로운 상업시설이 가족 동반 고객이나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업의 사옥(오피스) 소유 욕구가 상당히 강하다. 임대료 상승도 시작됐다.” 스기야마 히로타카 미쓰비시지소(일본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사장의 말이다. 도쿄 주요 5개구(치요다구·주오구·미나토구·신주쿠구·시부야구)의 오피스 공실률은 올해 3월 5.3%로 떨어졌다. 평균 임대료도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오르고 있다. “공실이 적고, 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란 게 스기야마 사장의 평가다. 자연히 신축 오피스빌딩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어 나고 있다. 빌딩 기획을 담당하는 스토 히로유키 미쓰비시지소 집행임원은 “4월 들어 신축 빌딩의 대형 계약도 단번에 성사됐다”고 이야기한다. 임대료 상승 기미가 보이기 때문에 완공 1~2년 전에 입주를 결정한 기업도 있다. 3년 전 완공한 도쿄도 내 한 오피스 빌딩의 당초 입주율은 40% 정도였으나 지금은 거의 만실이다. 이 빌딩의 영업 담당자는 “다음 계약 교섭 때엔 임대료를 30% 정도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실 줄어들고 임대료 올라


일본은행의 양적·질적완화에 따른 저금리와 엔화 가치 하락 덕분인지 투자도 활발하다. 대형 부동산 중개회사인 JLL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의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조5400억엔(약 13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도쿄의 임대료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아직 런던의 70% 수준이다. 대부분의 해외 투자자들은 아직 임대료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와 달리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은 미니 버블기인 2007년과 비교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더구나 도심에서는 올림픽 개최와 국가 전략특구 등 정책 효과로 다양한 재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전략특구 정책에 따라 진행되는 재개발 프로젝트는 10개 남짓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도쿄도는 중심부와 해안부의 9개 지구로 특구를 제한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마 지구를 포함한 도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내각부의 후지하라 유타카 지방창생추진실 차장은 “특별한 목표 수치는 없으나 (도쿄권 도시재생 분야에서) 향후 6개월 동안 10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허가하는 수준으로 진행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시자와 타카시 미즈호 증권 수석연구원은 “재개발에 따른 부동산 투자 활황으로 오는 10월 발표될 기준 지가에서 도쿄 도심 중 20% 가까이 가격이 상승한 곳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도심과 해안부에서는 오피스텔 개발도 활발하다. 특히 올해는 타워오피스텔을 비롯해 고가 오피스텔 건물이 잇따라 완공된다.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수요도 많다. 한 대형 부동산회사 간부는 “고액인 고층부터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 수요는 저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지만 부동산 업체들은 이러한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투자이율은 2013년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마루노우치나 오테마치 우량 빌딩의 경우 임대사업의 채산 한계인 3.5%를 밑돌(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시자와 연구원은 “국지적으로 버블 요소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이러한 활황이 호재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대형 업체들은 땅 따먹기 싸움에 여념이 없다. 특히 이들은 오테마치·니혼바시·도라노몬·시부야 등 기업이 모여있는 도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전략특구 중심의 정부 정책에 맞춰 대형 프로젝트를 감행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수요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미 빌딩 공급은 과잉 상태로 이는 한정된 파이 쟁탈전이 격화됨을 의미한다. 업계 맹주 자리를 놓고 ‘의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 4월 스미토모 부동산이 준공한 대형 빌딩 ‘도쿄 니혼바시타워’를 가리키며 ‘이건 전쟁’이라고 이야기했다. 높이가 180m에 달하는 이 고층 오피스빌딩은 대리석 장식을 채용한 외관이 중후한 멋을 띤다. 업계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건 외관이 아닌 입지 때문이다. 미쓰이 부동산 본사가 있는 미쓰이무라의 한가운데로 미쓰이 부동산의 니혼바시 재개발의 기점인 복합빌딩 ‘코레도 니혼바시’의 정면에 위치해 있다. 적진으로 뛰어든 셈이다. 당초 스미토모 부동산은 개업 가동률 목표를 50%로 잡고, 서서히 세입자를 늘려갈 방침이었지만 실제 행동은 완전히 달랐다. 코레도 니혼바시에 입주한 한 사무소 대표자는 ‘스미토모 부동산 담당자로부터 싸게 해드릴 테니, (타워) 한 층을 사용하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전했다. 평당 평균 임대료는 코레도 니혼바시가 3만엔 전후인 반면, 도쿄 니혼바시타워는 3만5000~3만8000엔 정도다. 그러나 무료 임대기간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저렴할 수도 있다(동양경제 추정).

