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용 자동차. 엔저 등의 여파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관련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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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자동차 관련주의 주가 급락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6월 11일을 기준으로 보자.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 주가는 13만8000원으로 6월 1일(15만4500원)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해 7월 한때 24만7000원이었던 데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날 기아차 주가 역시 4만5850원을 기록해 올 5월 5만 2000원선을 찍었던 데 비해 하락세가 뚜렷하다. 자동차 부품 업종에서도 대장주인 현대모비스(21만7500원)가 올 3월의 26만원대에서 내려온지 오래이며, 만도(13만2500원) 또한 지난해 10월 21만원대를 기록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년 새 현대차 주가 반 토막 수준타이어 업종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1년간 한국타이어 주가가 6만6300원에서 4만1100원으로, 금호타이어는 1만2250원에서 7870원으로, 넥센타이어는 1만5600원에서 1만2200원으로 각각 주저앉았다(6월 11일 기준). 최근 3개월간 혹은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가 오름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 관련주가 얼마나 추락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매각된 이후 기사회생하고 있는 쌍용차, 그리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동차 엔진부품 업체인 S&T모티브 등 일부 기업만이 최근 3개월간 주가가 오르면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이처럼 자동차 관련주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계속된 엔저로 경쟁상대인 일본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고, 국내에서는 수입차 공세로 고전하는 등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0.3%포인트 감소했고 점유율도 4.7%에서 3.9%로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부진이 이어져 올 1분기 현대차의 전체 영업이익은 1조588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8.1% 감소했다. 기아차는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1.7%나 급감했다. 이러다 보니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차부품·타이어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비록 그간 해당 종목들에 목돈을 넣어뒀던 투자자라면 속이 쓰릴 만한 이야기이지만, 주식 투자에서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자동차 관련주의 전반적인 낙폭이 과도했다고 본다면, 지금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 6월 들어 이 같은 분석이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따라 제기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는 기저 효과와 신차 효과로 현대차 등 자동차 업종의 반등이 예상된다”며 저가 매수를 염두에 둘 것을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4~5월 사이 판매 실적 부진으로 올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졌고, 엔저 심화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기에 최근 관련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며 “자동차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원금 손실 구간으로 진입하는 등 수급 악화 우려가 커진 점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재고 조정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소매 판매가 개선되는 등 판매 선순환 고리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중 실적 개선이 기대 된다”고 말했다.이정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주가 하락이 과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차 등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부진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괄적인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물적 성장이 재개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신차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고, 엔저 둔화와 신흥시장 환율 안정화 등 기대 요인이 더 많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추천 종목은 기아차와 S&T모티브, 한라홀딩스다.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높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수혜와 높은 레저용차량(RV) 믹스를 보유했다는 점, S&T모티브는 다변화된 고객 포트폴리오를 지녔다는 점, 한라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안정성을 가졌다는 점이 그 이유다.실제로 최근 자동차 관련주 사이에서는 미세한 반등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신저가(13만2000원)를 찍었던 현대차 주가는 6월 3일 이후로 6000원이 올랐다. 6월 8일 4만 3000원까지 내려갔던 기아차 주가는 4만5000원선을, 6월 2일 19만7500원까지 밀렸던 현대모비스 주가는 21만원선을 각각 회복했다. 엔화의 추가 약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6월 10일(현지시간)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참석해 “물가 수준을 반영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을 볼 때 현재 엔화 가치는 상당히 낮다”면서 “실질실효환율이 여기까지 온 점을 감안할 때 엔화 약세가 더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타이어주 반등도 기대할 만한편 자동차주·차부품주와 함께 동반 추락을 이어가던 타이어주의 반등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등의 판매 부진으로 내수에서 신차용 타이어(OE) 공급 물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통상 타이어 업체들의 매출에서는 교체용 타이어(RE)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타이어 3사의 OE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40% 수준으로 나머지 60~70%는 RE 물량이다. 이상현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OE 물량도 많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대차로 인한 판매 악재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타이어 3사는 유럽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국내 시장 상황보다는 최근의 유로화 약세가 부담 요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