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 전망치 내리고 또 내리고
선진국 회복, 신흥국 부진국내 형편보다는 대외 여건이 그나마 낫다. 올 하반기에도 선진국 회복, 신흥국 부진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출 둔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소비·노동·주택시장 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하반기에도 완연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골칫덩어리였던 유로존은 유로화 약세와 양적완화 시행 등으로 생산과 소비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이 뚜렷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로존에 회의적이던 외신들도 잇따라 장미빛 전망을 담은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스 변수’가 남아 있지만, 하반기 유로존 경제는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유로존 성장률이 지난해(0.9%)보다 확대된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는 진단과 전망이 엇갈리지만, 성장률 1%대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해외 경제전망기관들도 일본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일본은 올 하반기에도 엔저로 인한 수출 증가와 내수 회복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소비·투자·수출의 동반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 경제의 경우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목표로 하는 7%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급격한 경기 하락 가능성은 작다.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지급준비율 인하와 재정 확장 등 경기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보다 수입 감소율이 커 한국 경제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신흥국 경기는 인도와 멕시코, 아세안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체로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점차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주요 원자재 가격은 대체로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은 미국 경기 개선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대략 3.5% 안팎이다.
추경 효과 미지수올 하반기 가계와 개인 투자자들은 특히 하방 리스크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이 따로 논다고 해도, 유동성의 힘만으로는 주가·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은 힘들기 때문이다. 우선 관심사는 ‘추경 효과’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하면서, 추경이 없다면 2%대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3% 달성을 위한 추경’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7월 초 국회에 추경 예산안을 제출할 방침인데, 국회를 통과해 돈이 풀린다 해도 효과는 빨라야 4분기 정도에나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정치 갈등으로 국회 통과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2013년 4월 정부는 경기 침체와 세수결손을 이유로 17조원이 넘는 추경을 편성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3년 추 경 편성은 그 해 성장률을 0.37~0.38%포인트 끌어 올렸다. 이를 감안하면 올 3분기에 상대적으로 적게 편성된 추경으로 얻을 수 있는 경기 부양 효과는 훨씬 적다고 봐야 한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3% 달성을 위해서는 22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늪에 빠진 수출도 걱정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올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설비 투자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우리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엔화 약세를 수출 가격에 반영하기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활용했던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출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 우리 수출 기업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추경 편성의 표면적 이유였던 ‘메르스 사태’는 예측이 어렵다. 메르스로 인해 5~6월 소비 감소가 나타난 것은 맞지만, 한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메르스가 단기간(최초 발병 이후 한달 지속)에 종식될 경우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또한 진정 국면에 들어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면, 5~6월 소비를 줄였던 가계가 여름 휴가가 포함된 3분기에 돈을 더 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의 경우 증가 속도로 봤을 때 올 하반기에도 소비를 제약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또한 가시적인 성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구조개혁 성공 역시 기대를 걸기 어렵다.대외 하방 리스크로는 중국 경제의 둔화와 엔화·유로화 약세 심화, 신흥국 경기 부진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최대 위험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 6월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참석자 17명 중 15명이 올해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일단은 9월에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한 두 달 차로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올린다고 무조건 따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10년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 우리나라도 짧게는 2개월 시차로 금리를 올렸다.
미 기준금리 인상 타격 클 것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장기간 예고된 것이기 때문에 금융·외환시장 변동성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고된 리스크라 해서 리스크가 아닌 것은 아니다. 마치 상대방이 나의 얼굴을 때린다고 예고했다고 해서 실제로 맞을 때 안 아픈 것인 아닌 것과 같다. 외환보유액이 늘고 단기 차입 비중이 축소되는 등 우리나라 외환건전성이 개선된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져 자본시장을 출렁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장기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 글로벌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상환 압박도 심화될 수 있다. 한국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가계·기업 부채를 포함한 국가 총부채는 2013년 말 기준 4835조원에 달한다. 더욱이 110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가계는 금리 인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실물경제는 물론, 올 상반기 훈풍이 불었던 주식·펀드·부동산 시장도 차갑게 식을 수 있다.