부동산 거물 미쓰이와 스미토모의 격전

적극적인 영업 성과와 왕성한 거래로 ‘정식 계약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거의 만실 상태’(스미토모 부동산 가토 히로후미 이사)라고 한다. 이들은 왜 방침을 바꿔 입주 속도를 높인 것일까? 스미토모 부동산은 미쓰이 부동산이나 미쓰비시지소와 마찬가지로 재벌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스미토모는 타사가 개발한 지역에 들어가는 ‘핀포인트 전략’을 사용하는 걸로 유명하다. 업계에서 ‘빨판상어’라는 야유를 받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야유든 비난이든 실적은 최고다. 이미 과거 최고 순이익을 넘어섰다. 동시에 연 1500억엔이 넘는 엄청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빌딩 소유면적을 더욱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업계 리더인 미쓰이 부동산의 자리를 노리는 스미토모 부동산의 야망이다.

도전장을 받은 미쓰이 부동산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미쓰이는 올해부터 3년간 5500억엔가량을 투자한다. 도쿄 니혼바시타워 바로 옆 부지에는 175m짜리 고층 빌딩을 세운다. 다카시마야(일본 유명백화점)와의 공동 개발사업으로 2018년도 준공을 목표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미쓰이 부동산은 스미토모 부동산과의 국지전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미쓰이의 관심은 오랜 라이벌인 미쓰비시지소, 그리고 도쿄역을 마주보고 대치하는 마루노우치 지역이다.

고령자나 양복 차림의 회사원이 주로 눈에 띄던 니혼바시 지역 풍경은 최근 들어 크게 바뀌고 있다. 가족 동반이나 젊은 커플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미쓰이 부동산이 지난해 오픈한 ‘코레도 무로마치2’와 ‘코레도 무로마치3’을 시작으로 유명 음식점과 쇼핑몰이 모인 2개의 상업시설이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혼바시는 미쓰비시지소가 해외 브랜드를 한데 모은 마루노우치와 비교해 화려함이 다소 떨어진다. 오피스 빌딩의 평당 임대료 역시 평당 4만엔 중후반인 마루노우치에 비해 니혼바시는 3만8000엔이 최고다.

미쓰이 부동산은 지역 일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니혼바시에서 야에스에 걸친 8개 지구에서 총 50만~60만평에 달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총 10년이 걸릴 장기 프로젝트다. 가장 주목할 점은 도쿄역 야에스 출구의 ‘야에스 2쵸메 북부지구(2021년 준공 예정)’와 ‘중부지구(2020년 준공 예정)’의 재개발이다. 이곳에는 높이 245m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 오피스뿐 아니라 국제급 호텔과 초등학교가 입주한다. 근처에선 도쿄다테모토가 ‘야에스 1쵸메 동쪽지구’ 재개발(2024년 3월 준공 예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도 높이 250m의 복합 빌딩이 들어선다. 스즈키 신고 미쓰이 부동산 빌딩사업부장은 “마루노우치 지역에 뒤지지 않는 새로운 니혼바시를 만들고 싶다”며 의욕을 보인다.

태연한 미쓰비시지소, 마루노우치의 파워는 여전


▎대규모 빌딩 개발이 진행 중인 도쿄역 야에스 출구는 몇 년 뒤 풍경이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지역 정비 움직임도 분주하다. 고모다 마사노후 미쓰이 부동산 사장은 “니혼바시를 가로지르는 수도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주변 경관 정비를 암시했다. 코레도 무로마치2와 맞닿은 거리를 보호자 전용도로로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와세다 대학의 가와구치 유이치로 파이낸스 연구센터 소장은 “니혼바시에는 성장 분야인 의료·제약 관련 기업이 모여 있어 앞으로 대형 재개발과 함께 외국계 기업 유치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며 “마루노우치에 필적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니혼바시만이 아니다. 미쓰이 그룹의 자산관리회사였던 미쓰이 부동산이 1950년대 이후 종합 부동산 개발업자로 방향을 전환한 후 지금껏 회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히비야 미쓰이 빌딩’에서는 최근 ‘신히비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오피스나 상업 시설이 포함된 복합 개발로 히비야 공원과 주변 극장, 영화관과 연계해 이 곳을 문화·예술 거점으로 부흥시킨다는 계획이다. 야마시타 카즈노리 히비야 마을부흥 추진부장은 “활기찬 히비야를 되찾고 싶다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반영했다”고 이야기한다.

공세를 강화하는 미쓰이 부동산이나 스미토모 부동산에 비해 ‘마루노우치의 주인’인 미쓰비시지소의 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후쿠시마 다이스케 노무라 증권 애널리스트는 “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장래 임대료 수입의 현금 흐름을 추계하면 미쓰이 부동산이 10년 후에 70%가량 증가하는데 반해 미쓰비시 지소는 5~6년 후에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한다. 라이벌에 밀리는 것처럼 보이나 스기야마 히로타카 미쓰비시지소 사장은 태연하다. “미쓰이 부동산의 공세에 대해 특별히 ‘마루노우치나 오테마치를 지키자’는 생각은 없다. 120헥타르나 되는 마루노우치 지역 전부를 우리가 독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겸손한 듯 보이지만 자신들이 쌓아 올린 마루노우치 지역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1800년대 후반 이 땅을 매입한 건 미쓰비시 그룹의 선대인 이와사키 가문이다. 허허벌판이었던 이 땅은 100년 뒤 일본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거리가 됐다. 침체기였던 1990년대 공휴일이나 주말에 고스트 타운으로 변하는 등 그늘도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마루 빌딩(2002년 준공), 신마루 빌딩(2005년 준공)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고급 매장이 늘어선 화려한 거리로 변모했다. 미쓰비시지소는 마루 빌딩을 준공시킨 2000년대 전반을 재개발 1단계로 보고, 2008년부터 2단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계획의 특징은 오피스 외 기능을 더한 점이다. 고쿄가 이엔(일본 천황궁에 인접한 국민공원)을 둘러 싸고 있는 수로 근처에 위치한 ‘오테마치 호토리아’를 개발하면서 ‘오테마치 타워·JX빌딩’(2015년 11월 준공)에 수로 정화시설을 정비했고, ‘오테마치 파크빌딩’(2017년 1월 준공)에는 아파트를 연계했다. 온천이 샘솟아 유명해진 ‘오테마치 파이낸셜 시티그랑큐브’에는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하는 일본 료칸도 지었다. 한층이 약 1270평으로 오테마치에서 최고급 규모를 가진 이 오피스 빌딩은 2016년 4월 준공 예정인데 ‘이미 절반 가까이 입주가 결정되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루노우치3-2계획(2018년 준공)’을 시작으로 유락초 지역 개발에도 착수한다. ‘제3단계 개발은 2018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긴자에서 가깝기 때문에 마루노우치나 오테마치와는 다른 색깔을 입히고 싶다’(스기야마 사장). 임대 수입을 통한 캐시 플로우(현금 흐름)의 80% 이상을 벌어들이는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락초에 자금을 집중 투자해 외국계 기업을 끌어 들이고, 굴지의 비즈니스 거리로 만들겠다는 장기 플랜이다.

외국계 기업 유치 여부가 관건

도쿄를 전 세계의 자본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국제적 도시로 만들려는 노력은 도라노몬·롯폰기 지역에서도 한창이다. 지난해 5월 창업의 땅 도라노몬에 높이 247m짜리 초고급 빌딩 ‘도라노몬힐즈’를 개업한 모리 빌딩은 주변에 오피스 빌딩과 맨션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모리 빌딩답게 업무 기능과 주거 기능을 충실히 갖출 것이다’(히라노 노리야스 도시개발본부과장). 모리 빌딩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도라노몬이나 롯폰기 등을 중심으로 약 10여개의 재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투자금액만 총 1조엔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지역은 원해 대사관이 많아 외국계 기업 유치가 용이하다.

‘쿨재팬(한류와 비슷한 의미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 대중문화를 의미)’의 상징인 시부야에서도 도큐(도쿄급행전철)와 도큐부동산이 손을 잡고 고층 타워를 포함한 4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거리를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개선하는 등의 계획인데 모든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것은 2027년 정도로 보고 있다. ‘같은 씨름판에서 승부해도 독자성을 띄지 않으면 미쓰이 부동산이나 미쓰비시지소에 이길 수 없다’(도큐 전철의 간바 사치요 도시창조본부과장보좌). 의류 매장이나 영화관·음반매장 등이 모인 시부야의 강점을 살려 상업시설 ‘시부야 히카리에’를 중심으로 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거리 활성화를 노린다.

너나 할 것 없이 재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대량 공급이 예정된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큰 고비를 맞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히라야마 시게오 도시미래종합연구소 집행임원은 “올해 오피스 빌딩 가동률은 최고일 것”이라면서도 “2016년 이후 도심 3개구를 중심으로 공급이 늘고 경기 부양 동력이 약해지면 2019년경에는 공실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국내 기업만으로 다량의 공급을 충족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법인세 감세를 재실시하는 등 외국계 기업 유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1289호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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